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사, 서비스에 올인...뒤늦은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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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사, 서비스에 올인...뒤늦은 후회(?)
  • 이재인 기자 koderi@naver.com
  • 승인 2013.0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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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는 ‘그 나물에 그 밥’...요금만 보는 소비자

가격경쟁 치중 택배...화주사 관계회복 덜미 잡혀

현장 근로자 이탈ㆍ서비스 개선 난항 ‘사면초가’

‘고객에 의한, 고객을 위한 서비스로 택배가 거듭나겠다’면서 시장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단가개선과 인력수급을 해결하기 위해 초점을 서비스 쪽으로 돌리면서 시장의 문제점을 풀겠다는 의지로 비춰지고 있다.

최근 들어 영업이익 및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특히 서비스 부문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배송지연ㆍ파손 등의 사고와 이에 따른 고객불만ㆍ항의에 있어 소극적인 모습을 취해왔던 예전의 모습과는 상이하다.

지난해 영업이익 두 자리 수를 채우지 못한 업체들 중 한 곳은 고객들로부터 서비스 제안 및 아이디어를 취합해 반영할 것이라고 밝히는가 하면, 화주사에게 리베이트(일명 백마진)선을 조율하면서 일정량을 무료배송으로 돌려 고객을 달래는 업체들도 있다.

게다가 안전배송을 테마로 품질 개선에 나선 한 업체는 소속 택배기사들에게 가이드북을 배포하면서 체면치레 중이다.

그간 단가후려치기 등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속하다보니, 화주사와의 관계와 함께 이들 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요금 현실화가 동떨어진 또 다른 세상의 얘기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다보니 현장 근로자의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고, 영업이익 및 자금을 바탕으로 수립한 중ㆍ장기적 성장계획이 사면초가에 봉착했다.

판단미스로 시간이 지체되면서 서비스 회복을 타깃으로 설정, 고객이 제 발로 찾게 하는 수준으로 높이는데 업계가 고군분투 중이다.

한때 민원폭주로 인해 자사 홈페이지에 있는 ‘고객의 소리’ 란을 폐쇄한 업체도 심심치 않게 나왔으며, 사고원인 파악 후 시시비비를 가려 응당한 보상을 검토하겠다는 형식적인 답과 함께 고객응대 담당자 수를 한정지으면서 접수 자체를 지연시키는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불특정 다수의 익명인을 상대로 일당백 속속들이 마크하는데 진통이 뒤따르며, 해결한다 하더라도 손상된 이미지를 회복시키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 업체 측이 내놓은 이유였다.

이처럼 택배사들이 고객대응 및 문제해결에 미온적으로 대면하면서 개선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단기적 이익이 창출되는 인적ㆍ물적 네트워크 증설 쪽으로 투자를 돌려 집중하다 보니, 서비스 질보다는 운임비에 포커스를 맞춘 출혈경쟁으로 이어졌다.

업계 스스로가 화를 자초했다는 애기다.

대부분 화주ㆍ소비자들은 택배사를 선정하는데 있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식으로 서비스를 우선순위에서 제쳐두고 있고, 업체별 단가 리스트에 집중해 상대적으로 낮은 요금을 제시한 업체를 고집하면서 택배시장의 가격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하지만 때늦은 후회를 한다 해서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떠나간 버스에 손을 흔드는 것조차 버겁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급팽창하는 시장규모 대비, 투입되는 현장 근로자 수가 태부족이라는 점과 함께 택배가 태동한 90년대 말부터 계속 떨어지고 있는 요금을 종합해 볼 때 고객요구에 부응할만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한다는 것 자체가 현 시점에서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서비스 개선에 따른 투자비용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엎고 가야할 리스크와 부담요인이 내재돼 있어 선뜻 발 벗고 나서는 수장들이 부재”라며 “상품군과 소비자 입맛은 까다로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서비스로 고객 주머니를 공략한다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고객과 대면하는 일선 배송기사의 근무환경이 제자리걸음되면서, 서비스 개선에 발목이 잡힌 모습을 보이고 있다.

24시간 일해도 적자에 허덕이는 배송기사들이 생활에 염증을 느끼며 이탈과 이직을 상시 염두하고 있는 불안한 상황에서, 과연 업그레이드하는데 집중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점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이들 종사자들의 어깨는 무거워져만 가고 있다.

지난해 집하ㆍ처리된 물량이 전년대비 2억 상자가량 늘어난 15억 건으로 추산되면서, 추가적으로 할당량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현재 관련 업체들은 소속 현장 근로자와 소비자 모두를 품어 안아야 하는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넘어야 하지 말아야할 선을 넘으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A업체 영업소 관계자는 “그나마 남아있던 배송기사들마저 발길을 돌릴 수 있는 여지에 힘이 더해지고 있다”며 “수입에 갈증은 해소되지 못하는 반면, 물량은 계속 늘어나 배송기사들을 상대로 실시 중인 친절교육에 대한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본사에서는 서비스 개선을 주문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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