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자를 자극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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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자를 자극하지 말라
  • 박종욱 Pjw2cj@gyotongn.com
  • 승인 2004.0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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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의 부당한 과속요구 사고와 직결
택시와의 무리한 속도경쟁은 매우 위험
택시운전자의 안전운행 주변서 도와야


대도시에서의 자동차생활에서 일반인들이 자가용 승용차 다음으로 가장 많이 접하는 교통수단은 다름아닌 택시다.
운행대수도 그렇고 이동빈도 역시 가장 빈번해 시민들과 그만큼 접촉이 잦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택시교통사고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때 택시의 이같은 잦은 시민과의 접촉은 때로 교통사고 위험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5월 27일 비오는 서울 강서지역을 운행하던 △△통운 소속 법인택시 운전자 장기석(가명·55)는 모처럼 장거리 손님을 만나 반가운 마음으로 엑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신월동에서 잠실까지 가려면 적어도 1만4천원 가량의 요금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운행을 시작한지 불과 1분도 채 안돼 승객은 다소 무리한 요구를 했다. 중요한 약속 때문이라며 잠실까지 30분내에 도착시켜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도로는 비가와 미끄러운데다 퇴근시간이 임박해 체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황이었다. 장기석씨는 혼자 생각했다. 잠실까지는 체증없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아무리 아무리 빨리 달려도 30분은 족히 걸릴 거리건만 비오는 도로에서 퇴근길 정체까지 겹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해서 장씨는 승객에게 말했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30분내 도착하기는 어렵고 40분 내외까지 예상하고 최대한 달려보겠노라고. 그랬더니 승객은 별다른 대답없이 그저 최대한 빨리가자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렇게 시작된 장씨의 무리한 운전은 체증 구간을 만날 때마다 곡예운전을 더했다. 문제는 운전자 장씨의 곡예운전만이 아니었다.
앞서 달리는 자동차가 조금만 느슨하게 달리면 승객은 바로 욕을 해대며 “추월하라”, “옆차로가 비었으니 그리로 가자” 등 과속을 부추기더니 급기야 신호대기를 위해 횡단보도 앞에서 차를 멈추자 “아니 건너는 사람도 없는데 그냥 가지 뭐하느냐”, “신호 죄다 지키면 밀리는 서울에서 언제 시간 맞춰가느냐” 등 노골적으로 교통법규 위반을 강요했고 그것도 모자라 “택시가 다 그렇지…”, “아저씨는 택시 체질이 아닌 것 같다”는 등 모욕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은근히 화가 난 장씨가 참다 못해 “도저히 시간내 못 갈 것 같으니 지하철로 갈아타는 것이 좋겠다”며 젊잖게 승객에게 말했다. 그러나 승객은 한사코 이제 여기까지 왔으니 그냥 가자고 우겼고 그렇게 실랑이가 벌어질 무렵 장씨는 자신이 운전하는 택시 앞에 우의를 입은 교통경찰이 빨간색 지시봉을 흔들며 차를 세울 것을 지시하는 광경을 발견하고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러나 비에 미끄러지는 차체는 거의 10미터 가량을 미끄러졌고 그 사이 택시 앞을 가로막은 경찰은 황급히 옆으로 비켜났으나 택시는 앞서 운행중인 다른 택시 후미를 그대로 들이받고 말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당시 경찰은 횡단보도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건너온 장씨 차량을 적발하기 위해 정지 명령을 내렸으나 장씨가 승객과 신랑이를 하는 바람에 정지신호는 물론 경찰의 정지명령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결국 추돌사고를 일으키고 만 것이었다.
장씨가 추돌한 택시는 다행히 승객없이 운전자 혼자만 타고 있었고 운전자는 추돌의 충격으로 목뼈를 삐어 전치 3주의 부상을 당한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사고 후 장씨는 승객의 과속 요구를 과감히 거절하지 못하고 달렸던 자신을 후회했다. 차라리 진작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승차를 거절했던지 아니면 최소한 운행중에 사소한 실랑이조차 위험하다는 점을 감안해 운행을 포기해야 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았았지만 그때는 이미 사고를 일으킨 뒤였다.
택시운전자에게 승객은 운행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고객이자 시장이다. 따라서 운전자는 가능한 승객의 주문에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오래 전부터 택시서비스의 핵심으로 운전자의 접객태도를 꼽아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승객이 언제나 택시에 도움을 주는 존재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택시 운전자는 심야 운행시 과도한 음주상태로 승차한 승객 때문에 봉변에 가까운 고역을 치를 경험을 갖고 있다.
