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SOC 시설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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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SOC 시설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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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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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주 교수의 교통 View

 
예비타당성 조사란 국가예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예산 투입 필요 여부에 대하여 사전에, 재정당국에서 1억 원이라는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타당성을 개략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를 말한다.

예비타당성 조사 시 경제성을 나타내는 '편익 대 비용' 비율이 1이상이거나 지역균형발전, 지역낙후도 등의 정책적 판단사항을 종합한 위계적 분석 방법 분석 결과, 사업시행지수가 0.5이상일 경우 사업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교통 SOC 사업의 경우도 수요가 없거나 경제성이 낮은 사업의 무리한 추진을 방지하기 위해 총 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인 대형 투자사업에 대한 사전검토를 실시한다. 여기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수요에 대한 개념이다.
19세기 초, 프랑스 경제학자인 세이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 수요가 공급에 맞춰 조정되기 때문에 경제는 늘 균형을 유지한다는 논리다. 이것이 '세이의 법칙'이다.

그러나 1929년 시작되어 약 4년간 지속된 초유의 대공황 상황아래서는, 공급된 것이 판매되지 않아 공장이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에 케인즈는 '세이의 법칙'이 모순이라 지적했다. 케인즈의 논리는 총수요의 크기가 총공급을 결정한다는 유효수요의 원리에 근거를 두고 있다.

통시적 관점에서 보면, 공급관리에서 수요관리로 전환된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대적 관점에서 보면, 두 논리는 엄연히 공존한다. 교통 SOC에서는 아직도 전자가 더 강하다.
일반적으로 도로가 공급되면, 차가 다니게 되고 건물도 들어서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지역에 도로가 초과로 공급된다면, 별로 쓸모가 없는 도로에는 차들이 외면하게 마련이다.

특히 공항의 경우, 지방공항이라는 인프라가 제공되어도 항공기가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수요가 감소하는 현상도 보인다. 그러나 항공수요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순투성이다.
교통경제에서는 하나의 요소만 갖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교통에는 3요소가 있다. 교통인프라, 교통수단, 수송대상이다.
항공교통이라면, 공항, 항공기, 승객이나 화물이 해당될 것이다. 공항이라는 인프라에 아무나 비행기를 갖고 와서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못 된다. 그래서 항공교통은 도로교통보다 폐쇄성이 강하다.
그렇기에 항공사가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공항의 직접 수요는 항공사가 될 것이고 항공사의 수요는 승객이 되기에, 항공사가 승객수요를 왜곡시켜 공항의 수요를 급감시킬 수 있는 위험요소가 존재한다.

요즘 들어, 지방에서는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대단하다. 즉, 예비타당성조사에 근거해 예산을 배정한다면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수행하는 사업 계획이 불리하게 나오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즉, 대도시외 지역은 면적은 넓고 인구는 줄어들어 사람·물류의 이동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로 재단하면 대도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는 사업성이 없다고 나온다.
오직 기존 수요에 의해 경제성만을 예산 배정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은 예산 개념과 배치된다.
예산이 어떻게 배정되느냐에 따라 소득 계층 간의 소득 재배분, 자원의 재배분, 그리고 고용의 확대, 물가 안정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이라는 수단을 이용, 소득과 자원이 빈약한 소외된 지역을 전국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는 예산 배정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현재 예비타당성조사의 보완책인 위계적 분석 방법도 경제성을 제1의 기준으로 삼고 지역균형발전 항목과 정책분석 항목을 부가적인 기준으로 삼고 있다.

향후 경제성을 20% 미만으로 낮추고 지역균형발전 항목과 정책분석 항목의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영남 지역의 경부축을 제외하곤 공급이 아직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잣대로 영양 과잉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본다.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은 280개 국책사업 중 72개 사업이 경제성이 없음에도 정책적 분석을 통해 사업적 타당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과 정책적 분석을 통한 사업성이 모두 기준에 미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추진된 사업도 12건에 해당한다.
결국 그 잣대는 고무줄이라는 애기다. 아직도 세이의 법칙은 살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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