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가 교통안전업무 ‘컨트롤 타워’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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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국가 교통안전업무 ‘컨트롤 타워’ 왜 필요한가?
  • 곽재옥 기자 jokwak@naver.com
  • 승인 201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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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생명·안전 지킬 ‘최선의 선택’

| 부처별 산발적 업무 총괄·조정할 조직 필요
| 대통령 또는 총리실 직속으로 ‘파워’ 부여해야
| 정책 ‘진정성·전문성·지속가능성 유지’가 중요 




새 정부의 조직개편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교통안전 관련 업무를 총괄·조정하는 ‘컨트롤 타워’ 설치 여부가 교통안전 분야의 관심사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OECD 최하위를 기록하며 ‘교통안전 후진국’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불명예를 벗어나기 위한 가장 시급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사이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컨트롤 타워는 왜 필요하고, 그로 인해 달라지는 점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 교통안전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컨트롤 타워 설치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최근 보고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저조한 교통안전 관련 성적에서 비롯된다. 2010년 OECD 국가 간 교통사고 국제 비교에서 우리나라는 31개국 중 29위로 하위를 기록했다. 또 아직 정확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상반기 집계를 토대로 예측한 결과 2012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약 130명 정도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년간의 꾸준한 감소추세를 뒤집는 지난해 잠정 예측 결과는 우리나라 교통안전 정책이 안고 있는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현재의 시스템이 안고 있는 문제는 교통안전 업무가 각 부처별로 분산돼 있어 예산집행이나 사업운영 등에서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허억 (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목적은 같은데도 부처 간 협력이 안 된 상태로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돈은 돈대로 들어가는데도 그에 대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통안전 업무는 국토해양부 교통안전복지과, 경찰청 교통안전과, 행정안전부 안전개선과 등에서 맡고 있으며, 그 외 유관 공기업, 시민사회단체, 협회 등에서도 관련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조직 간 정보교류나 업무협력이 미진하다는 사실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된다.

일례로 지난 2011년 ‘제7차 국가교통안전기본계획(2012~2016)’ 수립 당시, 과속운전 근절대책의 하나로 과속기준을 낮추는 안이 다수 시민사회단체와 학계의 주장에 따라 계획에 포함됐으나 심의과정에서 제외됐었다. 전문가들의 주장은 ‘일반도로에서 40km/h 초과 시 범칙금을 1.5배 인상하고, 60km/h 이상 시 면허를 정지·취소하자’는 것이었으나,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인력·행정지원 등 제반사항은 주무부처인 경찰청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이었다.


▲ 컨트롤 타워가 생긴다면

교통안전 관련 업무를 총괄·조정하는 컨트롤 타워가 설치되면 이와 같이 정보교류 및 업무협력의 부재에서 생기는 혼선은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교통안전 정책 추진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함으로써 불필요한 소모를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더욱 생산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황상호 도로교통공단 수석연구원은 “모든 교통안전 업무를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기구가 만들어지면 정책의 우선순위가 재편되는 동시에 추가 시책들이 발굴돼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교통안전 분야의 다양한 시책들은 결합을 통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그 효과가 상쇄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강력한 상위 조직이 동일한 목적을 향해 각종 시책과 프로그램들을 조율하면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컨트롤 타워는 과연 어디에 설치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

최근 국회교통안전포럼은 ‘대통령 직속 컨트롤 타워 설치’를 포함한 공통안전 중점 추진과제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달했다. 포럼이 ‘대통령 직속’을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허 사무처장은 “교통사고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강력한 힘을 가진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돼야 예산, 조직 등 현안을 가장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 정부조직의 체계로는 ‘국무총리실 직속’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부처 간 업무를 의무조정하고 평가하는 곳은 사실상 총리실이기 때문에 유관 정책들을 보다 자유롭고 효율적으로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황 수석연구원은 “대통령 직속 컨트롤 타워가 될 경우 오히려 힘이 너무 세져 부처들의 ‘눈치 보기’식 행정이 이뤄지게 될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 교통안전 정책이 가야할 길

사실 교통안전 분야에서 컨트롤 타워 설치 문제가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90년대 중반 ‘마이카 시대’와 함께 교통사고가 급증하면서 교통안전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졌고, 이에 따라 교통안전 정책을 일원화하는 조직·기구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컨트롤 타워가 운영됐던 시기도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해 국무총리실 직속 ‘안전개선기획단(2000년 12월~2002년 11월)’이 설치됐던 것. 그러나 이 기구는 2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사망자 수 3014명, 부상자 수 7만8335명을 줄이는 획기적 성과를 거둔 뒤 월드컵 폐막과 함께 사라졌다.

컨트롤 타워 설치는 교통안전 분야의 오랜 숙원을 이루는 일인 만큼 실질적으로 교통사고와 사망자를 줄일 수 있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허 사무처장은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국민, 세 축이 맞물려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며 “그것을 효과적으로 이끄는 것이 컨트롤 타워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컨트롤 타워에서 나오는 다양한 교통안전 정책들이 진정성, 전문성,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황 수석연구원은 “교통 관련 정책은 사람이 그 대상인 만큼 사회학자, 심리학자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구성원으로 참여해 다학제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실효성 있는 정책을 도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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