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체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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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체운전
  • 박종욱 Pjw2cj@gyotongn.com
  • 승인 2003.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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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에게 택시의 운전행태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가장 빈도가 높은 대답중 하나가 “택시는 얌체운전을 한다”는 것이다.
택시의 얌체운전은 주로 끼어들기, 지그재그운전을 의미한다.
이같은 유형의 얌체운전은 택시운전자의 운전기술이 일반인에 비해 뛰어나다는 점이 전제가 된다.
아무리 끼어들기나 지그재그운전을 하고 싶어도 운전기술이 시원치 않으면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한다. 그러다가 주변에서 움직이는 자동차들과 접촉사고를 일으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택시라고 해서 언제나 안전하게 끼어들기와 지그재그운전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와같은 얌체운전이 체질화되면 될 수록 교통사고에 빠져들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것은 택시 교통사고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접촉사고 빈도 높아

택시 교통사고는 전세버스나 화물자동차가 인사사고에서 사망사고가 많은 것과는 달리 부상사고의 점유율이 훨씬 높다. 그것은 택시가 1회 승차인원이 운전자를 포함해 5명 이내로 제한돼 있고, 또한 구역내를 운행하는 지역면허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도로사정에 밝아 대형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은데 따른 것이다.
반면 택시는 인사사고가 아닌 물적 피해를 야기하는 사고의 비율이 유독 타른 사업용 자동차에 비해 높다. 그것은 택시가 일상적으로 지그재그운전을 하거나 끼어들기 등 소위 얌체운전을 일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리저리 운행중인 자동차 사이를 비집고 움직이는 택시의 경우 다른 자동차와 경미한 접촉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것이다.
여기에는 택시의 사업특성이 반영돼 있다.
많이 움직여야 운임수입이 늘어나고, 운임수입이 늘어나야 운전자에게 돌아오는 몫도 커지기 때문에 다소의 무리가 뒤따른다 해도 지그재그나 끼어들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대도시지역에서 택시가 아무리 지그재그운전을 하거나 끼어들기를 해도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 즉 얌체운전을 통해 얻는 시간절약 요인은 예상외로 적다는 것이 대표적인 반론이다.

고속도로와는 상황 달라

아직까지 대도시지역에서 지그재그 및 끼어들기운전으로 얻을 수 있는 시간절약 요인에 대한 실험이나 연구는 나와 있는 게 없으나 고속도로상에서의 얌체운전행위에 대한 실험은 과거 수차례 진행된 바 있다.
예컨대 동일한 배기량에 동일 수준의 운전능력을 가진 운전자가 탑승한 자동차 두 대를 동시에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에서 출발시킨 다음 한 차는 정속운행에 끼어들기나 지그재그운전을 삼가도록 하는 반면 다른 한 대는 가능한 지그재그와 끼어들기를 감행토록 하고 대구 톨게이트에 도착한 시간을 측정한 결과 실험 차량 두 대의 도착 시간 차이는 대략 40분 정도로 나타난 바 있다.
그러나 실험 당시 고속도로 사정은 차량 운행이 비교적 뜸한 상황이어서 ▲신호등 등 도심의 도로여건 ▲교통체증 ▲우회로 유무 등 변수를 감안할 때 실험 결과는 고속도로라는 매우 제한적인 여건에서만 존재하는 실험치라는 점을 확인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통전문가들은 대도시지역에서 교통체증이 상시 발생하고 있고 신호등이나 교차로가 밀집된 상태에서도 지그재그나 끼어들기를 많이 하는 차량과 그렇지 않은 차량의 운행시간은 상당 수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택시운전자 대다수도 정상적인 운행에 비해 얌체운전을 많이 하면 그만큼 실 운송수입이 늘어난다고 증언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증가하는 운송수입과 얌체운전중 발생하는 교통사고로 인해 지불해야 하는 사고처리비용을 따질 때 얌체운전으로 얻을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테면 일주일 내내 얌체운전을 일삼으며 부지런히 수입을 올려 그렇지 않고 정상적인 방식으로 운행할 때에 비해 하루 4∼5만원의 추가 수입이 발생한다 해도 1주일에 한차례 경미한 접촉사고를 일으키면 단순 물적피해 사고라 해도 20∼30만원의 정비비용이 들어가므로 결국 운전자에게 남는 이득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고 한번에 이익 날아가

여기에다 사고가 물적 피해에만 그치지 않고 승객이나 타 차량 운전자, 또한 택시운전자 자신까지 부상을 당하는 사고를 일으킨다면 얼마나 큰 손실이 발생하는지 조차 가늠하기 어렵게 되고 만다.
이 때문에 경력이 많고 운전솜씨가 뛰어난 택시운전자일수록 대부분 정속운행에 얌체운전 행위를 삼가는 경향이 뚜렷한 것이다.
이들은 도로에서 난폭·얌체운전을 하는 다른 택시를 발견할 때 운전자가 경력이 짧아 그렇게 하는 운전행위가 자신에게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결과라고 말한다.
얌체운전이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또다른 요인은 끼어들기나 지그재그운전이 과속과 연결된다는 점이다.
끼어들기 및 지그재그운전도 목적지까지 빠른 시간에 도착하기 위한 것이라면 과속운전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저속운행으로 지그재그나 끼어들기를 시도하면 다른 운전자가 이를 잘 허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서둘러 얌체운전을 감행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얌체운전에 길들여져 있는 운전자일수록 과속행위도 서슴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그러므로 얌체운전에 과속이 더했을 때 교통사고가 나면 피해는 당연히 커질 수 밖에 없다.
끼어들기나 지그재그운전이 그것 자체의 위험성 보다는 이와같이 과속으로 이어지는 운전자 심리상태와 드높은 사고 가능성으로 말미암아 택시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행위로 꼽히고 있다.
지그재그운전과 끼어들기는 이밖에도 택시에 대한 시민의 인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택시운전자는 ‘택시이기 때문에’라든가 ‘택시니까 이해하겠지’라는 자기방어적 논리로 스스로의 행위를 정당화시키고 있으나 주변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는 시민은 ‘저렇게 하니까 욕을 먹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반면 택시 이용 시민도 때론 문제가 된다.
자신도 택시의 얌체운전 행태에 자주 분노하고 불만을 하다가도 택시를 이용할 때면 운전자에게 가능한 빨리 가주기를 요구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택시운전자는 가능한 승객의 요구에 호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렇게 요구받고 있기 때문에 승객이 빨리 움직여 줄 것을 요구하면 별다른 거부감없이 얌체운전을 자행하게 되는데 이같은 이율배반이 택시에 엄연히 존재하는 한 택시의 얌체운전은 좀체 사라지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한 택시 교통사고도 수그러들 날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같은 택시 얌체운전을 근절할 수 있을까.
그것은 운전자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하더라도 실익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 안전을 지킬 때만 최소한의 이익도 지켜낼 수 있음을 택시운전 요령의 첫 구절로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승객과 자신의 안전은 물론 타인의 안전도 지키며 시민의 인식을 우호적으로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지름길임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확인시키는 노력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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