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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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3.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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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능을 갖춘 프리미엄 자동차일수록 소비자의 품질신뢰도는 낮은 편이다. 미국 소비자 전문잡지 컨슈머리포트가 발표한 '2012년 자동차 신뢰도 조사'(Annual Auto Reliability Survey)에 의하면 내로라 하는 자동차 브랜드인 벤츠, BMW, 캐딜락의 소비자 신뢰도가 27개 제조사중 각각 18위, 19위, 25위로 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왜일까? 첨단 기능을 갖춘 고급자동차일수록 복잡성경영(Complexity Management)의 어려움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3만개 부품의 조립제품이고 하이브리드 자동차 1대에 5만8000여개의 특허가 들어가 있다. 게다가 최근의 스마트화, 그린화, 경량화 경향은 자동차의 복잡성 메커니즘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만큼 자동차의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엔트로피는 무질서의 크기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자동차가 진화할수록 무질서의 크기도 증가하고 있다. 얼마 전 도요타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의 리콜은 품질의 대명사가 돼왔던 도요타조차도 자동차의 끝없는 복잡성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이다.
지속적인 개선과 엄격한 품질관리의 대명사 도요타조차도 엔트로피문제로 힘들어 하고 있다. 결국 1000만대에 달했던 도요타자동차의 사상 최대의 리콜문제는 전장화되고 끝없이 복잡해지는 엔트로피문제와 복잡성경영의 한계를 보여준 하나의 사례가 됐다.

이 복잡성경영의 묘안은 없는 것일까?

필자는 생태계 경영이 그 답이라고 생각한다. 생태계란 전체의 질서와 조직에 관한 사고로서 경제의 관점을 '점'의 관점에서 '고리'의 관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스마트시대로 진화하고 있는 자동차의 3만개의 부품관리를 이제 자동차완성업체 혼자서 내부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도요타리콜이 하나의 기업이 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결과 발생한 안전사고라면 복잡성 진화의 한계를 극복하는 해결책은 나누어 관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간조직에서 품질관리의 수문장인 '게이트키퍼(Gate- keeper)'가 필요해지고 있다.

이것이 부품공급의 기업생태계이다. '기업생태계'란 상호작용하는 유기적 기업 조직체들의 터전이면서 가치사슬의 흐름을 지원하는 인프라를 말한다. 부품 각자가 너무 파편화돼 진화하고 변화하는 것은 자동차전체의 품질과 혁신의 관리를 어렵게 한다. 생태계의 핵심은 흐름(Flow)이 돼야 한다.

부품공급생태계는 전·후방으로 체계적으로 연결되면서 후방공정에서 필요한 안정적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고 동시에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해주는 파트너들로 구성돼야 한다. 이러한 흐름을 중간에서 관리해주는 게이트키퍼가 적극적인 조정자역할을 할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모듈화이다.

'모듈화'란 복잡계를 하위시스템으로 나누어 품질을 관리하는 방식으로서, 메가 서플라이어에 의해 중간단계에서 엄격한 품질관리가 기대할 수 있어 완성업체에의 과중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모듈화가 오늘날 한국자동차산업의 성공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중 하나가 되었다. 1997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학장이었던 킴 클라크교수와 볼드윈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모듈화 시대의 도래를 예언하면서 모듈에 대한 용어사용이 본격화되었다. 이러한 예언을 가장 잘 실천해 성공한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모듈화를 과감하게 도입해 2004년 현대차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초기품질지수(IQS)개선의 혁명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큰 힘이 됐다.

이제 모듈화는 해외로 수출되기 시작하고 있다. 수출되는 모듈화는 부품에 우리들의 강점인 제조경쟁력을 넣어서 파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커다란 시사점이 있다.
크라이슬러의 랭글러는 현대모비스가 현지에서 생산하는 모듈납품의 비중이 약 60%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일본자동차의 경험으로 보면 자동차완성업체와 부품업체의 성장은 글로벌화 초기까지는 연동하지만 자동차산업의 글로벌화가 진행될수록 부품업체의 매출과 수익성이 더욱 커지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부품생태계의 핵심협력업체들의 미래가 기대된다.

오늘부터 교통신문의 시론창문을 통해서 독자 여러분들의 뵙게 되었습니다. 저는 자동차의 세계를 진화의 관점에서 조망해보려 합니다. 이를 위해 시간지평을 넓혀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를 해석함에 있어 특정시점의 스냅사진에 의한 정태적 분석이 아니라 전후맥락을 살펴보는 동태적 분석으로 변화를 설명하고 미래를 예측해보겠습니다.
하나의 사건은 원인의 결과입니다. 원인에 대한 우리들의 의지와 선택만이 진화와 발전의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가 숨어있는 것이 가장 큰 사회문제입니다.
숨어있는 문제를 밝은 데로 나오게 하는 것이 신문의 역할일 것입니다. 거울을 보는 독자보다 신문을 보는 독자가 행복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객원논설위원·r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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