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서울특별시 교통계획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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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서울특별시 교통계획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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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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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서울교통, 이렇게 바꾼다"

서울엔 온통 자동차 물결이다. 시민들은 도로가 밀리든 말든, 장거리든 단거리든 아무생각이나 고민 없이 승용차를 몰고 나오는데 익숙해 있다. 아무리 도로를 늘려도 대응이 안 된다. 또 무한정 도로를 늘릴 수도 없고, 그래봐야 '도로만 있으면 우르르 몰려나올 준비가 되어 있는 수많은 자동차'가 골목길, 차고에서 기다리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도로, 지하철 등 교통시설의 공급을 확대함으로써 늘어나는 교통량을 흡수하는 공급위주의 교통정책이 해결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돼 왔고 또 실제 그렇게 해 왔다.
그러나, 교통시설공급이란 한정된 공간과 재원 범위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곧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서울과 같이 이미 충분하게 개발된 도시에서 멀쩡한 건물을 철거하고 도로를 확장하는 것은 경제적·사회적으로 지극히 어려운 문제고, 지하철에는 천문학적인 재원을 쏟아 넣었지만 막대한 운영적자로 매년 빚만 늘어날 뿐 승용차 통행을 줄이는데는 힘이 모자란다.
승용차 이용자들은 그 만한 수준의 서비스를 대안으로 제시하지 않는 한 승용차를 포기하지 않는다. 교통량을 강제로 억제한 교통수요관리 수단은 자칫하면 통행량을 줄이는데 드는 행정 비용과 시민부담만 발생하고, 비용에 비해 통행량 감축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
서울시가 찾은 서울 교통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도로확충도, 지하철 추가 건설도, 또 승용차 통행을 직접 줄이는 강제적인 교통수요관리정책도 아니다.
서울의 급속한 도시개발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잉태된 권역간 병목현상을 풀어낼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도로를 다시 버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승용차보다 빠르고 편리한 대중교통중심의 서울교통환경을 조성하는 것만이 승용차 이용자들로 하여금 승용차를 포기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할 수 있다.
이 같이 빠르고 편리한 대중교통을 만들기 위해 서울시는 몇 가지 방향을 설정하고 서울교통체계개편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첫째는 버스노선을 간선·지선 개념으로 전면개편하고, 간선버스에 대해서는 준공영제 개념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한다. 수 십 년 동안 누적돼온 불합리한 굴곡노선을 일제히 정리해 도로 위의 지하철과 같은 간선버스를 도입하고, 지역별로 간선버스 또는 지하철에 연계되는 지선버스가 운행되도록 할 것이다. 또한, 간선버스의 신속성과 정시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버스차로제를 확대 설치하고, 정확하고 과학적인 버스 운행관리가 가능한 버스사령실 구축, 그리고 공영차고지를 대대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버스의 형태는 지하철과 같은 기능을 하는 간선버스(Blue), 지역별로 운행되는 지선버스(Green),도심지역내의 순환버스(Yellow), 서울외곽지역에 도심으로의 광역버스(Red) 등 4가지 버스로 유형화해 운영한다.
둘째는 지하철 서비스를 보다 구체적으로 개선해 대중교통수단으로서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다.
논란 끝에 작년 12월9일부터 심야시간대에 1시간을 연장하여 운행함으로써 심야교통수요를 흡수했다. 또 시설개선과 예비열차 투입 등을 통해 지하철 운행시간을 상당히 감축했다.
내년엔 지하철과 버스의 대중교통요금을 보다 합리적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셋째로, 주차문제 해결을 위해 주택가와 도심지역에 대해 차별화된 전략을 추진할 것이다.
우선 주택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차장 확충정책을 근간으로 주민 참여 하에 골목 이면도로의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한「Green Parking 2006」을 적극 추진하고, 도심지역에 대해서는 최대한 주차수요를 줄이기 위하여 주차상한제의 합리적 확대, 주차요금정책 강화와 더불어 불법주차로 인한 상습정체지역에 대해서는 기획단속을 집중적으로 시행한다.
이 외에 청계천복원 등 도심환경개선사업을 감안하여 도심의 교통운영체계를 체계적으로 개선하여 제한된 도로여건속에서 최대한 교통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대책으로 수십년 동안 누적된 서울의 교통문제가 하루아침에 모두 해결되기는 힘들다.
다만, 빠르고 편리한 대중교통이용 환경을 만들어 줌으로써 승용차 이용자가 승용차를 포기하더라도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 이상으로 통행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게 서울의 교통문제 해결의 실마리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 없이 서울의 교통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그래서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과 교통혼잡을 줄이기 위해 환경시민단체가 제안한 승용차 자율요일제(승용차 이용자 스스로 월∼금요일 중에서 하루 이상을 선택하여 승용차 이용을 자제하는 시민운동)를 서울시가 받아들여 추진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서울시 공무원이 다른 나라의 교통선진도시들을 기웃거렸으나, 이 계획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세계의 주요도시 공무원들이 서울시 교통정책을 벤치마킹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꿈을 가지고 서울시는 대대적인 교통체계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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