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신년특집] 2020 자동차생활 전망과 과제<교통안전>
상태바
[2013 신년특집] 2020 자동차생활 전망과 과제<교통안전>
  • 곽재옥 기자 jokwak@naver.com
  • 승인 2012.12.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가 차원 ‘추진체계’ 정비해야

시민의식 개선 위한 교육․홍보 필요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1.0명 이내로
선진국형 ‘속도 규제장치’ 마련해야


 

교통사고 사망자수 5229명(2011년), OECD 31개국 중 29위(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교통안전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지난해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로 교통사고 사망률은 자동차 1만대당 2.64명으로 OECD 평균인 1.06명보다 2.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가구 1차 시대'를 맞이할 만큼 자동차생활이 일상화됐지만 아직 교통안전에 있어서만큼은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개인적 손실을 넘어 국가적 손실로도 이어진다. 더욱이 경제활동이 왕성한 연령대나 우수인력의 사고사는 더욱 큰 국가적 손실을 야기시킨다.

이에 본지는 신년특집으로, 오는 2020년을 내다보며 교통안전 분야의 전망과 과제들을 살펴봤다.


▲ 교통안전 관심↑, 미래는 ‘낙관적’ =  ‘교통안전 후진국’이라는 불명예에도 불구하고 향후 우리나라의 교통안전 상황을 전망하는 시각은 낙관적이다. 대부분의 교통 관련 전문가들은 오는 2020년 우리나라의 교통안전 수준이 OECD 중․상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홍로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앞으로 8년 뒤면 우리나라 교통안전은 OECD 중위권, 세계 상위권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정병현 교통안전공단 도로안전본부 본부장은 “현재 선진국들의 추세로 볼 때 안심되는 수치는 아니지만,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수를 1.0 이내로 줄인다면 OECD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같은 전망이 가능한 것은 우선 우리의 교통환경이 처한 필연적 상황에 기인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교통안전 재원은 주로 도로확충에 치우쳐 왔으며, 한정된 국토공간 안에 이미 도로는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이제 교통안전 재원은 본연의 목적으로 돌아가 ‘안전’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전 세계적인 교통안전 강화 분위기도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UN은 2020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500만명을 줄이기 위한 도로안전 10개년 계획에 착수했다.

정 본부장은 “우리 정부도 ‘교통안전 글로벌 TOP 10’ 달성을 위해 예산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교통문화 개선을 통한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 효율성 높이는 추진체계 필요 = 교통안전 후진국을 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인적, 물적 제도 개선은 물론이고 외국의 선진 관리기법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까지의 교통안전사업들은 정부부처, 산하기관, 시민단체, 각종 협회 등에서 분산․운영하고 있어 효율성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체계적인 안전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이들을 총괄․조정하는 통일된 추진체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한 지금까지의 교통안전 추진체계는 형식은 갖추어졌으나 내용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교통안전 전담기구를 두고 있는 중앙정부와 달리 지방정부에는 그와 같은 조직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이 교수는 “광역․기초자치단체에 전담조직이 없다는 것은 현장에서 안전업무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전담조직을 구성하는 일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전담조직들의 업무 효율성을 위해서는 인력의 전문화 역시 필수요건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통안전 업무 추진이 상식 수준에 머무르는 이유도 바로 전문가적 접근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로 OECD 선진국인 영국에서는 모든 기초자치단체에 교통안전담당관을 배치해 지속적인 교육․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또 일본은 지역마다 교통안전 강사를 둬 안전교육을 원하는 기관과 단체에 무상 파견함으로써 전 국민의 안전의식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 교수는 “산업재해 사망자수 2000명, 교통사고 사망자수 5000명인 현실에서 대학 내에 산업안전학과만 있고 교통안전학과가 없다는 사실은 말이 안 된다”며 “교통안전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은 교통안전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교통안전 관련 예산은 교통세를 주요 세원으로 하는 교통시설특별회계에 속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안전’ 관련 계정이 없어, 향후 교통안전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계정을 신설하고 예산을 배정하는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교수는 “향후에는 미국과 일본처럼 지역별 전담기구와 전문가들의 계획과 실적에 따라 교통안전 예산을 차등배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제한속도 제각각 = 지난해 도로별 사망자수를 보면, 고속도로 사망자수가 전년대비 31.9% 감소한 반면 지방도는 오히려 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도는 지정된 최고속도에 비해 도로 여건이 좋고 교통량이 한산해 속도를 올리는 경우가 많고, 도로마다 제한속도가 제각각이어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같은 속도관리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년 간 녹색교통 운동에 앞장서 온 임삼진 한국철도협회 상임부회장은 “OECD 선진국에 해당하는 네덜란드와 스웨덴은 해마다 전국 자동차평균속도를 산출해 모든 도로에 대한 속도 적정 여부를 판단한다”면서 “우리나라도 속도규제를 위한 물리적 시설과 속도단속장치를 통해 전국의 도로에 대해 국가 차원의 속도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해 도로교통 사망사고 가운데 차대사람 사고가 전체의 40.1%를 차지했다. 또 보행자 사망사고의 약 60%는 주택가 생활도로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그 피해자는 주로 노인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도로환경 개선사업은 주택가 생활도로의 정온화 사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노인이 많은 시골길의 경우 차도와 보도를 분리하고, 외국처럼 라운드어바웃(회전교차로)을 설치해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마을에 진입할 수 없도록 물리적 기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이 교수는 “보행자들이 통행하는 주택가 인근 도로에는 차량 진입을 억제해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수록 노령자 사망자수를 줄이는 일이 교통안전 국가로 가는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인의 뚝심 보여줄 때 = 이처럼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교통안전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음에도, 실질적으로 OECD 중․상위권으로 진입하기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지난 10년 간 우리나라 도로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32% 큰 폭 감소했으나, 그 사이 선진국들은 40% 안팎의 성과를 거두면서 그들과의 격차가 더 심하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법․제도적 개선과 함께 운전자들의 의식개혁이 교통안전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또 하나의 결정적 요소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교통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교통수단, 교통시설에 앞서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 본부장은 “양보문화, 법규준수문화 등 우리의 교통문화는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면서 “교통안전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홍보를 통해 교통문화를 업그레이드하는 일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늘고 있는 이유 역시 이처럼 뒤떨어진 교통문화에서 답을 찾고 있다.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음주운전자들을 대사면함으로써 음주운전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얘기다.

임 부회장은 “대사면의 혜택을 받는 사람의 수는 적지만, 그로 인해 불행을 느끼는 사람의 수는 훨씬 많다”며 “교통사고 및 법규위반 운전자들에 대한 지나친 관용은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 장애가 될 뿐”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인명존중 의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는 앞으로 교통안전 분야의 발전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 교수는 “교통사고는 의식만 개선된다면 불가항력의 3%를 제외하고 97% 사람의 의지로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OECD 교통안전 선진국 진입을 위한 원동력은 바로 한국인 특유의 뚝심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대답이다. 88서울올림픽 당시 교통사고율을 전년대비 절반으로 끌어내린 우리 국민의 저력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하길 기대하는 것이다.

곽재옥기자 jokwak@gyotongn.com
박종욱기자 pjw2cj@gyotongn.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