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단체장을 말한다' - 1. 돈과 권력을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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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단체장을 말한다' - 1. 돈과 권력을 맛보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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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운영, 직원 인사권 가진 ‘제왕 같은.....’

널찍한 사무실에 월 수 백만원 이상 판공비도

선거시 은밀한 거래는 공공연한 비밀 사항

일부 단체장 자정 노력 ‘비아냥’하며 봉사자 강조

전국에 150여개의 교통관련 단체가 있다. 이들 단체의 단체장(이사장, 회장, 위원장)선거는 대부분 3년에 한 번씩 치러진다. 단체장 선거 때가 되면 유난히 바쁜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바쁜 사람들은 매년 비슷하게 정해져 있다. 이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승리하기 위해 때로는 처절하게 전쟁을 치르고, 때로는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들기도 한다. 선거 후유증으로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파벌이 형성돼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식물 단체’로 변해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된다. 이들이 왜 단체장 자리에 이처럼 연연하는지 알 만한 사람은 안다. 별다른 자랑거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별 볼일 있는’ 자리로 불리는 단체장. 한 두 해가 아니라 때가 되면 바쁘게 뛰는 사람들을 보면서 조합원(협회원)들은 이면에 어떤 ‘별’이 있는지 궁금해 한다.

#사례
최근 한 단체장이 선거를 앞두고 ‘합의각서’를 작성했다.
이 각서는 단체장 선거전이 본격화 되면서 후보자끼리 작성한 것으로 당선된 단체장(갑)과 유력 후보자(을)간에 선거 이후 몫(자리)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각서는 서로를 믿지 못하는 세태를 반영하듯 법률사무소에서 공증까지 마쳤다.
[“갑”과 “을”은 단체장 후보를 “갑”으로 통일하기로 합의하고 각자 세력을 동원하여 “갑”이 단체장으로 선출되도록 노력키로 한다. 만일, “을”이 단체장 후보로 출마하거나 타 후보를 돕는 경우 5억원을 “갑”에게 배상해야 한다. “갑”이 단체장에 선출되면 “을”이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추대하고 △△자리에 “을”측 인사 5~6명을 추천하며 “갑”이 이를 수용한다. 단, ∇∇등 몇 명은 △△자리에 추천하지 않는다. 만일, “갑”이 이를 불이행 하면 “을”에게 5억원을 배상한다. “갑”은 “을”이 차기 단체장으로 선출되도록 최대한 노력한다.]
이들의 희망대로 “갑”은 단체장으로 선출됐고 “을”은 ▲▲자리에 앉았다.

단체장 선거 때만 되면 선거판에 나도는 소문들이 많다.

상대 후보에게 흠집을 내기 위한 ‘네거티브 전략’으로 나온 내용이다.

따라서 선거가 끝나면 상대방과 법적인 다툼을 벌이거나 파벌을 조성해 단체를 괴롭히는 ‘저격수’가 되기도 한다.

단체장은 가입된 조합(협회)원을 대표해서 업계를 이끄는 행정가이자 정치인이다.

업계를 위한 방안을 만들어 중앙부처나 자치단체와 협상을 하고 전체 조합(협회)원을 만족시키며 단체를 효율적으로 이끌어가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단체장에게는 급여가 없어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과 달리 단체장을 하면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얻는 자리로 알려지면서 선거 때마다 이전투구가 끊이지 않는다.

단체장이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겉으로 보기에는 평회원에서 조합(협회)장이 되는 단순한 변화지만 속내는 차이가 많다.

<돈과 명예가 따른다>

단체장이 되면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위상이 달라지며 씀씀이에 차이가 발생한다.

운수업종은 차량 1대로 사업을 하거나 적게는 2~3명, 많게는 10여명의 직원을 두고 사업을 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운수업체 대표가 단체장이 되면 10여명에서 많게는 50~60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중소기업 사장 정도로 위치가 달라진다.

일부 단체를 제외하고 대부분 최고급 국산 승용차가 제공되고 단체장이 필요한 모든 업무를 알아서 챙겨주는 비서와 직원들이 있다.

또 20평이 넘는 사무실이 제공되는 경우도 있어 어지간한 자치단체장과 맞먹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전국적으로 수 백명에 달하는 공제직원의 인사권(신규채용, 전보, 승진, 발령)을 갖고 있는 경우 단체내에서 그 위세는 제왕이 부럽지 않을 정도이다.

일부 단체장은 해당 지역에 있는 교통연수원 이사 직함을 갖고 공제사업을 하는 단체는 공제운영위원장이라는 직함이 추가된다.

