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통시장 무료배송 ‘과유불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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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통시장 무료배송 ‘과유불급’
  • 이재인 기자 koderi@naver.com
  • 승인 2013.0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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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열고 보니 ‘불법 유상운송’ 난무

업계 “잘 차려놓은 밥상에 재뿌린 격”

생계형 화물차, 사업 양면성에 눈물만

공짜라고 내걸은 이면에는 문제점이 있기 마련이다.

서울시가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취지하에 추진 중인 ‘무료배송 서비스’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들어 이 서비스가 유상으로 제공된데 이어 자가용 차량으로 운행되면서 도마에 올랐다.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자가용 유상운송행위는, 국토교통부가 화물운송시장의 ‘3대 악’으로 지목하면서 매년 근절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는 대상이다.

이 행위가 서울시의 사업에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료배송이라는 문자 그대로 100%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자가용 차량이라 하더라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반면 배송에 대한 댓가가 오고간다면 현행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상 불법행위로 처벌받게 된다.

문제되고 있는 전통시장 배송 서비스는 언뜻 보면 ‘무료’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가 직접 배송기사에게 지불하던 이전과 달리, 전통시장 상인(판매자)이 구매자를 대신해 배송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금 지불 방식이 기존과 차이를 보이고 있을 뿐, 분명 자가용 유상운송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령 구매자 A씨가 상인 B씨에게 상품 배송을 요청하면, B씨는 시장에 설치된 배송센터에 운임비를 지불하고 소속 차량은 A씨가 주문한 장소로 배송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무료가 아닌 유료로 제공되고 있다는 얘기다.

배송비 뿐만 아니라 운영방식도 각 시장마다 제각각이다.

한 지역시장 경우 기본요금 1000원에 기준치를 초과한 무게 마다 일정금액(500원)을 추가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 곳은 거리 당 요금(800원)을 차별 징수하고 있다.

이외에도 상인회가 지역 화물취급업체 전속기사와 계약해 아웃소싱 형태를 택한 곳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운영 중인 전통시장은 서울지역 17개구ㆍ43개소(5월 기준)나 된다.

문제 시발점은 서울시가 배송차량과 센터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초기자본을 투자한 반면, 서비스 운영에 있어서는 화물운송을 담당하고 있는 사업자 단체와 의견을 공유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현재 배송을 비롯해 시설 운영 관리부문에 있어서는 지역상인회에게 결정권이 주어져있다.

C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지자체와 협의 하에 시설과 차량ㆍ보험료 등의 자금이 지원됐고 이 같은 초기비용 외에 추가비용은 비영리적인 선에서 상인들이 직접 취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차량 관리ㆍ유류비 등을 위해 시장 상인이 배송요금을 부담하기로 결정된 상태며, ‘전통시장 살리기’라는 일종의 홍보ㆍ마케팅으로 과반수이상이 무료배송에 동의했고 요금산정 기준도 결정됐다.

지난해 전통시장 배송실적을 보면 적게는 2600건에서, 많게는 1만 1700건까지 처리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처럼 전통시장 무료배송 서비스는, 자가용 영업행위를 촉진하는 동시에 ‘상생’이라는 테마로 지역 소상공인을 육성한다는 서울시의 사업에서, 화물운송사업자는 소외돼 있음을 시사한다.

더군다나 서울시는 이 여세를 몰아 동일 형태의 전통시장을 계속 확대한다는 계획을 수립한 상태여서 사업용 화물운송사업자의 입지는 위태해지고 있다.
화물운송업계는 2% 부족한 사업이라며 볼멘소리 중이다.

업계는 전통시장과 화물운송사업자가 소상공인 동일범주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해 이러다할 제안도 없이 사업이 진행된 점은 ‘다 된 밥에 코 빠트린 격’이라며 오점을 남긴 행정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전통시장 살리기 사업을 화물운송업계와 협력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다마스 등의 소형 자가용 화물차와 배송센터를 지원하면서 기존 화물운송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생계형 사업자는 일자리를 잃게 됐다”며 “무료배송사업에 동참하기를 원하는 사업용 화물차주들을 모집해 전통시장 구축사업에 지원되는 보조금 중 일부를 보전하는 형태로 손질돼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생계형 사업자의 자립을 도우기 위한 계획으로 추진된 사업이기 때문에 시장상인은 물론, 영세함에도 불구하고 법을 지키면서 활동하는 사업용 화물차주를 구제하는 방향으로 윈-윈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지역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은 연말까지 54개소로 서비스 권역이 확대되며 내년에는 5개의 시장이 추가 설립, 각 개소별로 최대 4500만원의 지원비가 제공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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