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 - 봄향기 장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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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 봄향기 장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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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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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사장 오지철)가 '봄향기 장터여행'이란 테마를 중심으로 2008년도 3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지리산 정기받은 물산이 다 모였네=전북 남원 ▲백두대간에서 캐온 봄나물=경북 상주 ▲시끌벅적 구수한 도심 속 송정 오일장=광주광역시 ▲산나물 먹고 봄!봄! 장터에서 찾은 봄의 흔적=충북 영동 등 4곳을 각각 선정, 발표했다.

# 지리산 정기받은 물산이 다 모였네=전북 남원시

3일과 8일에 서는 인월 5일장은 전라도 사람과 경상도 사람이 한데 어울려 물건을 사고 팔고 인정을 나누는 영호남 화합의 장터이다. 장날마다 장터를 찾아 물건을 파는 상인들의 구성만 봐도 그 말이 사실임을 실감하게 된다. 상인의 약 50%는 전북 남원시 인월면과 어깨를 맞대고 있는 경상남도 함양군 사람들이며, 남원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상인들이 약 30%, 나머지 고장, 이를테면 구례나 곡성 등지에서 온 상인들이 20% 정도 된다.
인월 5일장은 인월버스터미널 서쪽편의 70여개 장옥과 마을금고로 이어지는 좁은 2차선 도로변(일명 흥부로)에 새벽부터 들어선다. 장터를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 보면 전라도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가 한데 섞여 들려와 인월장이 영호남 일심동체의 장임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봄날의 인월장에는 지리산 줄기에서 자란 산나물과 싱그런 녹색의 채소들이 풍성하게 쏟아진다. 고로쇠물도 인기 품목이다. 따스한 봄 햇살을 받으며 나물과 채소를 다듬던 촌로들은 손님이 다가오면 구수한 사투리로 물건을 자랑하고 후한 인심으로 덤까지 얹어준다. 손님이 뜸하면 서로들의 안부를 묻고 군것질거리를 나눠먹기도 한다. 장터에 선보이는 물산(物産)들은 그것만이 아니다. 겨우내 갈무리됐던 녹두·동부·서리태·기장 등의 곡식이며 메주와 묵나물·장아찌 같은 밑반찬거리, 더덕과 버섯, 곶감과 말린 대추, 새 봄에 파종할 씨앗, 호미며 낫 같은 농기구 등도 편안하게 자리를 잡아 손님들의 손길을 기다린다. 인월버스터미널 동쪽편의 인월사거리 농기구 상인들이 밀집해있다.
정육점 주인들의 손길도 바빠진다. 이 지방의 특산물인 토종흑돼지는 외지인들에게 인기 품목이다. 한 푸줏간 주인은 "면 단위 가운데 정육점이 가장 많은 곳이 바로 인월면"이라고 말한다. 남원의 토종흑돼지는 친환경 발효사료로 사육하기 때문에 잔병이 거의 없어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해발 500m의 고지대에서 자라는 데다 무게가 120∼130kg 정도로 어릴 때 도축하기에 육질이 연하고 지방질도 적다는 것이다.

백두대간에서 캐온 봄나물=경상북도 상주시

예로부터 쌀·목화·누에고치로 유명한 삼백(三白)의 고장 상주는 낙동강을 끼고 있는 교통의 요지다. 낙동강 수운을 통해 들어온 경상도 물산이 서울까지 가려면 반드시 상주를 거쳐야만 충청도 땅에 들어설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충청, 경상도의 물산이 집결하는 큰 장이 섰으며 오늘날까지 5일장(2일, 7일)이 유지되고 있다. 백두대간 자락에서 자란 과일과 채소가 풍성한데 특히 봄철이면 청화산, 국수봉 자락에서 캐온 냉이·달래·두릅·쑥·머위 등 보약과 다름없는 봄나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곶감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곳인 만큼 장터에 따로 곶감시장이 마련되어있는데 임금님의 수랏상에도 올랐던 상주곶감은 당분 함량이 높고 씨가 적으며 과질이 부드러워 최상의 품질을 자랑한다. 요즈음 냉동보관이 잘 돼 4계절 상주 곶감을 맛볼 수 있다. 넉넉한 들녘에서 자란 상주 쌀은 품질이 좋아 조선시대에 임금님 진상품으로 쓰였고 ‘샘물오이’라는 브랜드를 가진 상주오이는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났다.
일교차가 큰 지역적 특색 때문에 사과, 포도 등 과일의 당도가 아주 높다. 농기구를 파는 철물점, 목재 진열장의 색이 바랜 약방, 옹기가게, 솥가게 등 그 옛날 장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흔적이 여태 남아있다. 장터를 끼고 있는 중앙시장 상가는 간판을 정비하고 리모델링하였는데 노점 정리, 휴식공간 조성, 미술작품 전시회 등 고객이 편안히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사벌면 화달리의 전사벌왕릉은 3세기 후반에 신라에 복속된 진한의 소국인 사벌왕국의 왕릉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옆 화달리삼층석탑(보물 제117호)은 듬직하고 균형 잡힌 신라탑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인근 충의사는 ‘뭍의 이순신’이라고 불리는 매헌 정기룡 장군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낙동강 1300여리 물길 중에서 가장 경관이 빼어난 곳으로 알려진 경천대는 깎아지는 절벽과 노송이 자랑이다. 예로부터 하늘이 스스로 경치를 내렸다고 해 자천대(自天臺)라고 불렀으며 금모래사장에 청녹색의 낙동강이 흐르면서 넉넉한 물도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 시끌벅적 구수한 도심 속 송정 오일장=광주광역시 광산구

