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차령제도 이대로는 안된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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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차령제도 이대로는 안된다 ①>
  • 박종욱 Pjw2cj@gyotongn.com
  • 승인 200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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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12시. 도회지라면 가로가 후끈할 정도로 달아오를 분주한 시각이나 면소재지를 관통하는 국도변엔 오고가는 차량이 거의 없다.
전라남도 담양군 금성면, 도로가의 몇 안되는 가게 간판 가운데 '택시'라고 써붙인 곳이 찾아 안으로 눈길을 돌리면 7∼8평 남짓한 좁은 사무실안에 중년의 남성 몇몇이 우두커니 앉아 유리창 너머 창밖을 주시한다. 그들은 바깥을 바라보고 있되 눈길에는 별 의미가 없고 오직 전화소리만 신경이 집중돼 있다.
이윽고 전화가 한 통 울리면 누군가 전화를 받아 연신 “네, 네”를 반복한 다음 앉아 있는 다른 사람들을 향해 소리친다.
“4거리에서 면까지…”
일행중 한 사람이 고개를 꾸벅하며 일어나 길 건너 일렬로 세워둔 택시에 오른다. 그들은 그렇게 영업을 하고 있다.
“하루 200㎞를 뛰지 못하는 날이 더 많죠. 손님이 있어야지. 그렇다고 도시처럼 돌아다니며 승객을 찾을 수도 없고…”
이곳에서 35년간 택시운전을 해온 윤재열씨(62)의 푸념이다. 그렇게 해서 벌어가는 월 수입은 100만원 안팍. 그나마 올 봄부터는 100만원을 넘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도저히 생계유지가 어려워 밭농사를 하는 아내를 짬짬이 돕는다고 한다.
그런 윤씨에게 또다른 고민이 생겼다. 장사가 안돼 하루의 절반 이상을 세워두기만 하는 택시가 차령이 다 돼 폐차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로 배기량 2천400cc 이하의 회사택시인 경우 기준차령 4년에 검사 통과 차량에 한해 1년 사용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금성택시는 합자회사로 윤씨의 경우 출자자의 한사람이자 운전자이기도 하다. 말로만 회사택시지 실제로는 개인택시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2000년 2월 출고된 그의 차는 이제 법적 수명을 다해 버려야 하나 누적 주행거리는 고작 29만여㎞에 불과하다. 그것도 윤씨가 애지중지 닦고 청소해 겉보기에는 아주 새차나 다름없다. 그는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도대체 이런 걸 법이라고 만들어 놓다니…자기 것이 아니라고, 이렇게 새차를 폐기하라고 하는 게 말이 됩니까. 멀쩡한 놈을 왜 버려야 하는건지… 또 새로 차를 구입하려면 그 돈은 어디서 납니까?”
이같은 상황은 면 단위 택시만의 사정은 아니다. 인근 담양군 소재 담양택시도 거의 같은 형편이다.
22대의 면허로 시작한 사업이 현재는 14대로 줄었다고 한다. 영업 부진으로 운전자의 수익이 현저히 감소하자 택시운전직을 희망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 회사 김종복 사장(46)은 “가장 큰 애로는 세가지로 첫째 손님이 없다는 것, 둘째 기사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 셋째 얼마 타지도 않운 차를 5년마다 버려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 운전 18년간 무사고 경력을 쌓아온 이 회사 박영길씨(58)는 특히 “도시에서는 노조 운운하면서 차를 오래 못타도록 한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웃기는 얘기”라며 “택시정책 하는 사람들 지역에 한번 내려와 보라 해요. 노조건 사장이건 손님이건 누구든 쓸만한 차를 버리는데 찬성하지 않아요. 그런 제도는 도시에서나 맞는 것이지 여기는 전혀 다른데 어째서 이런 사정은 반영을 하지 않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담양택시의 폐차 차량 평균 주행거리는 41만㎞로 연 10만㎞를 밑돈다. 역시 이 지역 개인택시와 거의 같은 수준이지만 서울 등 대도시의 회사택시 연평균 주행거리 14만㎞의 60%에도 못미친다.
지역 택시사업자와 근로자 모두 택시제도에 대해 할 말이 너무 많다. 취재차 방문한 전남의 택시업체 6곳에서 확인한 바, 근로자와 사업자가 공통적으로 지적한 문제점으로는 유일하게 ‘차령제도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영광지역 Y택시 근로자는 익명을 요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새차 싫어할 운전자가 어딨어요. 하지만 벌이가 돼야 새차 타령하죠. 지금 버리는 차요? 까딱 없어요, 뭔 상관 있어요. 새차나 다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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