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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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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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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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지인들과 벼르던 통영여행을 다녀왔다. 초행은 아니지만 곧 끝날 통영의 봄 멍게 비빔밥과 도다리 쑥국을 맛보기 위해서였다.
가는 도중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에서 77년만이라는 큰 눈을 맞고 보니 '잔인한 4월'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튀어나왔다. 수십년전 중학교 시절쯤에나 들었을 이 말은 194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의 TS엘리엇이 황무지라는 시에서 "April is the cruellest mont"라고 한 구절에서 비롯된 것이다.

올해 4월 관광을 바라보는 심정이 딱 이렇다. 실제로 이달 내내 북한의 무책임하고 도발적인 위협이 계속적으로 높아지면서 길을 걷다 언제 머리위로 포탄이 떨어지지 모르겠다는 걱정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개성공단이 열려있어 한 가닥 희망의 끈이 되었었는데 이마저 잠정 폐쇄가 되고 보니 우리 세대에 다시 전쟁을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이런 걱정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요 며칠 북측의 위협이 잦아들고 우리 정부도 확고한 원칙과 의지를 갖고 남북실무회담제의를 했다고 하니 다소나마 안심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새 정부가 출범하면 금강산 관광재개를 시작으로 개성관광과 백두산관광 등을 새롭게 추진해 우리관광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리라는 기대는 완전히 물 건너간 꼴이 되고 말았다. 오히려 이렇게까지 신뢰할 수 없는 상대와는 남북 관계가 호전되더라도 관광 부문에서 만큼은 좀 더 확실한 보장이 이루어 질 때까지 능동적인 태도의 유보 필요성을 고민하게 된다.
두 번째는 엔저원고 현상을 보는 심정이다. 새로운 아베정권의 출범에 따라 몇 달째 계속되는 엔저현상으로 인해 우리 인바운드 1위 시장인 일본인 관광객의 방한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어 금년 말 외래관광객 유치 실적이 작년만큼이라도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이 안 되는 상황이다.

더구나 최근의 일본인 관광객 감소는 지난해 독도 문제와 함께 전임대통령이 일본 왕을 언급하면서 악화된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과거 실적을 보면 일본인 관광객들이 환율에 대한 탄력성은 크지 않은 반면 정치 문제가 심각해질 때 관광객이 현저히 떨어지는 패턴을 보여 왔다.

그렇게 볼 때 최근 일본의 우경화가 더욱 심각해지고 우리정부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으로 대응하면 상당기간 일본인의 방한 감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다. 이미 일본관광객들의 주요 방문활동지였던 명동 등에서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했다는 언론 보도와 함께 인바운드 여행업계와 호텔, 백화점, 면세점, 화장품업계들의 매출이 크게 줄고 있고 실제 강북지역 특급호텔들의 경우 20∼30%이상 예약률이 떨어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세 번째는 관광정책에도 일부의 불확실성이 있어 보인다는 점이다. 우선 지난해 금년 7월까지 1년간 임기가 연장된 한국관광공사 사장의 후임이 누가 될 것인가도 중요한 변수이다. 아직까지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행정조직과 예산에 큰 변화가 없고 2월 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관광부문 국정과제가 대선 공약 때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특기할만한 진전이 없었고 새 정부의 국정 방향을 오롯이 구체화 시켰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장관급의 위상을 갖는 공사사장의 인식과 능력에 따라 관광정책의 활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매 정부 출범 때도 반복되었던 일이기는 하나 정부의 국정지표에 대한 이해와 해석상의 논란도 조속히 정리될 문제 중의 하나이다. 이른바 '창조경제'라는 국정지표를 어떻게 '창조관광' 정책으로 구체화하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10여년전 존 호킨스라는 경영학자의 '창조경제'라는 책에서 언급된 이 개념은 비슷한 시기 유럽과 일본에서 시작해 우리 관광분야에서도 주목했던 '창조도시'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단서를 갖고 말하자면 이는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개념이기 보다는 새로운 각오와 과학적인 R&D를 기반으로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프레임으로 각개의 영역을 혁신해 나가자는  의미로 지금은 다소 불분명 하더라도 시간과 상황에 따라 심화해 나갈 문제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 사회에서 창조경제가 무엇이냐를 두고 벌어지는 많은 논란과 비판은 엄밀히 보면 이해하지 못하기 보다는 이해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이런 점에서 문화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공사와 업계, 학계와 함께 새 정부의 관광정책을 구체화 하는데 힘을 모을 필요가 크다.

끝으로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대체휴일제의 무산을 보는 심정이다. 지난 정부에서 여러 차례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재계의 반대에 부딪혀 실현하지 못했던 이 제도를 이번 정부가 첫 번째 국정과제로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재계는 물론 여당과 일부 정부 부처의 기술적 반대로 좌초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유감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젠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하기에 모자라 왕소군의 '춘래불사춘'이라는 구절까지 끌어와야 할 형편인 것이다.
<객원논설위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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