만취해 정신을 잃어 요금은커녕 승하차조차 불가능한 상태의 승객, 역시 만취한 상태로 승차한 후 목적지를 못찾아 헤메는 승객, 목적지까지 왔으나 요금이 없다, 요금이 비싸다며 항의하며 싸우려드는 승객….
그러나 이들보다 더 무서운 행위는 만취상태에서 승차해 운전자와 사소한 시비를 벌이다 운전대를 잡은 운전자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도 더러 발생하곤 한다. 이것은 거의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운전중인 자동차에서 운전자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면 자동차가 결코 정상적으로 운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택시의 교통안전 문제를 거론함에 있어 승객의 태도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택시 교통안전을 위해서는 승객도 무리한 요구를 자제하며 운전자와 더불어 안전에 불안을 초래하는 행위를 삼가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한편 택시 승객 뿐 아니라 택시 주위에서 달리는 다른 자동차가 자주 택시 교통사고를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 새벽 1시가 넘는 시간 서울 여의도에서 김포방향으로 달리던 자가용 승용차 운전자 김승수씨(가명·37)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전치 9주의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자신과 함께 속도 경쟁을 하던 ○○택시 운전자와 승객은 그 날 사고로 아직까지 병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고 개요를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야근을 하고 야식까지 마친 김씨가 올림픽도로에 올라선 것은 대략 12시55분 무렵. 김씨는 출고된지 2달밖에 안되는 자신의 중형 승용차를 타고 기분좋게 집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도로는 비교적 한산했고 자가용 승용차와 택시가 반반 정도로 속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씨는 평소 습관처럼 속도를 높여 자동차 몇 대를 추월해 나가는데 마침 앞쪽에서 달리던 택시 한 대가 김씨 솜씨 못지않게 선행차들을 따돌리며 달려나가는 것을 발견했다.
김씨는 바로 이 순간 알 수 없는 경쟁심이 발동, 택시를 추월키로 마음을 먹고 속도를 높였다. 그러나 택시는 의외로 운전에 익숙했다. 김씨 차가 다른 차들을 추월해 자신에게 접근해 오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의 택시마저 추월해 내려한다는 사실을 그 택시는 알고 있기라도 하듯 유유히 속력을 높여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김씨는 오기가 발동, 더욱 페달을 깊숙이 밟으며 문제의 택시를 따라 잡으려 달려나갔다. 그러기를 10분 가량 두 대의 자동차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올림픽대로를 빠져나와 김포공항쪽으로 방향을 바꿔 진핼 할 무렵 선행하던 택시는 공항 못미쳐 4거리에 일단의 경찰 순찰차량들을 갑자기 발견하고 급히 브레이크를 밟는다. 그러자 택시 뒤를 바짝 따라 붙었던 김씨 차는 여지없이 멈춰서는 택시 후미를 추돌, 두 차는 이리저리 방향을 잃고 차로 옆쪽으로 튕겨나가 버렸고 김씨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사고는 그렇게 사소한 속도 경쟁 때문에 발생했고 김씨나 택시 운전자, 승객 모두 중상을 입었고 차체는 엉망으로 망가졌던 것이다.
이 사고도 따지고 보면 택시가 아닌 자가용 승용차의 무모한 속도 경쟁이 택시의 과속을 부추긴 경향이 강했고 경찰 조사 결과 사고 책임 역시 자가용 승용차 운전자인 김씨에게 훨씬 엄중하게 부가됐던 것이다.
흔히 택시 운전자는 운전에 관한 한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한다. 따라서 운전석에 앉아 택시 운전자의 운전솜씨에 관한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는 것은 이미 상식으로 통한다.
택시를 그저 요리조로 빠져다니며 난폭운전을 일삼는다고 비난하는 여론도 없지 않지만 택시 스스로 법규를 준수하며 운행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도 이를 도와줘야 한다.
택시운전자 유형택씨(49)는 “자가용 운전 경력이 높은 운전자들의 경우 택시에 퍽 도발적인 태도로 운전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운전솜씨를 과신하는 결과이거나 운전자의 성격 자체가 도발적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한다.
택시에 도발적 운전태도를 보일 때 수동적으로 이를 방관하는 택시운전자는 거의 없다. 시간이 급해도 택시가 급하고 운전 경력으로도 택시가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이 택시운전자의 보편적 인식이다.
따라서 택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반의 택시에 대한 배려도 퍽 중요한 부분이다. 하루종일 택시안에서 근무하는 운전자의 입장을 헤아려 이들을 자극하지 않고 이들이 무난히 자신의 페이스대로 운전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운전자세말로 택시 사고를 줄이는 한가지 훌륭한 요령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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