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 카웨어링 비교 분석] “타고 보니 두 산업 경쟁 성격 아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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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 카웨어링 비교 분석] “타고 보니 두 산업 경쟁 성격 아직 아니다”
  • 정규호 기자 bedro10242@naver.com
  • 승인 2013.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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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성·가격 경쟁력 아직까진 택시 ‘우위’
거점·차량 부족 문제, 편도 운행 없어 불편
“우리 집·회사 앞까지 거점 생기면” 경쟁 가능

‘카쉐어링’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게 된 시기는 얼마 되지 않았다. 지난 1996년 9월 동국대학교에서 카쉐어링 자문단을 발족시키면서 한국형 카쉐어링 산업은 그 신호탄을 알렸다. 당시까지만 해도 카쉐어링 산업의 인지도는 매우 낮았고, 택시와 비교하기에는 시기상조였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자체와 대기업은 카쉐어링 산업에 진출했고, 택시업계에서는 경쟁체재에 돌입했다는 의견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서울시에서는 카쉐어링 업체를 선별해 ‘나눔카’라는 서울시 브랜드 카쉐어링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버스, 지하철, 택시에 이어 카쉐어링을 제4의 공공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 시키려는 것이다. ‘반값 주차장’, ‘홍보 대행’ 등 각종 혜택도 부여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전문가들은 택시와 카쉐어링이 경쟁관계가 될 수 없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양 산업은 다시 안개속 정국으로 들어갔다.

시장 간 주부 “택시가 편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살고 있는 이지연(31·주부)씨는 강서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장을 보기로 했다. 교통수단은 택시보다 저렴하고 편리하다는 카쉐어링을 2시간 30분 이용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녀는 계산기를 두드려보더니 카쉐어링 대신 택시를 이용하겠다고 했다.

“앱을 보니깐 우리집에서 차량이 주차돼 있는 가장 가까운 지역이 신정동인데, 여기서 버스로 4정거장 거리예요. 왕복 버스비하고, 주차비, 유류비까지 더하면 차라리 택시를 타고 가는데 값싸요. 게다가 차를 신정동에 다시 주차시켜야 하니깐 오히려 더 불편해요”

만일 카쉐어링을 이용했다면 1만8000원(차종: 레이. 2시간 30분 이용. 30분당 1980원. 왕복 버스비 2100원. 주차비 6000원)+@(유류비)가 지출됐다. 하지만 그녀는 교통수단으로 택시를 선택했고, 왕복 택시비 1만600원으로 시장을 보고 왔다.

거래처 오간 회사원 “편리성 우수”
윤태준(30·영업사원)씨는 카쉐어링 이용 후 “편리성은 확실히 우수하다”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회사(천호동)-거래처(가락시장)-거래처(구로디지털단지)-회사에 복귀했다. 이용요금은 총 3만7260원(차종: 아반떼MD. 4시간 이용. 1시간당 8300원. 30% 할인 받아 5810원. 주차비 3000원. 유류비 58km*190=1만1020원)이 지출됐다.

택시를 탔다면 5만3500원이 나왔고, 지하철을 탔다면 3500원 정도가 나왔다. 윤 씨는 “회사 바로 근처에 카쉐어링 주차장이 있으니깐 매우 편리했다. 하지만 만일 거점이 가깝지 않다면 차라리 업무택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카쉐어링을 이용해 보고나니 두 교통수단이 뚜렷한 경쟁관계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가격, 편리성 등 이용해야할 상황과 서비스에 따라 교통수단을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장거리일수록 카쉐어링의 효율 높아져
위 두 명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점은 장거리 운행일수록 카쉐어링의 가격과 편리성 효율이 높아진다는 부분이다. 반면, 택시는 단거리일수록 카쉐어링보다 효율성이 뛰어났다.

여기에 몇 가지 중요한 변수도 존재했다. 먼저 카쉐어링의 경우 차가 주차돼 있는 거점이 과연 우리집 또는 우리 회사앞에 있냐는 것이다. 거점이 멀어질수록 카쉐어링 이용률도 떨어진다. 택시는 최근 공급과잉이라는 지적을 실감할 수 있을 만큼 길거리 어디서나 쉽게 탈 수 있어 시민들의 불편함은 전혀 없다.

다음으로 카쉐어링 차량의 운행 편리성이 앞으로 택시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잠재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카쉐어링 차량들은 스마트기능을 대폭 도입했다. 차 문이 열리거나 닫혔으면 앱을 통해 메시지를 받을 수 있곳, 시동도 앱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켜진다.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24시간 무인 서비스도 제공한다.

무엇보다 사용한 시간만큼 비용을 지불한다는 합리적 계산법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을 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부분을 종합할 때 전문가들은 택시와 카쉐어링은 경쟁관계라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서울자동차대여사업조합의 일본 카쉐어링 보고서에 따르면 카쉐어링은 렌터카, 리스 업종과도 크게 겹치지 않는 별도의 산업이다. 카쉐어링의 이용자는 회원인 반면, 렌터카는 불특정 다수, 리스는 특정인이다. 임대차계약기간도 카쉐어링은 분단위인 반면, 렌터카는 6시간 이상, 리스는 년단위다. 대여 장소도 카쉐어링은 근접주차장인 반면, 렌터카는 영업소, 리스는 따로 없다. 자동차를 빌린다는 개념만 같을 뿐이지 소비층, 대여방법 등은 모두 다르다.

때문에 카쉐어링 업계관계자는 “택시와 카쉐어링의 경쟁관계보다 택시와 자가용의 경쟁관계가 더욱 현실적”이라며 “카쉐어링은 세컨드카 대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집 앞까지” 거점 확보되면 경쟁 가능
서울시의 ‘나눔카’는 현재 292개 거점에서 차량 482대를 운행중이다. 가입자 수 6만9000명이며 일일 평균 이용객은 450명 정도다. 시에 따르면 지역별 이용자 수는 업무지역이 가장 많았고, 이어 역세권, 대학가, 주거지 순으로 이용자가 많았다.

문제는 ‘우리집 앞까지, 우리회사 앞까지’ 거점이 늘어나고, 차량대수도 많아지고, 편도 운행이 가능해진다면 택시와 경쟁관계에 놓일 수 있다.  위 이지연 씨의 경우 거점이 멀고, 편도 운행이 안된다는 이유로 카쉐어링 대신 택시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수원시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키 위해 이달부터 편도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통구·팔달구·화서역 등 3개소에서 편도 방식을 시범운영한 뒤 시 전역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시도 현재 구로디지털단지역과 마포역, 천호역 등 이용자가 많은 3개 역에서는 편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택시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카쉐어링 산업과 직접적인 경쟁관계로 인한 수입 감소 걱정은 하지 않는다. 다만, 카쉐어링 산업과 분명히 경쟁되는 부분이 상존하고 있다. 또, 심야버스 도입으로 조금 침범 당하고, 지하철 연장 운행으로 또 경쟁당하고 나면 전체적으로 택시산업은 야금야금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렌터카업계 관계자는 “만일 경쟁관계라면 서비스 경쟁을 통해 시민들로부터 선택받는 교통수단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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