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토부 T/F 돌려도 '불법 증차' 답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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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국토부 T/F 돌려도 '불법 증차' 답 없어
  • 이재인 기자 koderi@naver.com
  • 승인 201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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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한 정부, 브로커 연륜 못 당해"

화운법 단서 조항ㆍ서류 위조 등 가지각색

지난달 총 132건 적발...'밑빠진 독' 악순환

공급초과로 불균형 가중...시장질서도 파괴

업계, "허점 많은 법 규정 검토ㆍ개선 절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을 빗대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화물운송시장에 각종 편법ㆍ불법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자가용 유상운송 행위를 비롯해 지자체별로 신규 발급되고 있는 특수용도형 화물차(청소용ㆍ살수용ㆍ소방용ㆍ탱크로리ㆍ자동차수송용ㆍ냉장냉동용)를 지난 2004년부터 공급이 금지된 사업용 화물자동차(일반형ㆍ밴형ㆍ덤프형)로 전환해 불법 증차하는 행위가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토해양부는 불법증차를 막기 위해 올 초 관련 T/F팀을 구성,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된 지난 2004년을 기준으로 당해 1월 20일부터 지난달까지 불법 등록ㆍ증차된 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고, 적발 건에 대해서는 해당 지자체별로 조치토록 시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적발된 건은 총 132건으로 이중 ▲108대는 감차 및 사업취소 ▲20대는 사업정지(60일) ▲ 사업자 4명이 형사고발 조치됐으며, 추가로 확인된 의심사례 421건에 대한 검증 작업이 진행 중이다.

또 지난 5일에는 16개 시ㆍ도 화물담당자를 소집, 불법증차 관련 회의를 개최해 형사고발 등 행정처분에 대해 논의했으며, 이 문제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 업무처리시 면밀히 검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국토부의 노력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이는 불법 증차를 가능케 하는 단서조항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명시돼 있어 지입차주를 영입해 영업용 번호판을 대여하는 일부 법인운송사와 브로커가 이 조항을 이용해 불법 증차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에도 불구하고, 불법 증차된 사업용 화물차 대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화물운송시장은 한층 더 피폐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불법 증차 근절, 열손가락도 역부족

최근 국토부는 공급이 허용된 특수용도형 화물자동차를 이용해 불법 증차하는 건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불법 증차되고 있는 또 다른 구멍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조치도 행하지 않고 있어 지금 이 순간에도 물은 계속 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화운법 차량충당(신규허가ㆍ증차ㆍ대폐차) 조건의 ‘지입차량 운송사업의 허가 또는 소속변경(제2호)’의 단서조항을 일부 브로커와 운송업체가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해석, 이를 이용해 불법 증차를 버젓이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로커들에 따르면 차량 1대로 화물운송사업을 영위하는 개별ㆍ용달화물의 경우, 해당협회가 2004년 이전처럼 차량말소 동시에 대차하고 있어 대차할 차량이 없으면 대폐차 수리통보서를 발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는 반면, 지입차주와 위수탁 계약을 체결해 사업 중인 법인 화물업체는 단서조항(대폐차 유예기간 6개월)을 이용해 불법 증차를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항을 악용한 일부 법인화물업체는 지입차주와 계약 종료시 해당 협회에 폐차 신고한 후 6개월 이내에 대차하고 있다.

유예기간 동안 브로커 및 일부업체들은, 대폐차 수리통보서를 허위로 분실 신고 또는 위조해 재발급을 받고 있다.

이 작업으로 최초 원본 이외에 최소 한 장의 또 다른 서류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

이중 한 장은 제2의 명의로 타 시도에 등록된 법인업체 또는 브로커ㆍ지인들에게 양도ㆍ양수한 후 양수자가 이를 대폐차해 불법 증차하는데 사용하고 있으며, 또 다른 한 장은 대폐차 수리통보서 내용과 일치시켜 대폐차하고 있다.