또 지자체의 자문위원이 되는 경우도 있어 만나는 사람이 달라지고 대화주제에 차이가 나는 등 하루아침에 신분이 몇 계단 뛰어오르는 효과가 나타난다.

더욱이, ‘막연하게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에서 러브콜을 보내는 경우도 많아 더 큰 정치적인 꿈을 갖게 하기도 한다.

단체장은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판공비,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적게는 매월 200~3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가까이 돈을 쓸 수 있다.

여기에 각종 회의에 참석하면 수당이나 여비를 받고 심지어 휴대폰 요금 등 본인이 사용하는 경비 대부분을 단체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얼굴과 입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 되는 자리’로 불린다.

물론 조합(협회)원의 동의를 얻은 데다 단체들이 관행적으로 경비사용을 인정하고 있어 문제될 것은 없다.

그렇다고 단체장 자리가 만사태평인 것은 아니다.

연합회장의 경우 지역마다 정책에 대한 이해관계가 달라 방향을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또 지역단체(조합, 협회)에서 회비를 납부하지 않거나 탈퇴하는 경우도 있어 단체 운영상 애로를 겪기도 한다.

여기에 단체를 정책홍보나 시행을 독려하는 창구로 활용하려는 중앙부처 또는 지자체와 달리 조합(협회)원들은 업권을 보호하는 홍위병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양쪽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기도 한다.

<권력의 맛은 달콤하다>

하지만 이 정도의 애로사항은 한 번 잡은 권력을 내놓아야 할 정도로 어려운 것은 아닌 듯 하다.

단체장에 당선되고 임기 3년만 채우고 마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선거권을 가진 구성원을 자기편으로 더 많이 끌어들이고 연임제한을 없애는등 무리수를 두면서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있고 싶어 한다.

따라서 특별한 비리를 저지르거나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대부분 차기선거에 도전장을 내민다.

단체장은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더라도 자리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3~4회 단체장 선거에 나서 10여년 정도 자리를 차지하면서 ‘직업이 단체장이다’는 비아냥을 받기도 하지만 게의치 않는다.

또 연임제한이 있던 정관을 바꿔가면서 단체장을 계속 하는 경우도 있어 조합(협회)원들간 대립이나 파벌을 형성하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단체장이 자리욕심을 내는 것에 대해 ‘인간의 속성상 그럴 수 있다’며 이해하는 조합(협회)원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단체 발전을 위해 스스로 알아서 처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반응이다.

장수 단체장을 옹호하는 측은 “살림살이가 어려운 지역 이사장의 경우 회비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면서도 자리를 내놓는 것은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한 번 권력을 맛 본 사람이 그 자리를 내놓지 않는 것은 인간의 속성상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체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정관 등에 위배되지 않는 경우라면 능력 있는 단체장으로 인정을 해야 한다. 특히, 업계 이익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미래 비전을 만들어가는 단체장에 대해 오래 앉아있다는 이유로 나가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수 단체장에 대해 곱지 않는 시선을 갖고 있는 측에서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단체 정관을 바꿔가며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단체를 시끄럽게 만드는 것은 능력을 평가하기 전에 단체화합이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단체에 내분이 일어나 구성원이 탈퇴를 하고 조합(협회)원들끼리 싸우는 단체로 만들어 놓고 단체장에 욕심을 내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무보수, 명예직인 단체장을 계속 하고 싶어 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단체장 한 사람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전체의 의견을 집약하고 필요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단체의 역할이다. 따라서 한 사람을 고집하면서 분열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은 조합(협회)원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최근 서울의 한 단체장이 사비를 들여 직원들에게 명절선물을 제공하면서 다른 단체 직원들의 부러움을 샀다.

이 단체장이 개인 승용차를 사용하겠다며 단체에서 제공하던 승용차를 팔아 회비로 충당하도록 하자 ‘단체장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며 환호했다.

그런데 단체의 어려운 형편을 감안, 판공비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자 ‘그 사람 왜 그래?, 혼자 잘난 사람이군! 무엇 때문에 단체장을 하는 거야? ’라는 비아냥이 다른 단체에서 나왔다.

입으로는 단체를 위한 봉사지만 단체장을 하고자 하는 이유가 명백해진다.

단체에서 다툼이나 잡음이 발생하는 경우 그 중심에 단체장이 있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닌 듯 하다.
<단체장을 말한다 -2. 유혹과 욕심이 갈등을 부른다> ....다음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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