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육상화물운송부문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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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육상화물운송부문 로드맵
  • 박종욱 Pjw2cj@gyotongn.com
  • 승인 2003.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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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화물운송부문은 동북아 물류중심 추진을 위한 로드맵 발표 이전부터 엄청난 소용돌이에 빠져 있었다.
올들어 2차례에 걸쳐 야기된 화물연대에 의한 수송거부 사태로 화물업계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초유의 상황이 전개됐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사태는 화물운송정책 전반에 대한 제도개선의 빌미를 제공했고, 여기에는 오랜 세월 관련 정책이 화물업 발전에 기여하지 못해왔다는 사회적 평가가 실제적 압력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화물연대 사태는 국가적으로 수출차질로 인한 직접적 손실과 함께 외국 선사의 부산항 기항을 기피하는 분위기로 이어지는 등 간접적 손실까지 합치면 엄청난 국익 저해를 불러왔다.
이같은 상황은, 참여정부가 회심의 좌표로 설정한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 개막으로 가는 교두보이자 활주로로 물류부문의 중요성을 인식, 급기야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가 물류혁신의 기치를 앞세워 물류 제도개선 등 전반적 발전스케줄을 마련하고 있던 차에 엄청난 충격으로 작용했고, 이로 인해 물류관련 부처가 사태 수습 과정에서 내놓은 여러가지 방안을 서둘러 취합, 로드맵을 만들어 내놓기에 이른 것이다.
육상화물부문 로드맵의 주요 내용은 ▲화물운송시장 완전개방 ▲다단계 운송주선행위 근절 ▲화물운송사업에 대한 사회적 규제 개선으로 요약된다.
이중 가장 뜨거운 감자는 역시 화물운송시장 완전개방이라는 문제로, 이는 일반화물운송업에 한해 설정돼 있는 등록기준대수(5대)를 철폐하는 것을 의미하며 지입차주가 희망할 경우 언제라도 개별사업자로 등록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방안은 정부 내부에서 거의 10여년 전부터 논의돼 온 사안으로, 특히 정책브레인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일반화물운송시장을 완전히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완전 등록제의 이행 요구에는 화물운송시장에서의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지 않거나 미약하다는 주장을 근거로 외국에서의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화물운송사업자들의 반발을 부추겨왔다. 사업자들은 완전등록제 이행으로 야기될 화물운송시장에서의 문제점에 대한 분석이 전제되지 않는 제도 전환은 시장 혼란만 부를 뿐 실효성이나 물류체계 합리화에도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업자들은 위수탁제도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제도로, 업체와 차주 모두가 필요에 의해 위수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지 어느 한쪽의 일방적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차주와 위수탁업체 모두에게 고유의 업무가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의 상충요소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들은 그 근거로 화물운송시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관건인 물량 수급에 있어 차주와 업체가 경쟁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을 꼽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화물운송사업자의 주장은‘지입제 유지가 궁극적 목표’라는 지적 앞에는 설득력 있는 대응논리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시장에 기여하는 부분이 명확하지 않은 위수탁업체가 존재하는 현재의 시장구조에서는 필연적으로 모순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구체적으로 위수탁업체가 화주의 물량을 차주에게 공급하지 못하는 한 차주는 화물운송주선사업자에게 종속되는 결과로 이어져 차주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화물운송주선시장의 영세화와 업체 난립은 다단계 알선의 빌미가 되고 있는 반면 이를 시장 지배의 계기로 삼고 다수 위수탁업자·주선사업자·군소 운송회사들을 관리하며 우월적 지위를 누리는 대기업 운송회사에 사실상의 내부자 거래 및 다단계 알선행위, 유사행위의 단초로 제공되고 있는 실정이다.
화물연대 사태는 이같은 구조적 모순속에서 발생한 것으로, 정부는 물량수급 문제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 위수탁업체의 경우 시장기능을 확인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즉 지입차주에게 개인운송사업자 등록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취지로 이들의 개별등록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같은 국면에 화물업계는 매우 조심스럽고도 신중히 대처하고 있다.
우선 먼저 개별등록제를 시행해온 용달·개별화물업계 역시 등록제의 폐해를 호소해왔기 때문에 일반화물업계와 용달·개별업계는 등록제 반대라는 정책목표에 자연스럽게 공동전선을 형성, 대처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정부의 일반화물업 개별등록제 전환을 담은 화물운수사업법 개정안(정부안)이 확정되기 앞서 면허제 또는 허가제 전환을 요구해온 용달·개별업계와 함께 일반화물업계가 국회에 호소, 현재 면허제 전환 및 허가제 전환을 담은 관계법 개정안 2건이 각각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 문제로 오는 11월∼12월 국회에서 정부안과 업계안의 대회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편 다단계 알선을 근절하기 위한 대안으로 정부는 공정거래 차원에서의 시장질서 구축을 목표로 소위 프랜차이즈제도라고 하는 화물운송가맹사업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제도는 가맹본부가 화주부터 물량을 확보하고, 주선·위탁단계를 거치지 않고 전산망 등을 통해 가맹점(개별차주)에게 직접 배정하는 형태로, 가맹본부는 일정규모의 자본금·가입차량·화물정보망을 갖춘 업체를 대상으로 등록토록 하고 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간의 거래는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을 적용, 거래를 투명화하고 당사자간 분쟁조정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침이 공개되자 업계는 다시 반발하고 있다. 특히 화물운송주선업계는 가맹사업이 주선업역을 잠식·침해하는 것이라며 극렬히 반대하고 있어 이 제도 도입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가맹사업은 정부나 업계의 주장 모두에 논리적 반발의 여지를 안고 있는 반면 양쪽 주장 모두를 담아낼 수 있는 운영상의 이점도 없지는 않다.
문제는 그간 관계법에 따라 등록, 적법하게 성실히 업무에 종사해온 주선사업이 화물연대 사태 때 운송료 중간착취구조로 비쳐진데 이어 주선사업자의 사업영역과 겹치는 가맹사업이 새로 도입되는 상황을 기존 주선업계가 수긍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 건교부가 관계법 개정안을 마련, 국회의 의결을 추진할 때 업계가 어떤 형태로든 이를 제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예상가능한 처리과정을 떠올려보면 우선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될 가능성과, 정부안대로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 또한 양측의 입장이 적절한 선에서 타협돼 절충안이 마련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일반화물업 및 용달·개별화물업의 허가제 또는 면허제 전환 요구가 완전등록제 이행을 추진중인 정부안과 국회에서 마주치게 될 상황과 거의 흡사하다.
하지만 이번 화물운수사업법 개정 추진은 여느 때와는 달리 초유의 화물연대 사태를 겪은 이후 범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란 점, 또한 화물운수사업법 개정 방향이 청와대 직속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의 물류중심로드맵과 일치하고 있어 정책적으로 힘이 실려있다는 점 등이 주목된다.
이제 이 문제는 거의 국회에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누구도 그 전말을 미리 읽어낼 수 없다.
다만 지적하고자 하는 바는 화물연대 파업에서의 교훈과 같이 더 이상 우리 육상화물시장이 정책으로부터 비켜나 있거나 이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 등 활성화에 필요한 자양분이 차단돼 있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시장 참여주체의 동의와 정부와 이들간 어떤 합의도 중요하겠지만 비전과 원칙도 중요하며 더욱 중요한 점은 지속적인 산업경쟁력 확보에 있다. 정부와 업계 모두 이 점을 언제나 염두에 두고 선택할 것은 과감히 선택하고 버릴 것은 냉정히 버리며 미래에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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