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관광객 1000만명 시대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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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관광객 1000만명 시대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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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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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우리를 들뜨게 했던 외래관광객 1000만명 돌파기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솔직히 아쉬운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이제와 보니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판단이 든다. 사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관광마케팅에서 흔히 거론되는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에 따른 자기합리화 과정으로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따져 봐도 그런 결론을 갖게 된다.

돌이켜보면 2011년 연초 외래관광객 유치 목표는 930만명이었다. 이러한 목표가 연중 무난히 이루어지다가 11월경 연말까지 960만 명 정도로 초과 달성할 기미를 보이자 조금 더 힘을 내면 1000만명 달성도 가능할 것 아니냐는 희망론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럴만한 욕심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때 1000만명 유치가 이뤄졌다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많은 기회와 교훈을 놓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외래관광객 몇 만 명을 유치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자칫 잊을 뻔한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그간 정책당국과 우리 업계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왔는가를 반증한 결과이다. 또 하나는 외래관광객 1000만명 유치의 정책적 활용가능성이 크게 줄어들 뻔했다.

정책의 상징이라는 면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십진법에 맞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기회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외래관광객 1000만명 달성을 전후로 자연스럽게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배려를 이끌어 내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면 정책 기본방향 수정이나 전환의 모색도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작년엔 확실히 준비가 안 돼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외래관광객 유치 정책의 전략적 발전에 관한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인바운드는 관광객의 숫자보다 수익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어 왔다.

다시 말해, 100명을 유치해서 만원을 벌기보다는 10명을 유치해서 만원을 벌자는 말이고 더 나아가 100명을 유치해서 십만원을 벌자는 것이다. 말이야 반대할 여지가 없다. 다만 실현가능하느냐가 문제로 남아있다. 어찌됐든 이러한 요구에 대한 처방은 관광상품의 고급화, 고품격화, 고부가가치화 정도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어떤 영역에 이와 같은 정책 컨셉을 적용할 것인가. 무엇보다 이를 위해선 외래관광객의 이동흐름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방문은 가장 먼저 한국으로 출발하는 항공기에 탑승하면서 시작된다. 특히 그 비행기가 한국의 국적기라면 한국에 대한 정보와 첫인상을 줄 것이라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이점에서 이미 우리 항공사들의 수준이 국제적으로 높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의 입국장들이다. 한국을 대표할 관문인 인천공항의 수준 역시 세계적이라는 점에 이의가 없다. 따라서 시설에선 큰 문제가 없으나 다만 출입국 담당공무원 중 일부라도 특정국가나 인종에게 차별적 태도를 취할 경우 이를 크게 비판 받을 위험이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SNS의 세계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대중교통 수단과의 접촉이다. 지하철이나 리무진 버스의 경우는 큰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상당한 수준이다. 하지만 택시의 경우 끊임없이 문제가 지적되어오고 있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나 바로 옆 나라 일본 택시의 안정성, 청결성, 신뢰성과 비교되기가 쉬운 부분이다. 과거 화장실 문제를 단시간 내에 처리한 것처럼 택시 서비스 문제를 정책의 집중 해결 주제로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네 번째는 숙박시설이다. 숙박문제의 경우 최근 정부가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사안이 복잡해서 다른 글에서 다루기로 하고 여기에선 제외하고자 한다.

다섯 번째는 음식점이다. 우선적인 문제는 위생이다. 관광객이 음식을 먹고 탈이 났다면 음식의 맛이나 가격은 후차적일 수밖에 없다. 일단 위생문제가 해결되었다면 음식의 맛과 다양성 등의 요소를 평가해 봐야한다. 최근 한식 세계화 사업이 강도 높게 진행되고 우리 사회의 다문화 경향이 강해지면서 이 부분의 걱정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여섯 번째 접점은 쇼핑이다. 관광객 소비 지출의 변동성이 가장 클 수 있고 최근 우리나라가 쇼핑천국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급화의 여지가 가장 큰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중요한 것은 상품의 다양성, 가격의 적정성, 품질의 보장이다. 현재까지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으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점검이 필요하다.

일곱 번째는 관광객의 핵심 방문동기이자 대상인 관광지의 문제이다. 이곳은 자연명승지일 수 있고, 대규모 시설일 수도 있으며, 공연장이기도 하고, 마당일 수도 있다. 최근 이에 대한 처방으로 스토리텔링, 콘텐츠의 다양성, 체험관광 등이 이뤄지고 있으나 일본, 중국에 대해 경쟁우위를 보일 매력물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오랫동안 숙제로 풀어갈 부분이다.

이제까지 외래관광객의 서비스 접점 일곱 곳을 간단하게 확인해 보았다. 고품격, 고부가화, 고급이라는 방향을 일곱 군데의 현장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볼 때 관광서비스의 핵심은 사람과 시설 그리고 이 둘을 잇는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경험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각 접점에서의 사람에 대한 문제가 중요한 것 같다.

개략 금년 11월 정도면 외래관광객 1000만명 유치 달성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한바탕 잔치를 위해 지금부터 세심한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객원논설위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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