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지입제--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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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지입제--택시>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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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요금미터기를 부착한 택시가 이 땅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26년 일본인에 의해 설립된 '아사이 택시회사'다.
세계최초로 미터기가 개발되고 이를 부착한 시기가 1905년(독일)이니 택시 역사는 선진국에 비해 짧지도 않고 결코 뒤쳐진 산업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택시는 선진국에 비해 서비스와 경영적 측면에서 낙후성과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택시뿐 아니라 개화기와 해방 이후 대개의 운수업은 정부의 철저한 통제와 소수 개인의 독점에 의해 운영돼 오면서 국민 소득수준에 걸 맞는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입제의 태동
1960년대 이전의 운수업은 명목상 형식을 갖춘 사이비 주식회사로 불렸으며, 실제로는 '차량위탁경영제' 즉 '지입제'로 운영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지입제라는 명칭은 일본의 강점기 때부터 사용돼 왔던 것으로 해방 이후 어수선한 사회분위기에 편승해 우후죽순 격으로 일반화되고 고착화 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600년사'에 따르면 지입제가 판을 치게 된 근본 원인을 ▲민족자본의 영세성 ▲운송사업 자체의 여건이 타 사업에 비해 열악하고 ▲저수익으로 인한 자본가의 투자 의욕 감퇴 ▲6.25 전쟁 노획차량과 미군 불하 차량 등 잉여차량을 기 면허 운전자의 명의를 이용해 운행 ▲행정당국의 인식 결여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지입제는 정부의 654 고시(1961년)와 1111호 고시(1965년) 등으로 철퇴를 맞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이를 금지하고 있는 다양한 업종, 특히 여객업종에서 만연하고 있다.

▲직영화 강제 '654고시'
정부의 강력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입제가 근절되지 못하고 오히려 운수업 전반에 불법적인 하도급 경영이 성행하자 5.16 군사정부는 자동차 교통사업자의 자격 재검토 및 면허정비에 관한 654 고시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654 고시는 면허대수 전부를 본인이 소유하도록 하고 자격 면허대수 부족 등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사업면허를 취소하는 강경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이 제도는 자동차운송사업에 필요한 최소의 자격 기준을 처음으로 설정하는 등 자격의 재검토와 면허 정비를 단행했다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정부는 이후 자동차운송사업 제도화 방안인 1111호를 고시, 운수업체를 직영과 준직영으로 구분하고 부실업체를 정비했으며 무엇보다 1961년 발포된 '자동차저당법'이 운수업체의 기업화를 가속화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자가용자동차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택시 승객의 감소로 이어졌고 특히 지방 소도시를 시작으로 경영난에 봉착한 일부 사업자가 지·도급제를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이 경영방식이 과연 택시 발전을 저해하는 중대 요소인가에 논란이 일고 있다.

▲악용이 문제다.
최근 지방 도시에서 발생한 지·도급 사기 사건은 이 경영 방식이 무엇 때문에 지탄을 받고 문제가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택시 회사가 제삼자를 내 세워 차주를 모집한 뒤 보증금 등을 착복했는데도 회사는 자신들과 무관한 일로 책임 질 일이 없다고 발뺌을 하는 바람에 수십명의 차주가 거액을 떼인 이 사건은 그러나 법률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불법적 계약이고 대부분 기형적 계약을 하고 있어 제대로 구제를 받을 수도 없는 처지가 됐다.
지입제 경영 방식은 대 부분 경영상태가 양호하지 못한 부실 업체 또는 경제 규모가 적은 지방 소도시에서 성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영세한 업체일수록 지입제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데도 있다.
지입경영을 하고 있는 한 택시 사업자는 "하루 운송수입금이 뻔한 상태에서 운전기사에게 하루 사납금을 채우도록 강요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일정 급여를 주는 등 정상적인 경영방식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차주가 일정한 보증금을 내고 최소한의 관리비용만 회사에 지불하는 지입제를 회사나 차주가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입제는 세금의 포탈과 보증금 등 투자금 회수를 위한 무리한 운행, 적절한 차량 정비의 누락 등으로 서비스와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우리의 지·도급제와 유사한 형태로 택시 정책을 펴고 있으나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점이 전혀 노출되지 않고 있다.
이는 오히려 이 경영방식이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이를 양성화하고 제도화하는데 주력한 결과이다.

▲소사장에 대여제까지
프랑스는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는 운전기사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회사 소유의 자동차 영업 허가권을 임대하는 대가를 지불하고 나머지 운송수입금을 자신의 몫으로 하고 있다.
영국도 택시를 일반적인 상품으로 간주, 개인간 양도·양수 및 지입제, 도급제, 대여제 등 회사가 근로자와 계약을 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도입하는 어떠한 형태의 운영방식도 정부가 규제하고 있지 않다.
미국 역시 회사의 경영 형태에 대한 일체의 간섭이 없으며 회사와 운전기사를 고용 관계가 아닌 계약 관계로 인정하고 있고 대부분의 회사는 리스 및 도급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본은 택시 기사의 급여를 A형, B형, AB형, 리스형 등 4종류로 분류하고 고정급과 성과급 또는 영업 수입에 따라 일정비율을 임금으로 지급하는 등 다양한 형태를 도입하고 있어 사업자와 운전자 모두에게 최대한의 자율권을 보장 해 주고 있다.
싱가포르는 회사가 운전자에게 차량을 대여해주고 임대료를 수납하는 대여제로 1차량 1인제, 1차량 2인제 등 두 가지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임차료와 연료비를 제외한 나머지가 운전자의 수입금이 된다.

▲강력한 규제로 관리
정부가 택시산업의 수급과 운임 및 운송서비스를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것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러나 불친절 행위, 부당 요금 징수 등 서비스 부문에서 운전자의 과실이 드러나면 엄격한 법규를 적용하고 있고 택시를 운전하기 위한 기본 자격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선진국 택시 운전직은 고소득을 보장받는 동시에 사회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고 정부는 각종 세제감면을 통한 직·간접의 경영 지원을 하고 있다.
이처럼 경영방식의 간섭이 아닌 철저한 통제와 관리로 정부가 지적하고 있는 지·도급제로 야기 될 수 있는 각종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독약도 쓰기 나름
선진국의 택시 제도는 경영 형태의 자율성은 완벽하게 보장하되 교통안전과 승객 서비스 등은 엄격하게 감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경영 자율권 보장에 따른 세금포탈, 노사분규 등 잡음은 존재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다양한 경영 형태를 운전자의 개별 능력과 지역적 특성에 맞춰 적용할 수 있도록 배려, 우리와 같은 개인택시 프리미엄이 존재하지도,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되지 않고 있다.
지·도급제와 대여제, 리스제 등 다양한 형태의 택시제도는 취업 희망자의 금전적, 시간적, 경력 등 특성에 맞출 수 있어 굳이 개인 택시를 고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택시형태를 일률적으로 규제하고 심지어 근로자의 임금 지불과 운송수입금 관리를 규제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택시산업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택시 정책은 경직성과 획일적 사고방식을 탈피하고 선진국의 택시 운영 사례를 보다 면밀하게 분석, 적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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