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야간 교대제와 초보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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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야간 교대제와 초보운전
  • 박종욱 Pjw2cj@gyotongn.com
  • 승인 2003.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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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교통사고에 관해 택시운전자들과 대화하다 보면 운전자 스스로 분석하고 있는 사고 요인으로는 대략 ▲운임 수입을 높이기 위해 과도하게 서두는 운전행위 ▲일주일 단위로 바뀌는 주야간 교대근무로 인한 신체리듬상의 문제 ▲초보 운전자에 의한 지리 미숙지 및 운전미숙 등이 꼽히고 있다.
이 중 운임 수입을 높이기 위해 서두는 운전행태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지적한 바 있어 이번에는 주야간 교대근무로 인한 신체리듬상의 문제와 초보 택시운전자 문제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현재 대도시지역 회사택시의 경우 1주일 단위로 주야간을 교대 근무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번 주 월요일부터 다음 일요일까지는 새벽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하는 낮시간 근무조라면 다음주는 반대로 오후 5시부터 새벽 5시까지 근무하는 야간 근무조로 바뀌게 된다.
운전자들에 의하면 낮 근무조의 경우 일상적인 직장인들의 라이프사이클과 근무시간대가 거의 같으므로 낮시간 근무만을 유지한다면 운전피로 등 신체리듬과 관련해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반대로 야간근무조의 경우도 지속적으로 야간근무만 하게 된다면 나름대로 생활리듬이 정착돼 신체에 이상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문제는 근무시간대가 1주일 단위로 계속해서 바뀌게 된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사람이 우리나라와 시차가 큰 외국에서 근무하다 귀국하면 시차에 적응하는데 대략 3∼4일 정도, 길면 1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대도시지역 회사택시 운전자의 1주일 단위 주야간 근무교대는 신체리듬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데 엄청난 장애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주간 근무자가 일주일 후 평상시면 잠자리에 들어있어야 할 시간에 도로 위를 운행하고 있는 상황이 매주 번갈아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은 운전자들의 지적에 의하지 않더라도 심각한 교통안전 위협요소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회사택시의 경우 주야간 운전자를 교대근무시키지 않고 고정적으로 근무토록 한다면 그와같은 문제는 해소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지적이 가능한 상황이 아니다. 택시영업이 최근 낮시간동안에는 엄청난 도로의 체증으로 영업운행 거리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어 낮시간 운행시는 규정된 입금액을 채우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간 근무는 한결 사정이 나아 일단 소통상의 문제가 해소되고, 장거리 승객이 주간근무시 보다 많아 수입이 한결 낫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택시운전자 다수가 야간 근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부득이 교대근무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정이 있다.
이같은 상황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아예 주간근무자와 야간근무자를 별도로 채용해 근무토록 하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택시업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면허대수에 충족할만한 운전인력을 채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택시운전자는 주야간 근무를 1주일 단위로 교대해야 하며 이 때문에 신체리듬의 부조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운행에 나섬으로써 시도 때도 없이 졸리거나 졸음이 오는 가운데 운전을 강행하다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은 현상으로 최근 택시업계에는 초보 운전자의 취업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IMF 이후 산업계에서 쏟아져 나온 인력들이 신규취업이 곤란해지면서 택시운전직에 뛰어드는 경향이 뚜렷히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신규 택시운전 취업자들은 운전경력에서 초보가 아닌 사람이 많으나 영업운전의 경험을 보유한 사람은 거의 없어 택시운전에 관한 한 초보운전자로 분류된다.
이들 초보운전자들은 일단 생계 유지의 방편으로 택시운전직에 취업을 하나 지리숙지 미흡, 영업요령 부족, 체력적인 문제 등으로 수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일찌감치 택시운전을 포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나마 택시운전직을 고수하려는 초보운전자들은 일선 영업현장에서 실상 갖은 고초에 직면하게 된다.
많은 초보운전자들에게 가장 큰 애로사항은 지리숙지 미숙이다.
택시영업을 하기 이전에는 운행하는 지역의 지리를 썩 잘 안다고 자부하던 사람도 택시영업에 나서보면 상황은 전혀 다름을 금새 알 수 있다.
특히 서울 같은 대도시지역의 경우 지리를 손바닥처럼 꽤뚫어 승객의 요구대로 최단거리를 최단시간에 운행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승객에게 길을 묻는 경우도 자주 있지만 승객이 선선히 이에 응해주면 다행이나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왜 택시기사가 길도 모르느냐”는 시비에서부터 어렵사리 길을 찾아 목적지에 도착하면 “돌아 오는 바람에 요금이 많이 나왔다”는 식으로 운전자를 몰아세우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같은 부담으로 초보운전자는 목적지 도착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쓰게 되고 그러한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과속에 난폭운전, 지그재그운전을 감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초보운전자에 의한 택시 교통사고는 이같은 상황에서 자주 발생한다. 초보운전자일수록 경험미숙으로 인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무리하게 운행하다 일으키는 사고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초보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중 영업요령 부족으로 인한 수입금 결손과 이를 충당하기 위한 무리운전도 사고를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초보운전자의 경우 승객이 많은 장소나 지름길, 도로교통 체계 등에 대한 지식이 떨어지기 때문에 경험이 풍부한 운전자에 비해 영업수입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초보운전자나 경험많은 운전자나 회사에 입금해야 할 금액은 똑같다.
경험자들이 입금액을 채우고도 운임에서 다소의 여유를 누리는 초보운전자는 입금액을 채우기에도 급급해 “만약 입금액을 못 채우면 어떻게 하나”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고 한다.
못채우는 입금액은 자신이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소위 ‘뼈 빠지게 일하고도 돈을 밀어 넣어야 할 판’이니 영업에 혈안이 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에 따라 초보운전자는 가능한 쉬지않고, 가능한 빨리, 가능한 많은 승객을 태워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교통사고는 그같은 불안한 심리에 의해 자주 택시의 난폭운전, 과속이나 법규위반으로 나타나게 되고 그 결과 택시교통사고의 다발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택시노동조합 관계자는 “택시제도 자체가 가지는 문제점으로 인해 야기된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택시경영 및 영업 형태가 변하지 않는 한 그와 같은 문제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택시전문가는 “다소의 파격적인 제도개선이 요구되며, 이는 현재의 택시를 모범택시 수준으로 요금·서비스 수준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여기에 회사택시에 도급제 요소를 가미해 운전자가 자신의 능력과 판단대로 영업을 하도록 하되 불법영업 및 운행을 자행하는 택시에 대한 처벌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택시 교통사고를 줄이는 일은 운전자 개개인의 안전운행 의식과 준법정신도 중요하지만 택시운송사업 전반의 문제점을 해소해 제도적으로 안전을 보장하는 방안이 더욱 절실하다는게 택시관계자 다수의 지적이다.
따라서 택시제도 개선은 이용 시민에 대한 서비스 개선을 포함해 택시종사자의 근무형태 개선, 택시회사의 적정이윤 보장, 택시운전자의 영업력 극대화, 택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환경 개선 등의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복합적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업계, 택시노동계는 이같은 문제에 대해 보다 열린 가슴으로 진지하게 제도개선 방안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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