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앞두고 ‘택배인력’ 이탈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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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앞두고 ‘택배인력’ 이탈 가속화
  • 이재인 기자 koderi@naver.com
  • 승인 2013.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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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대란’ 올해 현실화 될 지도...

“물량은 폭주하고 충분한 보상도 없고...”

서비스 마비에 배송업체들 ‘도산’ 위기

지난해 6월과 7월 사이에 조짐을 보였던 택배대란이, 올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택배시장 특수기인 설 명절에 맞춰 소비자들의 주문ㆍ신청이 대거 몰리고 있는 가운데, 접수 상품을 처리ㆍ배송해야 할 배송기사 및 터미널 분류 인력의 시장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배송지연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폭증하고 있으며, 주요 고객사인 일부 쇼핑몰의 경우 주문취소로 이어져 대목시즌 비즈니스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업체에 설 선물상품을 납품하는 김씨는 “지난 9일 A택배를 통해 접수한 바 있으나, 3주가 지나도록 배송이 처리되지 못해 아직까지 영업소에 묶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상품을 신청한 기업으로부터 계약기간 내 납품이 이행되지 못했기 때문에 거래를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차례 접촉을 시도한 결과, 지난 25일 해당 영업소로부터 확인 후 연락하겠다는 말을 들은 것이 전부였으며, 현재는 연락두절 상태”라며 “거래처와의 불상사는 물론 배송지연으로 인한 피해보상을 A택배사 본사에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화물운송시장의 자가용 유상운송행위를 근절키 위해 정부가 도입을 추진한 신고포상금제(일명 카파라치)를 전면 반대한 택배사와 관련 종사자들이 이 제도에 대해 견해 차이를 보이면서 지난해 하반기에도 추석 명절ㆍ연말 특수기 관련 서비스 마비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최근 관련 업체들은, 이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업체들은, 택배요금을 인상해 시장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표명했다.

이와 함께 이달 말부터 설 연휴까지를 특별수송기간으로 정해 각 영업소ㆍ지점마다 종합상황실을 마련하고 배송차량과 인력을 기존대비 20% 이상 늘려 배송지연 등의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비스 과부하...중단 위기

물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손실비용이 커지면서 적자에 허덕이는 기이한 현상이 택배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또 업체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일부 업체의 경우 서비스 차질 및 중단에 따른 택배대란도 예고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은 위험수위에 도달해 있다.

최근 서울지역 B업체의 택배 집하장에는 상품을 목적지별로 분류하는 인부부터 이를 배송ㆍ처리해야 하는 택배기사 모두가 잠적하면서, 작업장은 주인(수령인)을 기다리는 명절상품들만 가득 메워졌다.

또 이들을 고용ㆍ관리하면서 급여를 지급하는 영업소장도, 수지타산과 인력난을 호소한 이후 자취를 감춘 상태다.

집하장 한 관계자는 “한 박스당 2000원인 택배비에서 영업소와 배송기사에게 돌아가는 몫은 1/3 수준(700원)에 머물다 보니 이 같은 일이 발생된 것”이라며 “영업소 적자가 불어나면서 임금체불로 이어져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주요 택배사들은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들 업체에 따르면, 명절연휴가 주말과 겹치면서 귀성길보다는 선물택배로 대신하는 이들이 증가할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년대비 약 12% 물량이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다음달 13일까지 설 성수기 특별 운영기간동안 간선차량 증차 및 배송ㆍ분류 인력을 증원 중이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용달화물ㆍ콜밴 등을 용차하고 퀵서비스 오토바이도 확보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C업체 본사 관계자는 “다음달 4일 전후로 최대 일일 130만 상자 선을 돌파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물량 분산 출고를 고객사에게 협조 중이며, 단기알바 인력도 모집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책들이 실행된다 하더라도 원활한 서비스 체계를 확보하는데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D사 영업소장은 “본사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작업을 마무리 짓고 차량부족분에 대해서는 용차 및 퀵서비스로 대처하라고 했지만, 외부인력 충원의 경우 기존 인력대비 30~40% 가량 비용을 추가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수용이 어렵다”며 “이 비용을 소화할 능력도 없을뿐더러, 임금부문에서 기존 근로자와 마찰이 나오기 때문에 사실상 실행이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영업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단가와 관계없이 물량을 확보하라는 지시가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고 이 때문에 노동 강도는 물론 근무시간도 연장돼 종사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태”라며 “최근 단가인상을 공식화했으나, 현장 근로자의 수익부문의 조정에 대한 언급이 본사로부터 나오지 않아 자포자기한 이들의 대규모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량 넘치고 근무자는 부재 중”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국내 수출ㆍ입 교역 및 이에 따른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화물운송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성장둔화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화물운송에 대한 수요ㆍ공급선의 격차는 더 커질 전망이며, 물량확보를 위한 저단가 출혈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시장이 초토화될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이어 연매출 7% 성장을 달성하면서 물류부문에서 유일하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택배시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는 경기악화가 지속됨에 따라 오프라인 대비 비교적 저렴한 전자상 거래에 의한 구매가 촉진된데 따른 것이며, 기존 일반화물운송에서 택배로 전환ㆍ처리하는 방식을 택하는 기업형 화주업체들도 대거 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반화물운송보다 운송단가가 낮기 때문에 되도록 택배업체와 계약해 화물을 처리하는 화주사들이 늘고 있는 반면, 이 서비스를 실행할 수 있는 배송차량과 근무인력이 충원되지 못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령 20kg 쌀 50포대를 택배로 보낼 경우, 서울지역 내 7~8만원 선에서 처리되고 있어 기존에 이용되던 용달화물이 가격면에서 밀리고 있다”며 “대게 1.5t 미만 소량화물은 저단가 택배로, 그 이상의 물량에는 여러 대의 용달차로 처리하면서 택배와 비교해 비싸다는 이유로 과적운행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국 노선별로 대량으로 집하ㆍ처리되다 보니, 일반화물 중ㆍ소형 운송사와 개인화물운송 사업자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물량을 뺏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0년 당시 2억5000만 상자 선에 머문 택배물량은, 지난해 14억 6000만 상자로 580% 이상 급팽창했으며, 올해 역시 전년대비 8% 이상(1억 692만개)의 성장세 보인 지난해 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이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차량과 인력의 수급조절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과부하로 인한 서비스 마비 사태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A택배사 배송 기사 최씨는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배달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1인당 처리해야 할 물량이 40~50박스 가량 늘어나 새벽 1시까지 근무 중”이라며 “이에 대한 초과수당은 700원 단가로만 보상되고 있어 유류비ㆍ통신비를 제하면 적자가 늘고 있는데 서비스를 생각할 겨를이 있겠느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또 “근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반면, 할당량이 늘고 있어 이직을 고려중인 동료들이 늘고 있다”며 “지난달에는 배송도중 근무지를 이탈하고 연락이 두절되는 무책임한 사태까지 나오면서 중단사태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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