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통장애인, 현황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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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교통장애인, 현황과 과제
  • 곽재옥 기자 jokwak@naver.com
  • 승인 201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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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보다 무서운 건 먹고 사는 일”

평균 보상금 3711만원…평균 2년 4개월만에 소진
원인별 장애통계 부재…“정보 몰라 지원 못 받아”
아픈 데 또 때리는 ‘불친절 의료진’·‘늑장 보험사’


얼마 전 ‘장애인의 날’을 기해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겪는 애환의 삶이 각종 매스컴을 타며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선천적 장애에 비해 상대적으로 숫자가 많은 후천적 장애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은 게 현실이다. 그뿐 아니라 후천적 장애인 대부분이 교통사고로 인한 ‘교통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도 많지 않다. 한 순간의 사고로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가야하는 이들이 처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장애등급 내려가도 가족은 울상=A씨는 8년 전 운전미숙이었던 친구의 차에 동승했다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1년간은 하반신마비와 인지장애로 장애1급 판정이 내려졌고, 이후 재활치료를 통해 걷고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장애2급으로 등급이 떨어졌다.

그러나 교통장애인 가족에게 그들의 장애 회복은 마냥 기쁜 일만은 아니다. 장애등급이 떨어지면 정부 지원금이 줄어들어 곧바로 생계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사고로 직장을 잃은 A씨의 어머니가 뒤늦게 장애인상담센터를 찾은 이유다.

장옥희 한국교통장애인협회 상담실장은 “정부보조금은 장애등급을 기준으로 금액이 정해지지만 하루 종일 곁에서 수발해야 하는 가족의 입장에서는 똑같은 상황에서 단지 금액만 줄어드는 것일 뿐”이라며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개인에게 맞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말이 여기서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교통연구원이 최근 한국교통장애인협회 가입자 195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교통장애인들은 사고 후 보험사나 가해자로부터 평균 3711만원의 보상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보상금은 재활치료비와 생활비 등으로 평균 2년 4개월만에 전액 소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등급 기준 다른 정부보조금=현재 교통장애인에게 주어지는 금전적 지원은 보건복지부의 보조금과 교통안전공단이 자동차사고 피해자들에게 지원하는 재활보조금 두 가지다. 복지부의 경우 등록장애인 전체가 대상이라 해당 기준 내에서 차등 없이 지원이 가능하지만, 공단의 재활보조금은 피해자 스스로 정보를 취득하고 신청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따른다.

장 실장은 “교통장애인 본인이나 가족이 지원금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알아야 하는데 그걸 알 수 있는 경로나 시스템이 부재하다”면서 “뺑소니사고의 경우에도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한 정부 지원이 최근에 와서야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또한 두 기관이 지급하고 있는 장애인 보조금은 등급 기준이 서로 다를 뿐 아니라 같은 한 기준 안에서도 장애 판단 정도가 현실과 괴리가 있어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예를 들어 같은 부위의 절단장애인과 신경마비장애인의 경우 동일한 신체기능을 상실했음에도 외관상의 차이에 따라 등급이 달라지고, 지원금액이 달라지는 것이다.

▲“교통사고 환자는 구걸하는 환자”=B양(당시 14세)은 3년 전 차에 깔려 두개골이 함몰되고 산부인과적 기능을 잃게 된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런데 가해자는 돈이 없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회피하는 데다 보험사까지 보험적용 불가 결정을 통보해와 이들의 싸움은 법정까지 갔다. 결국 ‘보험사의 고지의무 위반’이라는 판결을 받기까지 1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됐다.

B양의 경우처럼 중증 교통장애인들은 길게는 수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그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다. 우선은 그들을 대하는 의료진의 태도가 일반 질병환자를 대하는 것과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치료기간이 길어진다 싶으면 “다른 병원에 갔다 오라”는 식의 공공연한 압박이 이들을 괴롭힌다.

병원 측에서는 치료기간이 긴데다 입원료체감제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고, 보험사의 지불보증 중단 위험까지 안고 있는 교통사고 환자가 달가울 리 없다. 그래서 교통사고로 치료중인 환자들 사이에서는 ‘교통사고 환자=구걸하는 환자’이라는 공식이 통용될 정도다.

▲보상금 연금제·피해자 전담기구 도입해야=일반적으로 장애인의 사고장애는 비장애인의 사고장애보다 훨씬 큰 충격을 안긴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또 같은 교통장애를 안고 있더라도 남자보다 여자가 받는 심리적 충격이 더 크고 사회로부터 도망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 장시간 이들을 접한 상담사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사고로 인한 장애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이들 교통장애인들이 가장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는 바로 경제적 문제다. 앞서 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통장애인의 71.8%는 사고 후에 직업을 잃었고, 72.3%는 소득이 줄었으며, 48.7%는 살던 집의 주거형태가 바뀌었고, 21.5%는 이혼·별거 등으로 배우자와 헤어져 가정파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연구를 수행한 정남지 박사는 “사고 이후 극심한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금식 보상금 지급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고, 피해자들이 사고처리 및 보상 과정에서 경찰과 보험회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교통사고 피해자 지원 전담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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