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단가경쟁 물량공세로 화물운송시장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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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단가경쟁 물량공세로 화물운송시장 ‘휘청’
  • 이재인 기자 koderi@naver.com
  • 승인 201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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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수익률 전년대비 5.8% 하락

“손실분 보전위해 추가 물량 확보하는 방법이 최선책”

화물업계 “대형마트 5일제 근무 같이 상생방안 실행돼야”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 자리 잡은 택배 서비스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체들의 과잉경쟁으로 인해 화물운송시장 전체가 일촉즉발 위기에 놓였다.

그간 고질적 문제로 제기돼 온 바 있는 단가개선 문제에 대한 뾰족한 답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다 택배사의 영업이익 수준이 바닥을 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이에 대한 손실금 보전을 위한 업체간 경쟁이 극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배송기사 등 근로 종사자의 처우 및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가능성도 사실상 희박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 업체들로부터 보고된 바에 따르면, 택배시장 수익률은 전년대비 5.8% 감소한 반면, 유류비ㆍ인건비 등 상승요인을 반영ㆍ적용한 수준으로 단가개선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이로 인한 적자가 심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임시방편으로 신규 물량을 추가 확보하는 방안을 각 업체들이 택하면서 택배시장내 마케팅 전쟁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업체간 출혈경쟁...악순환 연속

최근 대한상의가 전국 300개 택배영업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리서치 내용을 보면, 5000원으로 책정된 택배의 경우 건당 평균 325원 수익이 나오고 있으며, 이 같은 저단가ㆍ낮은 수익률로 인해 파생된 문제가 물량처리ㆍ배송 기능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배송단가 하락으로 인해 과거보다 많은 물량을 처리해야 관련 종사자들이 일정 소득을 취할 수 있는 시장구조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고강도 업무를 비롯해 근로시간 연장 등의 현상이 가중되면서 시장 이탈로 인한 인력부족 현상과 이에 따른 서비스 마비에 대한 문제가 택배 시장에 뜨거운 감자로 재조명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설문에 응답한 영업소에 따르면, 배송기사 1인당 하루 평균 110개의 화물을 배송ㆍ처리하면서 약 12시간을 소화하고 있으나, 수익자부담 원칙에 의해 단가개선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물량을 확보해 수지타산을 맞춰나가는 방향으로 풀어나가는 것을 최선책으로 선택하고 있으며, 관련 사항이 추진ㆍ실행되고 있어 할당량 외 초과업무가 추가적으로 배정돼 과부하에 걸린 상태다.

이에 따라 날이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는 시장 환경문제 심각성은 한층 더 가중될 전망이며, 올 상반기 대두됐던 택배시장의 운송거부 사태가 재발할 위험성마저 거론되고 있어 택배시장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A택배사 서울지역 영업소 관계자는 “경유 값이 800~900원대였던 2000년대 초반 상황과 견주어 볼 때 2배 가량 뛰었으나, 당시 박스당 단가와 현재 책정된 가격은 별반 차이가 없다”며 “추가근무로 인해 발생한 초과수당은 정해져 있지 않은 반면, 700~800원 선에 머무른 박스단가만으로 이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속 배송기사 김씨는 “물량처리 속도와 배송시간을 맞추기 위해 자발적으로 지원, 추가활동 여부를 선택하는 방식이 아닌 의무적으로 해야만 하는 반강제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150박스 배달해야 150만원 전후로 수입이 나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220~230 박스 처리해야 150만원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가조정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넷 쇼핑몰 등 저단가 물량만 추가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어 노동대가는 커녕 기름값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소리 없는 아우성...시장 붕괴 예고

“상식 이하의 가격을 내건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 중인 일부 대형업체들 때문에 운송단가는 계속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며, 이에 따른 경쟁으로 단가개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저단가 경쟁을 조장한 대형업체들이 단가개선을 촉구하고 있으나 이들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이기 때문에 해결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는 중ㆍ소형 업체는 물론 가격경쟁을 주도한 메이저 기업 담당 실무자들로부터 나온 의견이며, 서울지역 가락시장ㆍ노량진 시장 등 일선에서 활동 중인 개인화물운송 사업자 겸 배송차주들까지 인정한 내용이다.

특히 신규 물량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일반화물을 택배 서비스로 유치해 가동을 목표하고 있는 일부 택배사들이 저단가 마케팅 카드를 꺼내 들어 활동하면서 화물운송시장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업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최근 들어 시장공략에 들어간 일부 메이저 업체들이 화물운송시장 참여자의 공급과잉으로 화주사와의 불공정 거래가 계속되고 있어 ‘울며 겨자먹기’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자사 실익에 대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추가 물량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점을 강조하며 업체간 경쟁구도를 심화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만약 이 문제가 장기화되면 배송기사들의 운송거부 사태는 물론, 이로 인한 사회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충분한 점을 언급하면서 화물차주들이 인정할 수준으로 보상조건을 조정하고 단가경쟁의 병폐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관련업계 한 전문가는 “일부 대형업체들이 저단가 영업경쟁을 부추기면서 중ㆍ소형 운송사와 개인차주가 계약한 물량을 빼앗는 현상이 최근 들어 늘고 있다”며 “택배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수지타산을 맞추는데 열이 오른 메이저 업체들이 자금력을 앞세워 계약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경쟁에서 밀린 영세업체는 자연스럽게 소멸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물량이 대형업체로 편중되면서 이외 중ㆍ소형 업체와 개인운송사업자들은 이들 업체와 계약을 맺어 편입ㆍ흡수되고 있으며, 단가경쟁으로 추가 확보한 저단가 물량이 밀려들면서 협력업체와 소속 차주들의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는 반면, 처리해야 할 일은 계속 늘어나 악순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최근 전통시장 관련 지역상권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한 대형마트 5일 근무제와 같은 상생이 가능한 대안을 마련ㆍ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문제에 대해 물량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택배사들은 최소 운송요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단가하락을 방지해야 하며, 이에 대한 관리를 위해 택배만을 위한 법을 제정해 사업허가ㆍ요금ㆍ차량 등을 현실 맞게 조정하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국내 상위 업체로 손꼽히고 있는 A사 관계자는 “일정선 아래로 단가 조정을 하지 말자는 논의가 업체들 사이에서 이뤄졌으나, 공정위로부터 가격 담합이라는 이유로 처벌ㆍ조치된 사례가 있다”며 “택배시장이 원활히 가동될 수 있도록 정부가 조속히 조치를 취해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들 업체들은 국민 1인당 택배를 주고받는 횟수가 한 달 평균 7.3박스에 이르는 등 택배 시장 및 이용횟수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언급,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단가개선이 이뤄져야 인력ㆍ차량부족으로 인해 발생된 서비스 질 및 선진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하고 있으나, 정부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임하지 못하고 있어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다”며 “택배요금 체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나, 관계부처가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업 특성상 투자대비 이익을 남겨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단가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배송기사ㆍ터미널 분류작업자 등 관련 종사자들의 생활은 더욱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택배를 포함해 화물운송시장의 대규모 사태의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단가문제를 회피한 정부가 이를 공론화 시켜 사회적 합의를 거친 후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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