광주는 140만 시민이 사는 광역시다. 대형 할인점과 마트가 구마다 있고 웬만한 체인점과 대리점이 곳곳에 있으며 쭉쭉 뻗은 건물과 아파트 단지가 빼꼭한 호남 제일의 도시다. 원하는 물건은 모두 구할 수 있는 대도시라는 말이다.
담양·함평·나주·화순으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지이기도하다. 이러한 대도시 광주 도심 한복판에 5일장이 있다면 믿어질까?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광주공항에서 멀지 않은 광산구에 송정장이 선다. 하루 5만여 명의 상인과 주민들이 오가는 송정장의 규모는 3000여평이 넘는다. 광주 인근에서 재배한 각종 농작물과 영광 등 서남해안에서 온 해산물이 시장 골목을 가득 메운다.
송정장은 언제부터 자리한 것일까? 선암 나루 근처의 선암장을 모태로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선시대, 서남해안에서 날라 오는 물자는 황룡강을 타고 나주와 장성을 잇는 선암나루를 지났으니 지리적으로 선암나루는 근방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였다. 거룻배를 통해 수많은 물자가 들고나니 자연스레 선암장이 생겼다. 음력으로 3일과 8일마다 시장이 열렸으니 수백 년 역사를 간직한 선암장은 광주권 서부에서 견줄만한 장이 없을 정도로 컸다한다.
그러다 1913년 호남선과 경전선이 지나는 길목에 송정리역이 생겼다. 광주 최초의 기차역이다. 신속 정확하게 기차가 물건을 실어 나르니 황룡강을 오르내리던 거룻배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송정리역 가까운 곳으로 장터가 이동하면서 송정장이 됐다. 1920년대까지도 송정장은 광주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시장이었다. 매월 6차례이던 장날을 아예 12차례로 늘리기까지 했다. 지금은 규모가 줄고 10년 전 우시장이 번성할 때 만큼은 못하지만 지금도 송정장의 위세는 대단하다.
매생이·감태·파래·김이 바다빛깔을 보여주고 명절이면 제사상에 오를 죽상어가 넘친다. 한 마리에 만원하는 죽상어는 한 이틀 햇볕에 말려 갖은 양념과 실고추를 얹어 쪄먹는다. 담양에서 건너온 죽순이 소복하고 나주·함평·영광·목포에서 올라온 먹거리와 볼거리가 발길을 붙잡는다. 봄향 담뿍한 봄나물까지 코끝을 유혹하니 도심사막 속 오아시스처럼 ‘사람’을 맞이하고 ‘인정’을 듬뿍 담아준다.

#산나물 먹고 봄!봄! 장터에서 찾은 봄의 흔적=충북 영동군

장돌뱅이 가슴에 먼저 찾아온 봄, 충북 영동 임산 5일장.
입춘(立春)을 맞이하고도 한참이 지났지만 코 끝에 닿는 공기는 여전히 차갑다. 그래도 봄을 느끼고 싶다면 계절이 한 발 앞서 찾아오는 5일 장으로 떠나보자.
충북 영동 임산5일장은 아직 때묻지 않은 재래식 시골 5일장이다. '장사꾼'이 아닌 '장돌뱅이'를 만날 수 있는 이 시골 장터는 아침 일찍 시작해서 점심이 지나면 하나 둘씩 파하기 때문에 장터의 활기를 제대로 느끼려면 일찍부터 서두르는 것이 좋다. 자가용을 타고 가는 것도 좋지만 이왕 시골장터 여행의 운치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버스를 타고 내려가는 것도 괜찮다. 서울에서 구미, 황간행 버스를 타고 황간IC에서 내려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작은 구멍가게가 딸린 황간 시외버스 터미널이 나온다. 30분∼1시간 간격으로 다니는 임산행 시내버스를 타고 15㎞ 정도 더 들어가면 멀리 임산 5일장이라고 쓰여진 초록색 표지판이 시야에 들어온다.
임산5일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다. 운동장만한 공터를 다 둘러 보는데는 십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1930년대에 마을에 면사무소가 생기면서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을 따라 자연스럽게 장터가 형성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계획적으로 세워진 대도시의 5일 장터가 '없는 것 없는 만물상'이라면 마을 주민들이 직접 캐고 키운 농산물과 시골 사람들이 쉽게 구하기 어려운 물건들로 채워진 임산 5일장은 소박하고 정겨운 '물물교환 장터' 같은 분위기다. 외지 사람들보다는 상촌면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물건을 사고 파는 장보다는 안부 묻고 수다도 떠는 만남의 장에 더 가깝다.
나물이며 직접 만든 두부, 콩 등을 한 바구니 소박하게 짊어지고 나온 할머니들로 제법 장터의 모양새가 갖춰진다. 상인과 손님들이 한데 뒤엉켜 시끌시끌한 전형적인 5일 장터는 아니지만 충청도 특유의 여유로운 공기가 감도는 한산한 분위기는 마치 오지 마을로 여행 온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실제로 상촌면은 때묻지 않은 시골 풍경과 정서를 아름답게 묘사한 영화 '집으로'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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