즉 위수탁 계약 종료 후 발급되는 대폐차 수리통보서 한 부로, 최소 한 대의 유령 화물차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이 단서조항은 허가제로 전환된 지난 2004년에 생긴 것으로, 현행법 ‘시행규칙 52조의 2 (차량충당조건 적용 제외 차량)’에 명시돼 있어 아직까지 유효한 상태다.

화물업계 관계자는 “2004년 이전 등록제 때는 반드시 대차할 차량이 확보된 경우에만 대폐차했고, 차량 말소 즉시 대차 등록했기 때문에 이 당시에는 대폐차 수리통보서로 불법 증차하는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법이 개정된 이유로는 위수탁 계약 종료시 다른 지입차주를 영입하는데 어려움이 수반되는 법인업체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한편, t급이 높은 화물차일수록 제작기간이 다소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단서조항이 제정됐다”고 설명했다.

▲"화물운송시장 뿌리는 썩어가고 있는데..."

이 같은 사례들을 보면서 화물운송시장의 발전ㆍ성장 가능성을 매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위의 사례를 비롯해 브로커와 손잡고 구조 변경된 화물차를 서류상으로 반품ㆍ처리해 제작증의 최대적재량 등의 내용을 수정한 후 업종(일반ㆍ개별ㆍ용달화물) 변경해 상향 t급으로 대폐차하고 이를 되팔아 부당이익을 챙기는 등 가지각색의 편법행위가 시장에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집배송 택배차 증차발표에 따라 사업용 번호판을 양도해 자가용 화물차로 운송 사업을 영위하는 수가 늘고 있는 만큼, 타 시도 양도ㆍ양수와 대폐차로 인한 불법 증차에 대한 위험 노출은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반면 국토부와 16개 시ㆍ도 지자체는 이를 관리ㆍ조치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현역으로 활동 중인 브로커를 포함해 편법에 ‘도’가 튼 이들 업자들을 보면, 대부분 최소 15년 이상 화물운송시장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반면, 관련법과 행정 처리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의 업무수명 및 전문성은 여기에 턱없이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일부 지자체 화물담당자 경우, 의지마저 상실해 브로커들 손바닥 안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토부가 불법 증차를 뿌리 뽑겠다고 선포 후 작업에 착수한 11월 11일 이후에도 여전히 경기(2011.12)ㆍ충청(2011.12)ㆍ강원(2012.4)에서 업종 변경 및 불법 증차된 사업용 화물차가 서울지역으로 양도ㆍ양수돼 전입에 성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국토부가 최적의 법안을 제시하는 한편, 전국 지자체의 화물담당자가 눈에 불을 켜고 단속 등 업무에 임한다하더라도 전망이 그리 밝다고 볼 수는 없다.

화물업계는 근본적으로 화물운송업체ㆍ운송사업자ㆍ차주가 일한 만큼의 합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화물업계 한 전문가는 “화물운송사업자가 납득할 만한 운임단가는 물론 유가상승분에 대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화물 또한 다품종 소형화로 급변하고 있어 화물운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불법 증차로 대당 최소 900만원에서 최대 2500만원 선의 부당이익을 챙길 수 있고, 이와 관련해 이력추적 및 처벌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영세한 화물운송시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특히 불법 등록ㆍ증차 문제는 수요 대비 공급이 초과한 화물운송시장의 불균형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단가하락 및 출혈경쟁을 조장시켜 시장 전체의 질서를 파괴할 수 있다”며 “정부는 사건이 터진 후 처리하는데 급급해하지 말고 16개 시ㆍ도 전산망을 통합하고 이를 전국 일반ㆍ개별ㆍ용달 화물운송협회와 연합회에 연결해, 대폐차 및 양도ㆍ양수 업무 처리시 전국 어디서나 해당 실무자가 실시간으로 조회ㆍ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사전 예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화물운수사업법의 단서조항을 적극 검토ㆍ손질해 불법 증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야 할 것”이라며 “이런 대책 없이는 결국 ‘다람쥐 쳇 바퀴 도는 식’으로 악순환만 가중돼 약 8년간 국토부가 동결해왔던 공급기준이 자체가 무색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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