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르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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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 르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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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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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새벽 새의 飛上을 꿈꾸며


둥둥 출정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리면 대지는 불현듯 잠에서 깨어나 시린 눈을 부빈다. 쩌렁쩌렁 빛이 다가 오면 암흑은 하늘로부터 열리고 화답하듯 땅은 일순 긴장감으로 몸을 추스린다. 적막의 순간, 칼바람 문득 잠들고 낮은 물소리마저 숨죽여 새 생명을 잉태한다. 새날은 연붉은 장막 아래 산악의 군무를 향해 낮은 안개 드리우고, 희망은 눈꽃이 되어 이윽고 새 아침을 알린다. 긴 묵상에서 벗어난 삼라만상이 상념을 털고 시간여행에 나서면 천지간 부끄러움도 편견도 감춰진 이 시간, 욕망도 질시도 온데간데 없으니 온 누리가 우주의 섭리다.

2005년 새해에는 각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과 사람, 사물과 또다른 사물이 친교하고 어우러져 갈등하지 않는 한 해가 되었음 좋겠다.
각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자신의 할 바에 충실하면 좋겠다. 탐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편견도 질시도 버렸으면 좋겠다. 용서할 수 있는데까지 용서하고 버릴 수 있는 것은 버려 가능하면 빈 자리를 많이 만들면 좋겠다.
풍요로우면 좋겠다. 물질에는 적당히 만족하되 마음은 늘 풍만으로 채워 넉넉해지면 좋겠다. 있거나 없거나 가리지 않고 나눌 수 있으면 더 좋겠다.
가끔씩은 주변을 둘러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보는 타인보다 타인이 보는 나를 나도 함께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해서 부끄럽지 않으면 더욱 좋겠다.
가끔씩 떠날 수 있으면 좋겠다. 바람처럼 자유롭게 떠다니다 선선한 물가에라도 앉아 잠시잠깐 세월을 잊어버리기라도 하면 좋겠다. 돌아오는 길에는 호주머니 한 켠에 구름 한 조각 넣어올 수 있으면 좋겠다.
새해에는 아름드리 나무를 키웠으면 좋겠다. 내가 경작한 과일나무가 더많은 사람에게 그늘과 결실을 줄 수 있음 좋겠다. 그 나무를 배경으로 근사한 사람들의 사랑이 이뤄지면 제일 좋겠다.
새 아침에는 기도한다. 모든 것들의 질서와 모든 것들의 자유로움을, 다시 모든 것들의 소망을 이루게 하는 조물주의 위엄과 권능과 조화가 하늘아래 넘쳐나기를 소원한다. 합창한다. 구름이 비가 되고 눈꽃이 하늘이 되어 흙과 가지와 바람이 저마다의 형태 저마다의 색채를 키워가도록 노래한다. 노래하며 꿈꾼다. 창공으로 솟구쳐 도약하는 새의 비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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