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택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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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택배기사’
  • 이재인 기자 koderi@naver.com
  • 승인 2013.0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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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 ‘그림의 떡’ 도움 안돼”

기름값ㆍ통신비 등 모든 비용 자비로 부담

‘정부, 최대 50% 지원’ 개정안 국회 상정

통과될 지도 의문...“획기적 솔루션 없나”

“위험한 상황에서 아슬아슬하게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때론 사고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난 달려야 한다. 먹고 살 길이 이것 밖에 없다.”

서울에서 활동 중인 한 택배기사의 호소문이다.

새벽 4~5시에 출근해 반나절 이상을 도로 위ㆍ비좁은 1t 트럭에서 보내는 이들에게는 돈 만원이 아쉬운 상황이다.

불철주야 주문 받은 물건을 배달하고 또 다른 물건을 집하ㆍ수거하고 나면 끼니를 거르는 것은 예삿일.

‘언제 오냐?’는 전화부터 ‘서비스가 형편없다’, ‘경비실에 맡기지 왜 집 앞에 놓고 갔냐’, ‘분실하면 책임질 거냐’는 불만 등으로 전화통에 불이 날 지경이다.

1분 1초가 아쉬운 상황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물론 신호위반과 도로 옆 불법주정차 등을 해야만 하는 ‘도로 위 범법자’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2008년 정부는 이들을 돕기 위해 산재보험을 들고 나왔다.

또 이 내용은 택배ㆍ퀵서비스 등 특수근로 종사자들에 확대ㆍ적용되면서 지난해 6월 5일 근로복지공단이 이들 근로자의 산재 신청을 승인돼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택배기사에게는 ‘그림에 떡’인 것이 현실이다.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에 가입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이에게는 택배 산재보험료인 1만 8000원(2013년 기준)이 우스운 돈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돈마저 지불할 형편이 안 돼 혜택 받지 못하는게 오늘 우리에 택배시장의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현장을 외면한 ‘허울’ 좋은 대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에는 실질적으로 이들의 활동만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시장 현실에 따른 것으로, 이렇다 할 솔루션이 제시되지 못한 채 계속 제자리걸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스당 배송단가는 10년 전 대비 평균 750~800원 선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인 반면, 이들 종사자가 자체 소화해야 할 지출금액은 반비례 곡선을 달리고 있다.

택배업체가 직영체제라면, 4대 보험부터 유류비ㆍ통신료 등 모든 제반비용을 회사가 짊어져야 하기 때문에 지입형태로 계약ㆍ운영하면서 해당 비용을 택배기사 몫으로 떠넘기는 것이 관례화됐다.

식비부터 기름값ㆍ통신비ㆍ보험료ㆍ차량 할부금ㆍ관리비 등 모든 부담을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 보니, 관련 종사자들은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복지’라는 명분으로 택배기사에게 산재보험을 적용ㆍ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는 아니지만,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고 업무상 재해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 ‘산업재해 보상보험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 근로자 부담을 경감시킨다는 명목으로 사업주와 각각 절반씩 부담하게 만들어 놨다.

하지만 우려한 바와 같이 실질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수근로자에 대한 산재보험은, 지난 2008년 가입이 허용되기 시작했을 당시 16.2%에서 4년 만에 9.2%로 대폭 줄었다.

이 수치는 올해 역시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근로자가 보험료의 50%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인데다, 특히 소형화물운수업 및 택배업ㆍ퀵서비스업의 보험요율이 지난해(2.0%)보다 0.4% 오른 2.4%로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한 달에 15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택배기사 경우, 수입료 150만원에 보험율 2.4%를 곱한 금액(3만 6000원)에 절반을 납부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매월 1만 8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 1만 5000원 지불한 요금에서 3000원이 오른 금액이다.

이 가운데 최근 정부가 최대 50%의 산재보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하지만 택배기사를 포함한 특수직 종사자들의 부담이 경감될 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만약 정부가 최대 50%를 지원한다면 사업주와 해당 종사자는 각각 9000원씩 지불하면 되지만, 택배기사를 울리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 따르면 근무도중 사고를 당해 입원한 경우, 치료비용 전액과 일하지 못한 기간 동안 기존 수입의 70%에 해당하는 휴업급여를 지급하고 있고, 치료 후 장애로 인한 피해와 이에 대한 장애판정을 받을 시에는 등급에 따라 장애급여도 지급되고 있다며 근무환경이 개선되는 중이라고 한다.

택배를 포함한 특수근로 종사자에게 적용되는 산재보험이, 과연 누구에게 득이 되는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며, 현장 근로자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뭔지 귀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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