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중매체와 안전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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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중매체와 안전불감증
  • 곽재옥 기자 jokwak@naver.com
  • 승인 2013.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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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을 124개나 보유한 자발적 비정규직 ‘미스김’은 사무실 집기수리를 비롯해 탬버린, 고기 굽기, 게 손질 신공은 물론 미용, 항공정비, 역학 카운슬링에 이르기까지 부족함 없는 ‘계약직 슈퍼갑’으로 안방극장에 웃음을 준다. 드라마 ‘직장의 신’ 이야기다.

그녀의 능력은 실로 가공할 만한 것이어서 오토바이나 굴삭기 운전은 기본기요, 급기야 배탈설사에 걸린 운전기사를 대신해 버스 운전대를 잡기에 이른다. 웃자고 하는 드라마 내용에 죽자고 덤벼들 생각은 없으나 교통업계, 그것도 교통안전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기자로서 일순간 간담이 서늘했던 건 사실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24조에 따르면 시내버스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대형면허와 버스운전면허증만 소지하면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쟁률이 세고,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일인 만큼 수년 경력자를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주 오는 버스기사와 손인사까지 나누는 미스김의 여유로움이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한 것이라면 실로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실에서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미스김의 상황을 웃어넘기더라도 대중매체를 통한 교통안전 불감증 문제는 여전하다.

차량 이동 장면이 많은 예능프로 ‘1박2일’을 두고 끊임없이 지적되는 문제는 바로 교통법규 위반이다. 최근 방송분에서는 뒷자리를 개조한 특수차량에 7명 멤버 전원이 안전띠를 매지 않은 채 이동하는 장면이 장시간 노출돼,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실시한 전좌석 안전띠 착용에 대한 규칙 위반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말에는 트럭 적재함에 사람을 태워 도로교통법 49조 12항을 어겨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대중매체에서 보여주는 크고 작은 부주의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안전불감증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교통안전에 있어 안전불감증이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7명이 안전운전 불이행 때문에 유명을 달리한다는 데 있다. 어른뿐 아니라 어린이까지도 보는 광범위한 시청률대의 TV 프로그램이라면 교통안전을 저해하는 요소들에 더욱 각별히 신경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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