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캠페인=지·도급제와 교통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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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캠페인=지·도급제와 교통안전
  • 박종욱 Pjw2cj@gyotongn.com
  • 승인 2005.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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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운전 불가피해 사고위험 상존
'돈 목적' 하루 20시간 운행 예사
수면부족·과로 등으로 만신창이
사고시 보상·보험할증 부담까지


택시만큼 운행형태가 다양한 운수사업도 없다. 개인택시야 별도의 업종으로 독립해 있어 별개라 치더라도 일반택시의 운영에 있어 운전자와 회사간 합의에 의해 하루 24시간을 절반으로 나누어 주간조와 야간조로 근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나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운전자의 취향과 선택에 의해 주간조만 운행하는 운전자가 있는 가하면 야간조만 운행하는 운전자도 있다.
보통 1주일 단위로 주야간을 번갈아 근무토록 하고 있으나 한달 단위로 주야간 근무를 바꾸는 경우도 있고 소위 '스페어'라고 해서 대기운전자도 있다. 요즘 같이 택시 취업희망자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는 이 '스페어'운전자를 운영하는 회사는 거의 없지만 경기가 호전돼 택시업이 그런대로 돌아가면 이같은 형태의 운전자도 함께 늘어난다.
또 시간제 운전자도 있다. 일정한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야간이나 주간 등 자신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쪼개 하루 4∼6시간 가량을 운행하고 약간의 보수를 받아가는 형태다.
이렇게 다양한 근무형태의 택시운전은 모두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운전자 수급만 가능하다면 어느 업체에서건 선택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택시사업이 불황에 시달릴 때면 어김없이 지입제와 도급제와 같은 불법경영이 암암리에 진행된다. 회사 입장에서는 1대의 차량까지 영업운행에 나서게 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혹에 빠져들고, 운전자는 회사의 간섭없이 자신의 능력과 사정에 맞춰 운행을 할 수 있으므로 다소의 무리가 따르는 운행이라도 이를 마다하지 않고 지입이나 도급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택시운송사업의 근간을 부정하는 이같은 지입제와 도급제는 법으로 엄격히 금지돼 있고 있다.
지입제란 겉보기에는 택시 차량이 회사 소속으로 돼 있으나 실제로는 운전자 개인소유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유형의 불법경영은 대게 회사가 차량을 운전자에게 맡기는 형태다. 회사는 차량을 건네주는 대가로 돈을 받으면 그 다음부터는 모든 것이 운전자의 책임이 된다. 그렇다보니 지입택시는 택시운송사업에 관한 각종 규정과 행정관리 밖에 존재한다.
또다른 지입의 형태는 애초부터 택시회사를 설립할 때 택시차주를 모집해 법인을 만들지만 차량은 모두 운전자 개개인의 것이다. 이 경우도 따지고 보면 회사는 껍떼기고 모든 운행에 관한 책임과 권한은 운전자에게 있다. 마찬가지로 행정관리와는 무관하다.
그런 반면 도급제는 다소 차이가 있다.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차량을 운전자에게 운행토록 하되 운행에 따른 수입금중 일부를 도급료로 받는 것이다. 이는 현행 사납금과 유사한 개념이나 사납금은 회사와 운전자간 택시운송사업 관련 법령에서 정하는 단체협약의 틀 안에서 이뤄지므로 합법적인 것이지만 도급계약은 이러한 것과는 무관하게 근로형태에 대한 계약이나 규정 없이 회사는 차량을 제공하고 운전자는 도급료만 내면 끝이다. 운행중의 문제는 회사와는 무관하다.
모든 것을 운전자가 알아서 처리해야 하지만 회사에 차량을 입고시킨다든지 교대운전자에게 차를 넘긴다든지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영업에 관한 책임과 권한은 모두 운전자가 갖게 된다.
문제는 이같은 불법 경영 택시들에 의한 운행이 택시운송사업 경영을 멍들게 하고 택시산업 노동운동의 건전성을 훼손하는 중대 사안으로 꼽히는 것 이상으로 교통안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반드시 근절돼야 할 악습으로 꼽힌다.
