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관광산업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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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관광산업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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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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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의 2010년 국가별 관광산업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전체 평가대상 139개국 중 '32위'를 차지했다.

크게 의미 있다고 보지 않지만 2009년이 31위였으니 1년 사이 한 계단 내려간 결과다. 하지만 먼저 밝혀야할 것은 이 평가가 한나라의 관광을 모두가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설명하는 지표는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1위를 차지한 스위스의 경우는 물론 관광선진국이지만 2009년을 기준으로 외래관광객 수나 국제관광수입에서 전세계 국가 중 10위 안에도 들지 못한다. 엄청난 국토에 다양한 문화와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중국은 이미 외래관광객 5000만명 시대를 열어 세계 4위의 관광대국임에도 동평가에서는 우리나라에도 뒤처진 39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발표 결과를 두고 오랫동안 논의를 계속해오기도 하고 정책현장을 진단하는 틀이나 정책목표의 기준으로 삼아온 것도 사실이다. 이는 지난달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11년 관광정책 대국민 보고회'에서 밝혔듯이 WEF의 관광평가 순위를 4년 후인 2015년까지 '20위' 안으로 진입시키겠다는 정부의 관광정책 목표로 제시한데서 확인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먼저 자료의 한계 상 결과에 큰 차이가 없었던 2009년 자료를 살펴보자. 평가의 전체구조는 3개 분야에 14개 항목에 대한 결과이다. 여기에서 한국은 정책과 규제에서 34위, 환경적 지속가능성에서 55위, 안전 및 안보에서 71위, 건강 및 위생에서 37위, 관광정책우선순위 52위, 공항 39위, 도로교통 15위, 관광인프라 71위, ICT 8위, 가격경쟁력 102위, 관광전문인력 19위, 관광친화력 114위, 자연자원 91위, 문화자원 13위의 평가를 받았다.

이 결과만을 보면 언뜻 수긍이 안 되는 내용도 있다. 현 정부 들어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강력한 정책집행에도 불구하고 환경적 지속가능성이 55위에 불과한 것이나 세계적 수준의 치안상태에도 안전 및 안보가 71위로 나타난 점, 친절함이 한국 관광의 특징이라고 믿어왔지만 세계 최하위 수준인 점, 금수강산 우리나라의 자연자원이 91위로 밖에 평가되지 않은 점 등이다.

이 결과를 보는 첫번째 방법 중에 하나는 전체 순위 31위 보다 높은 항목과 낮은 항목을 나누어 보는 일이다.

우선 좋은 항목은 도로 교통, ICT, 전문인력, 문화자원 등 총 4개로 나타난다. 나머지 10개 항목이 평균을 낮추었다는 얘기다. 이 중 심하게 나쁘게 평가 받은 것이 다섯 개 항목이다. 안전 및 안보, 관광인프라, 가격경쟁력, 관광친화력, 자연자원 등이다.

왜 그랬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세부 항목을 들여다봐야 한다. 먼저 안전 및 안보는 테러대비 비용, 경찰신뢰성, 범죄대응 비용, 도로교통 사고율로 평가된다. 관광인프라의 경우는 호텔 객실수, 유명렌트카 회사수, VISA 카드가 받아지는 현금인출기(ATM)의 보급수준이 반영돼 있다. 가격경쟁력은 택시요금과 공항세, 상품구매력, 세금과 유류비, 호텔객실 가격 등으로 평가된다. 관광친화력(affinity)은 관광 개방성, 외국인에 대한 태도, 비즈니스 여행규모에 따라 이루어진다.

끝으로 자연자원은 세계자연유산과 보호구역의 수, 자연환경의 질, 생물다양성으로 평가된다. 이런 결과를 놓고 또 다른 방법은 과연 어느 항목에 집중적인 정책노력을 기울여야 우리나라의 경쟁력 순위가 올라갈 것인가를 살피는 일이다.

아무래도 안전 및 안보 항목은 관광에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인다. 눈에 띄는 것이 관광인프라 항목이다.

먼저 호텔객실수이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환경이 있다. 국내 합법적인 숙박시설은 관광진흥법상의 관광숙박업과 공중위생법상의 일반숙박 시설로 구분되어 있다.

어느 나라에서도 확인되지 않는 기괴한 시스템이다.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분하는 기준도 아니고, 단체와 개인 여행을 구별하는 기준도 아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일관성 있는 관광숙박 정책이 이루어지기 어렵고, 불필요한 숙박시설 확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차제에 모든 국내숙박시설이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진흥법에 통합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다음은 유명 렌터카 회사이다. 국내관광에서 자가용이용 비율은 2009년 기준으로 73.1%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저탄소 녹색정장이라는 정부의 정책기조가 무색해진다. 결국 이 행태를 바꾸기 위해서는 전국의 주요역과 터미널에 렌트카와 시티투어 버스의 연계망을 대폭 확충 해야한다. 그런 가운데 외래관광객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세계적인 렌트카 회사의 국내사업 확충을 지원해볼 수 있다고 본다.

현금인출기도 더 필요한 곳을 확인하고 금융 당국의 협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불용이성(payability) 확대는 관광지 편의환경에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격경쟁력에선 호텔 객실가격을 주목해 볼 수 있다.

고지식하게 호텔의 정상가격을 고집하기보다는 평균가격을 제시해 보는 것이 한 방법이다.

관광친화력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태도를 살펴볼만하다. 이와 관련 관광협회중앙회가 지난달 '관광객 환대실천 범국민운동본부'를 출범한 만큼 실효성 있는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자연자원의 경우는 관광에서 잘 해볼 수 있는 내용이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개운치 않은 항목도 있다. 전문인력이다. 아마도 사회적 학력수준 정도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동항목의 WTTC 평가가 훨씬 나빴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역시 교육의 질만큼은 고민해 봐야 한다.

2015년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 것도 아니고 어느 항목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정부와 관광업계의 비상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객원논설위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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