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 화물차, 화물시장 대거 진입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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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용 화물차, 화물시장 대거 진입 예고
  • 이재인 기자 koderi@naver.com
  • 승인 2013.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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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화물차 판매 ‘1ㆍ2위’ 급부상

“자격 취득할 경제적 여지없어...자가용 영업할 것”

택배시장 급팽창...자가용 수요ㆍ화물운송시장 흡수 예고

다람쥐 쳇 바퀴 돌 듯 계속되고 있는 화물운송시장의 불법행위로 인해, 정부와 화물운송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불황에 따른 산업ㆍ경제계의 인원감축과 청년실업 등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인력들이 자가용 화물차를 구입ㆍ대여해 경제활동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최대 중고차 전문기업 A사가 발표한 중고차 매물 집계 결과를 보면, 1t 화물차인 포터2의 매물은 전년대비 1.5배 증가한 2만 4258대가 등록되면서 전년도 4위에서 두 계단 상승한 2위에 올라 기록을 갱신했다.

업체 관계자는 “포터2 경우 출시 당시 10만대 이상 예상치를 찍으면서 판매순위 5위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매물이 없어 주문하고도 최소 한 달 이상 기다려야 거래가 가능하다”며 “포터2 외 다마스ㆍ라보 등 생계형 화물차량은 경기가 어려울수록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계형 화물차의 거래가 증가했다는 것은, 일자리 부족으로 구직난이 가중되면서 생활이 팍팍해졌다는 것을 반영함과 동시에 화물운송시장의 대표적 위법사례인 자가용 유상운송행위의 증가세를 시사하고 있다.

▲불법증차 등 욕심과다...시장붕괴 불러와

비사업용 화물차량의 유상운송행위를 포함한 각종 위법행위가 도마에 오르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04년부터다.

화물운송사업이 허가제로 전환되면서 사업허가가 매년 동결(11~12년 택배 증차 예외)된 화물운송시장은, 수요ㆍ공급 안정화로 화물차주와 운송사업체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대폐차 수리통보서 이중발급 등의 각종 편법이 자행돼 허가대수가 부지기수로 늘어나면서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이후 기존 사업자의 영업용 면허를 매입하는 방법만이 시장진입을 가능케 하면서, 해당 면허에 대한 프리미엄(일명 T/E 번호판 값)이 붙기 시작했고, 해를 거듭할수록 화물운송사업 자격 면허에 대한 가치는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속된 말로 유류비ㆍ통신비ㆍ차량 관리비 등을 지출하면서 화물운송에 따른 수입을 올리는 것보다, 사업 허가증만으로도 이윤을 챙길 수 있는 분위기가 시장에 형성된 것이다.

T/E 매입해 다시 되파는 방식으로 회사 손실금에 대한 충당이 가능할 정도로 가격이 형성, 허가면허에 대한 매전매입(일명 번호판 장사)과 화물운송이 이분화되면서 자가용 화물차에 물꼬가 트였다.

화물업계에 따르면, 영업용(노란색) 번호판의 거래가 늘면서 계약물량을 소화하는데 투입되는 사업용 차량의 공백이 생기면서, 해당 물량을 처리하는데 있어 비교적 저렴한 자가용 차량이 투입된 것이 시발점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사업체 경영에 있어 수지타산 문제에 직면, 사업허가를 양도ㆍ양수한 차액으로 메우는 방식으로 업체가 늘다보니 화물운송으로 발생한 수입원이 부수적인 요인으로 전락했다”며 “사업용 화물차대비 보험료 등 지출 부담이 적고 우월적 위치(일명 수퍼 ‘갑’)에서 관리도 용이한 자가용 차주들을 영입해 물량을 처리하는 방법이 통상적으로 행해졌다”고 설명했다.

▲생계형 자가용 차주 폭증

“보통 영업용 화물차는 폐차 직전까지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연식이 오래되지 않은 차량이 매물로 나오고 있으며, 불경기로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늘어난 반면, 실직 후 소규모 창업에 뛰어드는 자영업자들도 늘면서 소형 화물차의 수요가증가하고 있다”

서울지역 중고차 시장에서 활동 중인 한 딜러의 설명이다.

경기불황과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생계형 화물차로 생활전선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정년을 맞이한 50~60대 중ㆍ장년 퇴직자와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는 20~30대 취업준비생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2009년식 포터2를 구입한 김 모씨(58ㆍ남)는 소형화물ㆍ원룸이사짐 운송을 계획하고 있다.

온라인 중고차 시장에서 1100만원을 주고 차량을 매입한 김씨는, 사업용 화물운송종사자격은 물론 영업용 면허도 없는 상태다.

그는 화물운송사업관련 자격을 취득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씨는 “차량과 작업인부는 확보한 상태지만, 서울지역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이사물량을 물색하는데도 빠듯한 실정”이라며 “지역 생활정보지와 전단지로 홍보하고 있으며, 인터넷 화물정보업체인 A업체에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근근이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물법에 명시된 자격요건과 관련해 그는 “물량확보에 필요한 정보수수료부터 인건비ㆍ차량유지비ㆍ통신비 등 부대비용을 충당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2년 정도 활동해보고 생계유지가 가능하다면 자격을 갖추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비사업용 화물차주은 예상보다 많다.

