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생활도로 보행자사고, 문제와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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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생활도로 보행자사고, 문제와 해법
  • 곽재옥 기자 jokwak@naver.com
  • 승인 2013.0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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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시설만으로는 해결 어렵다

| 효율적 정책접근 위한 ‘생활도로’ 법적규정 필요
| 보·차 분리시설 및 합리적 신호체계 도입해야
| 운전자·보행자의 ‘질서의식’ 동시에 개선돼야




우리나라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보행자 사망은 35%를 차지한다. 최근 10년 동안 보행자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꾸준히 감소해오다 지난 2008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1년의 통계에 따르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 사망자수는 39.1%로 다른 유형의 교통사고 사망자에 비해 가장 많았다.

보행자는 차량 승차자와 달리 사고로 인한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에 피해의 심각성이 더욱 크다. 특히 보행자 사고의 절반이 주택가지역에 위치한 생활도로에서 발생하고 있고, 그 가운데에서도 고령 보행자의 피해가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생활도로 보행자사고’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아울러 해결방법을 살펴봤다.

▲ ‘생활도로’ 법적규정 없어

젊음의 메카인 홍대 주변 도로는 생활도로일까, 아닐까? 왕복 3차로에 보도까지 설치된 이곳은 규모면에서는 생활도로가 아니지만,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도로의 특성상 생활도로다.

이처럼 ‘생활도로’에 대한 명확한 법적규정은 아직 없다. 현행 도로법은 도로의 기능별 구분(고속국도·일반국도·특별시도·지방도·시도·군도)을, 도시계획법은 규모별 구분(소로·중로·대로·광로)을 적시하고 있지만 도로의 폭원을 보면 서로 상이하다. 또 국토해양부의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이 도로법상의 기능별 분류 기준을 적용해 ‘생활도로’를 언급하고 있지만 실제 도로의 상황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때문에 생활도로에서의 보행자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활도로’의 개념정립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구분을 위해서는 일반도로처럼 단순히 규모상의 접근이 아니라 도로의 성격 맞는 기능적 차원의 접근이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도경 서울시립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는 “과거 주택가 도로는 이웃을 만나고 공을 차고 노는 곳이었다”며 “생활도로는 그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거주민들이 일상적으로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 노면표시·연석 분리 시 사고 많다

지난달 대한교통학회 학술발표회에서는 ‘생활도로 내 보행자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특성 분석’이라는 제하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시 9m 미만의 도로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 연구는 생활도로에서의 보행자사고를 여러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우선 생활도로에 설치된 보·차 분리시설의 형태에 따라 보행자사고의 발생건수와 사망자수가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의 경우, 전체 사고건수의 96%가 노면표시와 연석만으로 보도와 차도를 분리했을 때 일어났고, 가드레일이나 팬스가 설치된 경우는 4%에 불과했다. 또 전체 사망자수 64명 가운데 63명이 노면표시나 연석이 설치된 도로에서 피해를 입었다.

이는 간단한 노면표시나 연석만으로는 보행자사고를 줄이는 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대부분의 도로는 노면표시나 연석을 이용해 보도와 차도를 분리하고 있지만 이는 차량이 보도를 침범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고, 보행자 또한 차로 통행이 수월하기 때문에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보고서는 생활도로에서도 일반도로에서와 같이 가드레일이나 팬스를 설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보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시설물의 설치는 차량 충돌 시 충격을 흡수하고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물리적 방법이 최선은 아니다. 연구를 수행한 김 교수는 “보행자 측면에는 무단방지용 중앙분리대나 울타리가 보행에 불편을 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종합적인 측면에서는 생활도로에서 차량 속도를 낮출 수 있도록 도로의 구조를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등의 대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신호 교차로에서 사고 적다

생활도로 교통사고에서 간과할 수 없는 유형 하나가 교차로 사고다. 앞서 연구 결과를 보면 단일로와 교차로 중 교차로 사고건수가 전체의 20%, 사망자수가 25%를 차지했으며, 그 가운데서도 신호기가 없는 교차로에서의 사고건수는 72%, 사망자수는 65%에 달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신호기가 있는 교차로의 경우, 점멸 상태보다는 일반적인 점등 상태에서 대부분의 사고·사망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는 정상적인 신호기 운영이 오히려 교통사고를 유발하고 있음을 뜻한다.
보행자의 입장에서 신호등의 빨강불은 ‘정지’를 의미하지만 교통량이 적은 생활도로에서 이 정지신호를 준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반면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직진’을 의미하는 녹색불이 켜졌을 때 보행자를 살피지 않고 곧바로 액셀레이터를 밟는 경우가 많다. 이 둘이 만났을 때 사고발생 확률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생활도로 내 교차로의 신호 운영은 비신호로 운행하는 것이 사고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라며 “이처럼 보행자 및 차량 모두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동시에 생활도로 내에서의 질서의식을 함양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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