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보사들, 신용카드 수수료 인상에 맞서...
손해보험사들이 신용카드사들의 수수료 인상에 맞서 보험료의 현금 결제를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한 해 카드 수수료만 3천억원 넘는데다 최근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 통보로 500억원 이상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보험ㆍ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동부화재, 현대해상, LIG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는 자동차보험의 현금 결제 또는 계좌 이제를 고객에게 적극 요청하기로 했다.
연금저축 등 장기보험 상품은 최대 1% 깎아주는 정책도 확대할 방침이다.
손보사들은 카드납부를 금지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고객 불편이 너무 크다는 점 때문에 현금 결제를 택할 수 있도록 안내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장기보험 상품은 카드보다는 계좌로 자동이체를 하면 1% 할인 효과가 있다는 점을 고객에게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낮춰주면 그만큼 보험료를 내리는 데 쓰기로 했으나 대폭 인상 통보로 모든 게 무산됐다"면서 "보험 상품의 현금 결제 비중을 늘려 보험료 인상 가능성을 최대한 막는 데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LIG손보, 메리츠화재는 연금 저축을 계좌 자동이체하면 1%, 동부화재는 0.5% 할인해준다.
현대해상은 장기보험 모든 상품을 1%, 한화손해보험은 0.5~1.0% 깎아준다.
다른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매년 갱신하는 상품이라 현금이나 카드 결제 시 차이가 없으나 사업비 절감을 위해 현금으로 결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손보사는 고객이 자동차보험료를 현금으로 결제하면 보험설계사가 비공식적으로 1~2% 정도 깎아주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보험 등 손해보험 상품의 70%은 카드로 결제된다. 손보사들은 카드사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가맹점이란 이유로 고액의 수수료를 받아간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최근에는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 비씨카드 등이 대형 손보사를 대상으로 2% 중후반 대까지 수수료를 높이겠다고 통보했다.
보험영업 적자로 존폐의 갈림길에 선 손보사들은 이번 기회에 현금 결제를 활성화해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자는 데 뜻을 같이한 결과다.
삼성화재 등 대형 손보사들은 보험료 현금 결제 유도와 더불어 카드사와 협상을 통해 과도한 수수료율 인상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카드사가 인상된 수수료율을 고집하면 생명보험사처럼 카드납 자체를 금지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기로 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는 의무보험으로 세금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라 다른 업종처럼 1.5% 정도의 수수료만 받아도 충분하다"면서 "단순히 금융보험업종이기 때문에 2%를 훨씬 넘는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매년 적자를 내는 자동차보험 사업을 벼랑 끝에 모는 격"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