서울 4대문을 중심으로 상권이 조성된 유명 재래시장 5곳만 봐도 현실을 체감할 수 있다.

화물운송시장의 불법행위에 대해 점검ㆍ단속하고 있는 25개 관할관청 중 B구청 담당자는 “현행법상 대표적인 위반사례인 자가용 화물차의 유상운송행위 경우, 특히 재래시장ㆍ택배 영업소ㆍ쇼핑센터 등이 밀집된 상업 지구에서는 5분 단위로 차량을 발견할 수 있다”며 “적발자 중 95% 이상이 1t 미만 자가용으로 소형화물을 취급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처벌은 경찰과 검찰 측에서 행해지고 있어 관련 내용을 이첩하고 있으나, 생계형으로 분류되면서 벌금형으로 조치가 이뤄지고 있어 효과는 미비하다”며 “화물운송 관련 사업자단체에서는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으나, 불확실한 경기상황과 실직ㆍ취업난이 겹치면서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덧붙였다.

▲불법행위 올해 증가...화물운송시장 위촉즉발 위기

지난해 약 3만 6000건의 불법행위가 적발됐다.

단속건수를 보면 관련법상 위법행위로 명시돼 있는 자가용 유상운송행위를 포함해, 지난해 상반기(1~6월)에는 1만 6944건이, 하반기(7~12월)에는 1만 8970건이 적발돼 전년도 기록을 갱신했다.

자가용 유상운송 등 불법행위를 근절해 시장을 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동안 적발된 건수는 전년 동기(1만 5047건) 대비 11.1% 늘어났으며, 하반기에는 상반기(1만 6944건) 보다 11.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화물운송종사자격을 취득하지 않거나 자격증을 불법 대여하는 종사자격 위반행위는 1291건이었으며, 자가용 화물차를 이용한 유상운송행위는 309건이다.

국토부는 적발된 불법행위 중 ▲자가용화물차 유상운송 229건 ▲종사자격 위반 70건 ▲무허가영업 11건 등 총 592건에 대해서는 형사 고발됐으며, 허가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운송ㆍ주선업체 등 174건은 허가를 취소하고 194건은 사업정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면서, 1.5t 자가용 택배차에 대해 증차(1만3500대)가 이뤄지는 오는 3월말 중으로 지난해 잠정 보류됐던 신고포상금제(일명 카파라치)를 병행ㆍ가동해 시장 정화를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화물운송시장의 위기를 잠재우기는 역부족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구촌 경기악화로 인해 수출ㆍ입 화물이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 물량이 물류기업체의 택배 서비스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시장 규모가 급팽창하면서 화물운송시장을 흡수하는 움직임에 힘이 실리고 있으며, 자가용 화물차의 진입도 용이해지고 있다.

이 움직임은 화물시장의 자유방임을 증폭시키고 있다.

기존 화물운송사와 영업용 차주들이 택배시장으로 유입되는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택배ㆍ물류기업의 협력업체로 활동을 꾀하고 있으나, 수입 보전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중도하차하는 업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택배사들은 물량대비 차량부족을 강조, 시장진입을 원하는 자가용 차주들을 끌어들이고 있어 영업용 차주들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관련업계(물류ㆍ화물)의 첨예한 대립구도도 이를 가중시키고 있다.

택배증차를 놓고 갈등이 극에 달한 양측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못하면서, 자가용 차주들은 택배시장으로 진입, 어부지리 식으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경제활동을 재개하려는 차주들의 이동이 촉진되고 있다.

최근 조사된 데이터를 보면 전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가동 중인 택배로 화물을 처리하는 소비자의 이용횟수가 전년대비 40% 가까이 증가한데 이어, 유통단계를 최소화해 손실이익을 충당하려는 중ㆍ소형 제조ㆍ화주사들도 택배업체에 위탁해 공장 현지에서 상품을 출하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여기에는 요식업 등 타 사업대비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고 허가기준도 까다롭지 않은 점이 매력으로 부각되면서 택배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자가용 화물차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사업허가 및 요건을 충족한 이의 숫자는 크게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

택배업체들에 따르면, 자가용 택배차는 지난해 3~4월 공개된 1만 5000여대 보다 약 7500여대가 늘어난 것으로 잠정 추산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생계형 자가용 화물차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경제상황도 화물운송시장의 위기를 설명하고 있다.

화물운송업계에 따르면, 화물법으로 명시된 일반ㆍ개별ㆍ용달 화물사업체의 물동량이 택배로 흡수돼 계속 줄고 있는 반면, 물량을 얻기 위해 택배회사와 계약하는 자가용 화물차주는 증가하고 있어 저단가 출혈경쟁과 불법행위가 난무하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

사업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나오는 물량은 전년도와 비등한 수준이지만, 전체 물량 중 택배회사로 몰리는 비율은 절반이상을 넘어 섰다”며 “그간 화물운송사ㆍ소속차주들은 택배사와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택배사들의 과잉경쟁으로 인해 단가가 떨어지면서 요금인상을 요구하는 기존 운송사를 배제하고 그 자리에 자가용 차주들을 채워 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가용 차주들의 경우 불법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택배사가 부당한 요구를 하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물가현실이 반영된 수준으로 산정ㆍ지급하는 것에 대한 조정이 이뤄져야만, 사업용 차주와 운송사들의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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