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마일리지보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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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마일리지보험 현주소
  • 곽재옥 기자 jokwak@naver.com
  • 승인 2013.0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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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순환구조’ 없이 기대효과 없다

| 10명 중 1명 가입…가입예상자의 50% 해당
| 사고감소·혼잡완화·탄소감축 목표달성 ‘오리무중’
| ‘할증’ 없는 ‘할인’만 존재…손보사 “일방적 출혈”
| 국민·정부·손보사·학계 모두 윈윈하는 대안 있어야


출발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마일리지보험이 어느새 출시 1년 5개월로 접어들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마일리지보험 가입건수는 164만건으로, 자동차보험에 가입된 개인소유 승용차의 12.3%가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보다 빠른 가입률에 대부분 언론은 성공적인 평점을 매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가입률이 얼마만큼 기대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에 마일리지보험이 처한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 마일리지보험이란?
자동차의 주행거리에 비례해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보험으로, 2011년 12월부터 국내에 새롭게 도입된 보험제도다. 이는 주행거리가 연간 7000km 이하인 운전자에 한해 손보사별 주행거리 기준에 따라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얼마나 혜택 누리나 = 서울 종로의 모 기업에 다니는 박 씨는 지난해 4월 마이리지보험에 가입했다. 워래 보험만기가 8월이라 계약 중에 마일리지 특약을 추가한 케이스. 만기 시점에 약 넉 달 치 주행거리를 1년 치로 환산했더니 7000km를 넘어 할인혜택을 받지 못했다. 박 씨의 경우 평소 출퇴근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도, 명절 등으로 고향인 대구를 몇 차례 왕복하고나면 주행거리가 어느새 훌쩍 늘어나있다. 그는 “내 정확한 주행거리를 알고 싶기도 했고 기름값도 자꾸 올라 겸사겸사 가입했으나 웬만해선 혜택을 보기 어려운 제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반인들이 마일리지보험의 할인혜택을 받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출퇴근 시 과감하게 차를 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주말 가족여행 몇 번이면 가입 당시의 기대는 이미 물거품이 된다. 손보사들이 공통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연간 주행거리 7000km’의 기준은 가까운 외곽으로 한 달에 한두 번 나들이를 가는 정도의 운행거리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 한 대당 연평균 주행거리는 1만7374km로, 이중 7000km 이하가 약 13%, 5000km 이하가 약 5~8% 정도다. 따라서 사실상 마일리지보험의 가입대상은 전체 승용차 운전자의 20%에 해당하고,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것도 운행횟수가 적은 주부 등 일부 소비자에 그치고 있다.

▲제도 도입취지 어긋나 = 이 같은 상황은 MB정부 당시 저탄소 녹색성장의 일환으로 도입된 마일리지보험의 본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가 되고 있다. 보험료를 할인해 주면 전체적인 자가용 이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초기 예측과 달리 정작 주행거리가 긴 운전자들은 참여율이 낮기 때문이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지금의 기준대로라면 마일리지보험은 원래 운행횟수가 적은 운전자에게는 관심의 대상이지만 그렇지 않은 운전자들에게는 관심 밖”이라며 “5~13%의 보험료를 아끼기 위해 운전자들이 자신의 주행패턴까지 바꾸면서까지 운행횟수를 줄이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의 마일리지보험은 주행거리가 짧은 운전자에 대한 ‘할인’만 있고, 주행거리가 긴 운전자에 대한 ‘할증’이 없어 손보사로서는 일방적인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시장이 전체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보험계약자로부터 직접 받아들인 보험료) 11조 7000억원으로 사상 첫 마이너스 1.1% 성장을 기록한 데에는 특히 마일리지보험을 적극 실시하고 있는 온라인차보험 시장의 영향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수일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연구위원은 “선할인을 택한 가입자들의 경우 기준 주행거리 초과 시 보험료를 돌려받을 법적 방법이 없어, 피해를 보는 손보사도 문제지만 결국 제로섬 균형이 깨져 전체 가입자의 평균보험료 인상을 야기하게 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체 운전자로 가입대상 넓혀야 = 회사원인 김 모 씨는 지난해 1월 자동차보험 갱신 시기에 맞춰 아내차와 본인차 동시에 마일리지보험에 가입했다. 연간 주행거리 9000km 안팎이었던 김 씨는 평상시 버스를 자주 이용하고, 주말 외출 시에도 가능한 부부가 한 차로 움직였다. 1년 뒤 5000km를 조금 넘은 아내는 보험료 할인혜택을 누렸으나, 7000km를 넘긴 자신은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그는 “연간 2000km나 주행거리를 줄였는데도 아무런 혜택이 없어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원래 주행거리가 짧은 운전자에 비해 평소 주행거리를 30% 가량 줄이는 노력을 1년 내내 기울였지만 만기시점에 다다라 7000km 목표를 초과하고 말았다. OBD(운행기록 자기진단 장치)를 별도로 장착하지 않았던 터라 마지막에 주행거리 계산에 착오가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가입자들 사이에서도 현행 마일리지험의 할인 기준을 전체 운전자로 넓히고, 주행거리 기준 역시 짧은 거리 위주가 아니라 개인의 전년 대비 감소폭으로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한 OBD가 없을 시 운행거리와 운행횟수를 수시로 계획하기 어려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연구위원은 “외국의 경우는 주유소나 정비소에서 마일리지를 체크하는 방법으로 주행거리를 관리하고 있다”며 “우리도 체계적인 관리체계를 갖추고, 주행거리 파악기간을 한 달 정도로 짧게 해 가입자들이 수시로 주행횟수를 줄일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 효과 거두려면 = 지금까지 마일리지보험은 교통사고 감소, 교통혼잡 완화, 탄소배출 감축이라는 목표달성에 얼마나 부합하고 있을까?

현재 마일리지보험에 대한 효과분석은 국책연구원인 한국교통연구원과 교통안전공단, 일부 손보사에 의해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연구는 ‘주행거리가 증가할수록 실제 사고율과 손보사의 손해율이 높아진다’는 기본 전제 하에 보험 가입 전후의 운전자별 변화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2년이 채 되지 않은 제도라 비교 데이터에 의한 정확한 분석이 어렵지만 가입폭이 작은 만큼 효과는 기대이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행 마일리지보험이 본래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보완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단순히 ‘보험료 할인’이라는 선정적 구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사고감소, 탄소감축 등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위한 전 국민적 동참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 국민, 보험사, 학계가 서로 짐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도 알려 함께 참여하고 개선방향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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