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부문의 '글로벌 스탠다드', 이제는 베껴오지 말고 만들어 나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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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부문의 '글로벌 스탠다드', 이제는 베껴오지 말고 만들어 나갈 때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1.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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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찰청이 교차로 신호등의 좌회전 화살표에 대한 3색신호등을 시범도입하면서, 이것이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라고 홍보해 경찰과 언론 및 시민들 사이에 큰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경찰청은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 찍어온 몇 장의 사진을 가지고 그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홍보하고, 일부 신문은 그런 시스템은 극히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을 뿐 많은 나라가 시행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반박하는 보도가 실렸다.

결국은 시민대표단이 참가한 공청회에서 공개토론회를 진행한 끝에, 많은 시민들이 부정적으로 응답하는 여론을 감안하여 경찰청이 도입을 중단한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글로벌 스탠다드' 논쟁을 보면서 이제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가 겸 G20 주도국가로서, 외국 몇 나라에서 시행한다고 그 나라의 시스템을 그대로 베껴오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설립되고 초창기에 교통전문가로서 연구활동을 시작할 때인 1987년경만 해도 외국을 다녀온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야말로 외국에 먼저 가서 보고 외국의 사례는 이렇다고 말하면 공무원이든 언론사든 그대로 수긍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 때는 새로운 교통정책을 제안하면 반드시 외국사례를 예로 들어야 했고, 외국에서 이렇게 하고 있다고 사진을 보여 주면 모두가 그것이 최상이려니 생각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해외출장을 많이 가서 외국사례를 많이 아는 것이 교통전문가로서 중요한 구비조건의 하나였다.

그러나 24년 이상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는 외국에 가서 더 이상 배워 올 것이 별로 없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가 외국보다 훨씬 발빠르게 움직여서 더 좋은 시스템을 개발하여 앞서 나가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들도 옛날에는 선진국에 가면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진기한 상품들을 선물로 사오기 위해 쇼핑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는 귀국할 때 상점에서 살펴보면 한국보다 못한 물건만 있고 대체 무슨 선물을 사가야 할 지 마땅한 물건이 없어서 고민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제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선진국의 하나가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외국의 몇 나라에서 시행하는 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베껴올 만한 것이 많지 않고,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는 우리나라가 교통부문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때가 됐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인천국제공항은 최근 몇 년간 계속해 공항 서비스 분야 '세계 1위' 평가를 받아서 이제는 선진국들이 인천국제공항 시스템을 베껴 가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통카드 시스템은 전세계에서 가장 앞선 시스템으로 인정받아 선진국 여러 나라가 배우려고 찾아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하철 스크린도어 시스템은 여러 선진국들이 와서 보고는 깨끗하고 조용하고 안전하다면서 감탄하고 배워가고 있다.

우리나라 시민들이 외국에 나가서 경험하다 보면, 인천국제공항처럼 편리한 공항이 없고, 우리나라 교통카드처럼 편리한 카드 시스템이 없고, 우리나라 지하철 스크린도어처럼 깨끗한 설비가 없다는 것을 누구나 느끼듯이, 이제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도하고 만들어 나가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외국의 사례 몇 가지를 가지고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베껴오지 말고, 우리나라가 교통부문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도하고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
<객원논설위원·교통연구원 교통안전방재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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