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최장 근로시간을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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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최장 근로시간을 보는 눈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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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부터 사회적 이슈였던 대체 휴일제가 물 건너갔다는 소식이다.

2009년 말 문화체육관광부가 관광산업선진화 전략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대체 휴일제 추진 필요성을 제기했고, 이후 정부 내 경제부처와 재계가 강력한 반발이 있자 소강국면에 빠지게 된다. 그러다 지난 해 10월 국가 고용전략회의에서 대통령이 "OECD 국가 중 근무시간이 길다는 것을 자랑할 때가 아니다"면서"“일자리가 부족해 쉬는 사람이 많은데 한 사람의 근무시간을 길게 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발언이 알려지면서 대체 휴일제 추진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듯하다 지난달 말 마침내 사실상 무산이라는 결과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요컨대 관광산업화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대체 휴일제를 추진했고 관계부처 사전 협의를 마친 상태에서 이뤄진다는 대통령 보고의 성격을 감안해보면 정부 내에도 일정한 합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동의하에 추진했던 문화체육관광부의 의견이 재계의 반발로 한방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재계와 경제부처의 대체 휴일제 도입의 반대 근거는 이렇다.

첫째, 우리나라 휴일수가 선진국에 비해 적지 않다. 둘째, 휴일 증가에 따른 생산차질이 크다. 셋째, 노동생산성 부족을 근면으로 보완해 온 우리나라 실정과 맞지 않는다. 넷째, 공휴일을 민간에게 강제하지 않고 유급휴일제도를 채택하지 않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 다섯 째, 서민과 임시·일용직 등 취약 근로자의 임금감소 우려와 85.3%(경총조사)의 구체적 반대가 있다. 여섯째, 대체 휴일제보다 연차 휴가 사용이 더 효과적이다. 일곱째, 정규직 이익을 위해 기업과 서민·취약계층의 부담만을 강요하는 포퓰리즘 발상이라는 것이다.

정말 대단한 논리다. 대체 휴일제를 반대하는 논리가 이렇게 많은 줄 이전에는 몰랐다. 그런데 이게 대체 휴일제를 보는 전부이고 올바른 시각일까?
우선 대통령이 언급했다던 OECD 가입 31개국 중 최장 근로시간을 따져보자. 이것 자체는 국가별로 처한 여건에 따라 판단할 문제이기 때문에 특별히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2007년 연간근로 시간을 살펴보면 우리가 2400시간일 때 독일은 1353시간이고, 2008년 우리가 2256시간일 때 네덜란드는 1389시간이었다. 2개년도 통계를 보면 대략 연간 1000 시간 내외의 차이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최장근로시간을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몇 가지 통계와 비교해보자. 우선 노동생산성이다. OECD 최저 수준이다. 한국이 51.2일 때 1위인 룩셈부르크가 117.5이다. 절반이 안 된다. 또 다른 자료가 산업 재해율이다. 구체적 자료를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 산업 재해율이 높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명백한 것은 과도한 수준의 장시간 근로와 산업 재해율이 필연적 상관관계가 있을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다. 업무집중률(employee engagement) 또는 업무 몰입도라는 개념도 있다. 완전 집중률 세계 평균이 21%라고 할 때 한국은 불과 6%에 불과하다. 소위 근면이라는 신화에 대한 집착이 보여주는 어두운 단면들인 것이다.

최근 발행된 '불안증폭사회'라는 책에서 설명되듯 앞서의 무한경쟁은 90대 후반 IMF 경제 위기와 2007년 말 금융위기를 통해 구체화됐고 우리 국민들이 예외 없이 트라우마에 빠지게 됐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흔히 학력계급사회, 부동산 계급사회라는 말과 함께 수도권과 비수도권, 강남과 강북, 기독교와 불교 등 수많은 우리사회 내 대립과 갈등의 양상으로 표현되는 모든 것이 여유 없는 경쟁사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앞서의 반대 논리는 그런 점에서 더 괘씸하다. 대체 휴일제를 관광산업 활성화 때문이라고 단순 대상화해서 깨부수고, 재계와 근로자를 양분시키는 프레임을 덮어씌우는 방식으로 폄훼하고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이는 태도가 그렇다.
며칠 더 쉬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대체 휴일제가 국민의 피곤함과 절망을 위로하는 상징기제라고 보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방안을 고민하던 대통령과 76.7%의 직장인과 학생,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를 위시한 여러 부처의 소망과 바람이 가진 자들에 의해 넉다운 된 꼴을 말하는 것이다.

지난 해 국민관광실태조사에서 의미 있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국민들이 여행을 하지 못하는 이유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라는 항목을 넣어봤더니 무려 3위인 11.7%가 나타난 것이다.
재계에서 밝히듯 대체 휴일제보다 기왕에 갖고 있는 연차휴가 사용률이 더 문제라는 말은 어떤 면에서 옳다. 그 말대로 휴가가 있어도 못가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국민의 다수는 대체 휴일제를 통해 단 며칠의 휴일보다 국민의 피곤함에 신경써주고 배려받는 느낌을 정부와 사회에 바란 것은 아닐까. 어쨌든 이번 결정이 국민의 삶의 질 향상, 공동체 회복이나 창조 사회로 가는 길에 좋은 일이 아닌 듯싶다.
<객원논설위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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