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문제 현주소]“대형건물의 무료 주차, 가장 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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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문제 현주소]“대형건물의 무료 주차, 가장 큰 문제”
  • 정규호 기자 bedro10242@naver.com
  • 승인 2012.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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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주차 습관을 없애는 정책이 필요한 시대
“강력한 일원화 단속으로 시민 의식 바로잡아야”
오전 싸고, 오후 비싼 탄력적인 주차 요금 필요

“대형건물에서 주차비를 받지 않는 것이 요즘 주차 문제의 핵심이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현재 주차 문제의 관건이다” 윤장호 한국교통연구원 도시광역교통연구실장은 지난 1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 밀착형 주차정책 혁신 및 실천 방안’에 대한 정책토론회서 주제발표(자동차 2000만대 시대의 국민 밀착형 주차정책 혁신 및 실천 방안)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윤 박사에 따르면 1990년대에는 주차장 면수를 두 배로 계산하더라도 자동차가 많았을 정도로 주차장 부족 문제가 당시 현안이었다. 정부에서도 주차 시설을 늘리는 것이 당시 현안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대안이어서 모든 정책적 역량을 여기에 집중시켰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주차면수와 자동차등록대수는 비슷해졌고, 도심부 교통량 집중현상과 GDP대비 저렴한 주차요금 등이 현안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는 주차면수가 자동차등록대수를 뛰어넘어 대도시 도심부 주차장 공급이 포화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대형 주차장 입구 주변도로 정체, 공영 주차장의 사유화, 백화점, 영화관 무료주차 제공으로 인한 교통 혼잡 증가가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불법 주차가 증가함에 따라 구급, 구난 차량의 진입 및 활동이 방해받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도 지탄을 받고 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최소 5건은 불법 주차 때문에 구급, 구난 활동이 방해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시민들의 책임 의식도 결여돼 주차 단속을 강화해야 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정작 본의 단속에는 관대한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나 이기적인 시민 의식 수준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소수 시민이 주차단속에 불만을 품고, 포크레인으로 파출소를 습격하고, 단속 요원을 폭행한 사례 등은 이미 어제 오늘일이 된 지 오래다.  또, 불법을 불법으로 여기지 않는 우리나라의 불법주차 시민 의식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다툼으로 이어지는 등 현재 우리나라의 주차 문화는 낯뜨거울 정도로 이기적이라고 지적했다.

윤 박사는 이어 마트, 백화점, 영화관, 종교, 교육시설 등 같은 차량 혼잡을 대량으로 유발시키는 곳에서 주차비를 받지 않는 것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주차 문화라고 꼬집었다. “진입차량은 많은데 대기 공간이 부족해 교통 혼잡이 유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유통점에서는 공공시설인 공영주차장을 사유화해 주차장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재래시장에서도 일정구역 시간대에 불법 주차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는 불법주차를 조장하는 상반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바로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현재의 주차장 공급정책도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 민원으로 2007년 이후 주택가 공동주차장과 거주자 우선주차면수도 감소 추세고, 인천시 그린파킹 마을조성사업 백지화 등이 바로 시대적 흐름을 역행한다는 것이다. “증가 추세가 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지난 8월 서울시 제16차 도시계회위원회에서는 정비예정구역 18개소를 지정 해제하기도 했다. 이는 주차 정책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강한 규제를 통한 주거지역 주차장 확보 의무화도 난항을 겪고 있다. 1989년 이후부터 추진된다고 한 ‘차고지증명제’는 자동차 업계와 시민들의 반대로 추진과 연기를 반복하고 있고, 정부도 차기 정부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양새다. 1989년 2월 차고지 확보 특별법 건의, 1993년 1월 차고지 증명제 입법예고, 1993년 8월 당정협의에 의해 유보, 1995년 10월 당정협의에 의해 또 유보, 1998년 2월 차기정부로 이월, 2000년 12월 제도도입 재검토 된 상태다.

윤 박사는 차고증명제를 2025년까지 완전 시행(제주도 자동차 등록대수 287,010대 기준)할 경우 차량 1대당 6만 5000원 정도(1년 기준)의 통행시간 절감 편익을 얻을 수 있고, 13만 6000원 정도(1년 기준)의 차량운행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이는 제주도에서만 연간 580억원 정도의 사회적 비용이 절감되는 액수다.  또, 이를 전국으로 확대해 단순 계산하면 자동차 2000만대 기준, 연각 약 4조원의 사회적 비용이 절감 될 것으로 예상했다.

윤 박사는 이러한 주차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먼저 주차 요금과 정산 방식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현재 분, 시간당으로 계산되는 주차요금을 시간대별로 바꾸고, 요금을 올리자는 것이다. 주차 수요가 많아지는 시간대에는 가격을 많이 인상하고, 후불제인 주차 정산 시스템에 최대 허용 이용 시간을 둔다면 차량 혼잡을 억제시키고 주차 문화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오전은 동결, 오후는 비싸게 주차요금을 받은 결과 장시간 동안 주차를 하는 사례가 사라졌고, 주차 점유율의 차이가 안정화 됐다.

다음으로 경찰과 지자체 공무원으로 이원화 돼 있는 단속체계를 일원화로 강화해 ‘불법은 불법’이라는 인식을 시민들에게 확실히 심어주고, 과태료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서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기초생활질서 확립방안에 나온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10명 중 4.6명은 이원화된 단속 구조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또, 10명 중 7.2명은 단속의 일관성이 부족해 운전자들의 불법주차를 일삼더라도 목소리만 크면 봐주는 것 같다고 답했다. 때문에 영국과 일본은 주차 단속 권한을 민간업체에 위탁해 단속(바퀴 자물쇠, 실제 견인)을 현실화했다.

끝으로 윤 박사는 주차장 수익, 혼잡통행료, 교통유발부담금, 단속과태료 등을 모아 다시 재래시장 주변에 공영주차장을 제공하고, 노후 주택가 등 낙후지역에 공동주차시설을 확보할 수 있는 재원으로 다시 활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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