초유의 물류대란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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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물류대란을 보면서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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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에 의한 사상 초유의 물류대란을 보면서 우리는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철강업계의 물량이 일시에 묶이면서 철강수급난이 벌어지더니 급기야 수출입화물이 항만에서 꼼짝도 못하고 적체되는 바람에 엄청난 국가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니 국가사회의 위기대처능력이 이것밖에 안되는 것인지 참으로 참담한 현실이다.
화물운송을 거부하고 있는 화물연대의 경우 오랜 세월 누적돼온 문제점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스스로의 통제력조차 상실하고 있는 기미를 보였을 정도로 격앙돼 있어 법 질서나 상식선의 대화가 과연 가능한 것인지 의구심을 던져주고 있다.

임시방편 처방은 곤란
사태가 여기까지 온데 대한 정부 당국의 안이한 대처능력을 비판하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고, 새 정부의 변화된 노조관과 이에 고무된 노조의 물리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사태 해결에 있어 정부나 화주기업, 화물연대 모두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보다는 임시방편적인 처방, 예컨대 운송비 인상과 다단계알선 척결 같은 특정 사안에 매달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어 과연 이번 일로 물류산업 전반의 문제점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역시 전근대적으로 유지돼온 국가의 육상화물운송사업 구조에서 비롯됐으며, 이 문제를 해소하거나 가닥을 풀어나가는데는 결코 간단치 않은 노력과 시간이 경과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알아야 할 것이다.
위수탁경영이라고 하는 변칙적인 지입제 화물업체 운영이 지금 시대까지 가능하도록 방치해온 정부나 지입제의 끈 마저 놓쳐버린다면 화물운송업이 완전히 망해버린다고 여기며 이것에 연연해온 운송업계, 이러한 틈새를 빌미로 대기업 화주에 붙어 물량수송위탁을 독점해온 일부 주선업자 등 모두가 사태의 직간접 원인제공자라고 봐야 할 것이다.

대기업 자회사도 문제
이제 정부는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보다 전향적인 조치들을 내놓아야 한다. 문제가 생기니까 다단계알선이 주범인 것처럼 주선업계를 몰아가는 것도 온당치 않다. 화물연대가 노조냐 아니냐 라고 하는 시비도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된다.
위수탁경영을 허용하고 있는 현행 제도를 서둘러 손질해 대형 직영화물업체가 월등한 경쟁력을 갖추고 물류의 주역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지입차주에 대한 신분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운송업체에 소속돼 명백히 업체의 사업영역과 범위내에서 운송에 나설 수 있도록 하거나, 차주 개개인이 개별사업자로써 법적·경제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업 물량의 운송위탁시스템도 바꾸어야 한다. 대기업 자회사 또는 방계회사로 존재하면서 기업의 퇴직임원이나 친인척에게 이 회사를 맡겨 모든 물량을 이 경로를 통해 수급토록 하는 사실상의 내부자 거래를 종식시켜야 한다. 이런 불공정거래가 어디에 있는가.
화물운송사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가의 지원을 배가시켜야 한다. 인터넷시대에 화물업계는 변변한 정보화 기능이 없다.
대형 화물차들이 전국 어디를 운행해도 마음놓고 쉬어가거나 집결해 물량을 집배송할만한 공간이 없다.

전폭적인 지원방안 강구해야
따라서 향후 정부의 화물운송 정책 기본방향은 위수탁경영 철폐, 대형화물운송업체에 대한 조세·금융혜택, 정보화 및 공동·공영차고지 건설지원 등으로 요약된다.
여기에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물류산업에 대한 지원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산업수송용 유류에 대한 배려,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등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화물연대도 이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정해야 할 것이다.
충분히 문제 제기를 했으며 현실적으로 운송료 인상이라는 단기 성과도 거뒀다. 또한 고질적인 폐단으로 지적해온 지입제에 대한 사회공감대 형성, 물류산업 역군으로써의 인식 제고 등 실보다 덕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차분하고 지혜롭게 내적 정돈에 나설 시간이라고 본다.
더 이상 국가 경제에 피해를 끼치는 행위는 없어야 할 것이며 진지하게 화물운송사업, 물류산업 전반의 발전에 동참한다는 자세로 머리와 가슴을 식힐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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