지입이나 도급제 택시는 공통적으로 영업운행 시간, 운전자 휴식, 차량관리 등 모든 것을 운전자가 알아서 운영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같은 불법경영 형태가 발생하게 된 배경이다. 정상적인 택시운전 취업이 불가능하거나, 정상적인 취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에 만족하지 않고 불법인줄 알면서도 무리해서라도 더많은 수입을 올릴 목적을 가진 운전자들에 의해 이같은 지입이나 도급경영이 가능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물론 이 경우 지입이나 도급을 선택하는 회사에게 최우선의 책임이 있겠지만 여기에 동참하는 운전자도 결국 문제가 될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입이나 도급제 운전자의 어떤 점이 교통안전과 관련이 있는가.
그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무리해서라도 더 많은 돈을 벌어야겠다는 운전자가 있는 한 사고 위험은 그만큼 증가한다.
택시운전에 있어 적정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전후라고 하는 것이 보편적 인식이다. 그렇다면 현재 이뤄지고 있는 주야간 근무조의 경우 적정 근로시간을 넘어 초과운행을 하고 있다는 결론이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12시간 근무중 교대를 위해 차량 입고 등에 소요되는 1시간 가량과 근무 중간에 식사 및 휴식 등을 제외하면 대략 1, 2시간 가량이 시간상으로 초과근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승객 감소와 유류비 인상 등 택시수익률이 낮아져 입급 외의 수익을 올리는 기간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지입이나 도급제 택시의 경우는 대부분 무리한 운전을 하고 있다는게 택시운전자들의 지적이다.
A사 운전자 김상택씨(49)는 "주위에서 간혹 도급으로 일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데 하루 28시간 정도 이틀 일하고 하루는10시간 정도 일해야 회사에 입금하고 한달 200만원 정도를 가져간다고 들었다"며 "돈도 좋지만 그런 식으로 얼마나 버틸지, 또 그렇게 무리하다가 어떤 일이 있을지 알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실제 도급제 계약을 하고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 정병주씨(가명·38)는 "생각보다 돈이 잘 벌어지지 않아 무리운전을 할 수 밖에 없다. 하루 20시간 가까이 영업을 하는데 차에서 내릴 때면 걸음이 잘 제대로 안 걸어질 정도로 지치고 현기증마저 느끼곤 한다"며 과도한 운행에 따른 피로를 호소했다.
중앙대학병원에 입원중인 최수웅씨(44)는 지입제 택시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벌써 2달째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그는 "사고가 난 시간이 오전 11시가 좀 넘은 때 였는데 계속 잠이 오더라. 그러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오던 승용차와 부딛쳤는데 천만다행으로 승용차가 급히 핸들을 꺾는 바람에 정면충돌음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입운전 3개월만에 변을 당한 것이다. 몸에 무리가 가기 시작해도 못 느끼고 있다가 결국 돈도 못 벌고 몸만 상하게 됐다"며 무리한 운행을 후회했다.
지입이나 도급은 운전자가 적정운행 시간을 지키며 영업을 해서는 채산을 맞출 수 없게 돼 있다고 많은 운전자들이 지적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도한 운행은 감수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수면부족, 과로 등이 촉발돼 결국 사고의 위험으로 빠져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택시공제조합 보상담당자는 "지입이나 도급으로 운행하다 사고가 나면 일단은 회사에서 공제로 처리하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보상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돼 있으나 보상과 관련해 회사에서 지입 또는 도급 근로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이 관례로 돼 있다. 말하자면 사고로 인한 공제분담금 인상분을 사고운전자에게 직접 받아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운전자는 그만큼의 불이익을 당할 수 밖에 없게 돼 있다"고 말했다.
지입이나 도급은 여객운수사업법상 대표적인 불법행위로 강력한 처분대상이지만 완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택시업계의 고민거리중 하나다. 그러나 이같은 불법 경영이 업체를 멍들게 하고 운전자를 사고 위험에 내모는, 최악의 선택임을 충분히 인식한다면 그와같은 무모한 행위는 결코 현실에서 빌붙을 자리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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