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코 베인 양수자들 어찌하나"...화물차 양수양도 폐해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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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고 코 베인 양수자들 어찌하나"...화물차 양수양도 폐해 심각
  • 이재인 기자 koderi@naver.com
  • 승인 2012.0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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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사람이 판 사람 불법까지 책임져야 하나"

양도자 잘못, 양수자가 처벌받는 피해 속출
구청, 화물운송법상 이전 사업자 처벌 불가

행정담당자, 의무적 안내 법적 장치 강화해야
양도․양수 절차와 시스템 대대적 손질 필요

지난 2004년부터 사업용 화물차의 증차가 공식적으로 동결됨에 따라 화물차(일반 카고형) 운송사업에 대한 신규허가는 불가능한 상태다.

이 때문에 현재 화물차 운송사업은 양도․양수를 통해 활동 가능하다. 하지만 양도․양수시 이전 사업자의 행정처벌 등 사업이력에 대한 처분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도가 이뤄져 양수자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현행법상 양수된 차량을 이용해 화물차 운송사업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려는 사람은 양도․양수를 위해 화물운송종사자격증 또는 화물운송종사자격증명 사본을 제출해야 하며, 자격증을 취득한 이에게만 사업 허가가 승인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을 인수한 일부 운송사업자 경우 대리인 운전자를 고용, 사업주 본인을 대신해 사업을 영위하면서 해당 사업자단체에 이를 보고하지 않아 화물차 운전자에 대한 관리 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런 형태로 고용된 화물차 운전자들은 대게 화물운송종사자격증 미취득자들이며, 운송사업자인 차주의 자격증으로 활동하는 것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통법규 위반 및 교통사고 발생시 도로교통법상으로는 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지만,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하 화운법)으로는 처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사업 대리인인 화물차 운전자는 운송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화운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며, 관련 행정처분은 실제 사업 소유주에게 전가된다.

하지만 이들 또한 법규위반 및 교통사고 발생시, 즉시 사업을 매매하고 있어 사업을 인수한 양수자가 이들을 대신해 행정처분을 받고 있다.

이 같이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의 양도양수에 따른 양수자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어 피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양도자 웃고, 양수자 운다

지난해 12월 이씨는 개인용달화물 사업을 하기 위해 번호판 프리미엄 값(약 900만~1000만원)을 지불하고 박씨로부터 사업을 인수받아 서울 A구청에서 양도양수를 신청했다.

하지만 양수자 이씨는 사업정지 처분을 받게 될 상황에 놓여 있다.

이는 기존 사업자 박씨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사업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처벌을 받기 전에 이미 사업을 이씨에게 양도했고 현재 사업은 이씨 명의로 전환, 등록돼 있기 때문에 이씨에게로 처벌이 승계된 것에 따른 것이다.

행정처분을 담당하고 있는 구청에 따르면, 사업 양도자인 박씨는 도로교통법에 의거해 행정처분을 받았으나, 화운법상으로는 처벌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고 경찰로부터 이에 대해 조치할 것을 통보 받았기 때문에 법규위반 관련 행정처분을 해야 한다는 것.

또 조회 결과, 박씨는 화물운송종사자격증 미취득자인 운전자를 고용, 대신 사업한 것으로 조사됐고 해당 사업자단체에 운전자 취업보고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구청은 관계법 위반내용에 근거해 ▲화물운송 종사자격이 없는 자에게 화물을 운송하게 한 경우 (위반차량 운행정지 30일) ▲1건의 교통사고로 2명 이하 중상을 입힌 경우 (위반차량 운행정지 5일) ▲화물차 운전자의 취업현황 및 퇴직 현황을 보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보고한 경우 (일반 20만원, 개별-용달 10만원 과태료)에 대한 행정처분을 이씨에게 부여할 방침이다.

▲양수자, 잘못 없어도 행정처분 가능

구청에 따르면, 법규위반 처벌 대상자가 사업을 양도․양수하면 양도한 자는 사업권한이 말소되기 때문에 적발된다 하더라도 관계법으로 처벌이 불가하다.
반면 위반사실에 대한 정보는 사업이력에 포함, 전산망에 남아 있어 이 사업을 인수한 자에게 처벌이 승계돼 향후 행정처분이 가능하다.

A 구청 관계자는 “전산망에는 홍길동이라는 사람이 차량 1대 사업자 개별차주로 등록돼 있으나, 실제로 홍길동이 사업을 하는지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다”며 “홍길동이 운송사업자 겸 운전자인 경우에는 사고발생시 도로교통법과 화운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나, 만약 별도 운전자를 고용했다면 사고를 일으킨 비사업자 운전자는 도로교통법으로, 사업자인 홍길동은 화운법에 의해 각각 처벌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B 구청은 “교통사고 및 음주운전 등으로 운전면허가 정지 혹은 취소되면 대부분 그 즉시 사업을 매매하기 때문에 운송사업자가 아닌 처벌 대상자를 화운법으로 처분하기는 어렵다”며 “양도․양수시 사업 명의가 양수자로 이전․등록되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자에게 책임이 승계 된다”고 말했다.

▲구청의 안일한 처리도 문제

법규를 위반한 개인 운송사업자들 중 열에 아홉은 사업을 매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위반 사항에 대한 책임은 새로운 사업자인 양수자가 감수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이는 현행법상 양도․양수시 사업면허를 비롯해 기존 사업자의 운송사업에 대한 이력과 사업자 의무 및 권한 등의 모든 사항이 전부 승계, 처리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피해는 사업의 일부 양도․양수가 가능한 법인사업체를 제외한 1대 개인운송사업자들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타 지역으로 양도․양수된 경우에 발생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타 시-도 양도․양수의 경우, 지역간 전산망이 연결돼 있지 않아 이전 사업에 대한 정보의 실시간 조회가 불가한 상태며, 일부 지역 관할관청에서는 사업이력을 확인하지 않고 양도․양수 처리를 하고 있어 양수자인 새로운 사업자의 피해가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편 관련 지자체의 담당자가 기존 사업에 대한 정보를 양수자에게 안내하지 않고 있어 미처분된 위반사항을 처벌하지 못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운송사업자들은 양도․양수로 인한 피해를 방지키 위한 대책 마련이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양수자 최씨는 “구청에서는 양도․양수시 이전 사업자가 행정처분을 받았고 이를 완수했는지 여부에 대해 전혀 안내하지 않고 있다”며 “이를 고지한다면 처벌을 감수하고 사업을 인수할지 포기할지 선택할 수 있어 이 같은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전 사업자를 대신해 처벌 받은 것도 억울한데 구청 직원의 안일한 처리로 형평성 문제마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사업자 이씨는 “정작 처벌받아야 할 자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돼 사업을 인수한 새로운 사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양도․양수시 구청 담당자가 의무적으로 안내하는 등 알 권리에 대한 법적 장치를 강화하고 사업 정보를 등록 관리하는 전산망을 하나로 통합 연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화물협회는 이 같은 사업자들의 피해는 자가용 화물차 영업을 가속화시키는 촉진제라고 일축했다.

협회 관계자는 “사업용 화물 운송사업자들 사이에서 불거지고 있는 양도․양수 피해는 사업용 화물차 수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운송사업자 권익을 보호하는 실질적인 법적 장치는 물론 이를 처리하는 절차와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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