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민점기 교통안전공단 광주전남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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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민점기 교통안전공단 광주전남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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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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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전조등 켜기, 교통사고 감소 뚜렷


얼마전의 일이다. 겨울비가 조금씩 내리는 날 고속버스 앞자리에 앉게 됐다. 평소 자가운전을 주로 하는 편이라 중앙분리대에 시야가 막혀 맞은편에서 오는 자동차 운행상태 등 상황을 잘 모르고 다녔는데 고속버스 앞 좌석에 앉아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을 보았다.
거의 대부분의 자동차들이 약속이나 하듯이 전조등을 하향으로 켜고 운행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눈에 잘 띌 수가 없었다.
물론 낮에 이슬비가 내렸기 때문에 자동차 위치를 알리기 위해서 전조등을 켰겠지만 문득 맑은 날 주간에도 이처럼 전조등을 하향으로 켜고 다닌다면 교통사고를 많이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주간에 전조등을 켠 차를 보면 옛날 유대인의 경전 탈무드에 나오는 눈먼 소경이 대낮에 등불을 들고 걸어 다니는 모습이 생각난다.
눈먼 소경이 대낮에 등불을 든 모습을 보고는 주위사람들이 무모한 짓이라고 놀렸지만, 눈먼 소경은 "내 등불을 보고 당신들이 조심해 나에게 부딪히지 말라고 등불을 들고 다닌다"고 했다던 그 의미가 마음에 와 닿는다.
국내에서 고속버스를 가장 많이 운행하고 있는 어떤 고속버스회사는 전체 차량이 항상 전조등을 켜고 운행한 결과 주간 전조등 켜기를 막 시작한 2002년에 비해 2008년에는 교통사고가 94건에서 34건으로 무려 63.8%나 줄었다고 발표했다.
한국도로공사의 자료에 의하면' 2002년 9월부터 88고속도로 전 구간에 '주간 전조등 켜기 운동'을 실시해 중앙선 침범으로 인한 사고 건수가 18%, 사망자수는 19%가 감소됐다고 한다.
지난해 교통안전공단 광주·전남지사에서는 한국도로공사 호남지역본부 및 택시공제조합 전남지부와 공동으로 순천, 목포, 여수시 등 3개 지역의 법인택시 1660대를 대상으로 주간 전조등이 자동적으로 켜지도록 하는 장치를 개발, 무료로 부착해 주는 운동을 펼쳤으며 그 결과 교통사고가 2008년 대비 2009년도에 10.4% 감소했다.
모 연구기관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주간 전조등을 켜고 운행하게 되면 전면 충돌사고나 후면 추돌사고가 약 20∼30% 줄어들게 되어 사회적 손실비용이 연간 약 1조 2500여억원 절감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같이 주간 전조등 켜기가 교통사고 감소에 효과가 큼에 따라 교통안전공단에서는 2010년 교통사고 감소활동의 일환으로 최근에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한 전국의 1000여개 운수업체를 대상으로 '주간 전조등 켜기 운동'을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간에 전조등을 켜고 운행함으로써 교통사고를 줄이자고 운수업체 교육이나 홍보를 하면, 첫째로 우리나라에서는 주간 전조등 효과가 없고 핀란드나 캐나다 등 흐린 날이 많은 나라에서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생각만큼 맑은 날이 많지 않다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맑은 날은 연평균 97일 뿐이다
두번째로, 상당수 운전자나 운수업체 관계자들이 연료가 더 소모되며 배출가스의 오염물질이 더 나올 수 있고 배터리나 전구의 수명이 단축되기 때문에 그 운동에 참여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주간 전조등 켜기 운동'은 차량의 전조등을 낮은 광도로 하향으로 켜고, 함께 연동된 번호등과 미등만 켜지도록 하기 때문에 추가연료비는 생각만큼 그렇게 많이 소요되지 않는다.
어떤 연구기관의 자료에 의하면, 1500cc의 자동차의 경우 한 달에 약 ,000원의 연료비가 추가적으로 더 드는 정도라고 하며, 전구의 수명도 평균 약 ,000시간은 사용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LED등이 보급되면서 추가 부담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주간에 전조등 켜기를 기피하는 사업용 운전자 가운데 택시에 종사하는 운전자들의 이야기는 매우 설득력이 있다.
택시를 운전하다보면 가끔 신호위반도 하게 되고 주정차 구역이 아닌 곳에서도 손님을 싣고 내리게 되는데, 주간에 전조등을 켜고 다니면 너무 눈에 잘 띄게 되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운전자들 스스로가 인정하듯이 주간에 전조등을 켜고 운행하게 되면 주의력과 식별력이 2배 이상 높아 추돌사고가 줄어들고 보행자 사고도 감소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교통 선진국인 핀란드(1972년), 캐나다(1989년), 스웨덴(1977년), 노르웨이(1985년) 등 유럽 5개 국가에서는 주간 전조등 켜기 운동으로 교통사고가 크게 감소되었으며, 특히 덴마크, 영국, 노르웨이, 스웨덴의 주간 점등실태를 조사한 결과 약 70%가 대낮에 전조등을 켜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 자동차엔지니어링협회 조사결과에서도 주간에 전조등을 켜고 운행하는 경우 교통사고율이 약10% 감소된 것으로 나타나 운전자들에게 주간 전조등 켜기를 권장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에서는 올해부터 주간 전조등 켜기를 의무화하여 전면 시행할 계획으로 있다.
일본 나가노현에서도 1만대 주간 전조등 켜기 시범사업에서 사고건수 30% 감소결과로 나타나, 조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큰 효과로 인해 주요 선진국가에서는 자동차가 낮에도 등을 켜고 운행하도록 법으로 정한 국가가 많다.
낮에 주행하면서 그날의 날씨나 광도에 따라 필요한 등화류가 자동으로 켜지고 꺼지는 등을 '주간 주행등' 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주간 주행등' 설치 근거가 되는 자동차 안전기준이 마련되지 않고 있으며, 관계부처에서 현재 관련 규정이 필요한지 여부를 검토 중에 있다.
그러나 주간 주행등 설치 근거가 마련되거나 의무화가 되기 이전이라도 전조등을 하향으로 켜고 운전하면 주간 추돌사고나 보행자 사고가 많이 줄어들 것이므로 '주간 전조등 켜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이 운동이 시급한 이유는 우리나라 교통사고가 아직도 OECD 29개 국가 중 26위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감소를 위해서 약간의 불편이나 경제적 손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선적으로 손쉬운 것부터 실천해 보자. 그 가운데 매우 시급한 것이 '주간 전조등 켜기 운동'이다. 운행거리가 많은 사업용 차량부터 바로 실천하면 좋을 것이다.
자동차 시동을 걸면 자동적으로 전조등이 하향으로 켜지는 간단한 장치를 부착하여 약간의 강제성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많은 나라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주간 주행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법이나 규정이 빨리 마련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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