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보행자 안전,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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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보행자 안전, 무엇이 문제인가?
  • 곽재옥 기자 jokwak@naver.com
  • 승인 201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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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우선권을 보행자의 온전한 권리로”

| WHO 분류 기준 “한국, 도심부 제한속도 없어”
| ‘존30’ 설치는 양방향 2차로 이내일 때 ‘효과적’
| 사고감소 해법은 ‘보행자 중심의 도로안전대책’


‘UNESCAP(UN 아시아 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 도로안전 전문가 그룹 회의’가 지난 8~10일 교통안전공단 주최로 서울에서 개최됐다. 26개국 7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교통안전 증진을 위한 각국의 도로안전 정책과 현안들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번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보행우선구역사업’과 ‘도로안전진단’을 주제로 참가국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안전한 도로를 조성해 보행자사고를 줄이기 위한 ‘보행우선구역사업’의 핵심내용을 들여다본다.

보행자 사고의 가장 큰 주범은 ‘속도’다. WHO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도심부 제한속도가 없는 나라’로 분류돼 있다. 이는 그 기준이 표준화돼 있지 않다는 뜻으로, 북한과 아울러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보행자 안전 후진국에 속하는 셈이다.

유럽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가 시속 1km당 속도위반 가중 처벌을 부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시속 20km 이상을 초과해야 처벌대상이 된다. 제한속도가 60km인 도심부에서 80km까지 속도를 내도록 법이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속도를 급격히 제한하고 있는 어린이보호구역, 노인보호구역 등 ‘존30’ 구간에서는 속도로부터 안전할까?

존30 구간의 목적은 어린이와 노인 등 교통약자를 포함한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것임에도 실제로는 우리나라의 존30은 상당수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차량의 속도를 물리적으로 제한하기 위한 중앙분리대, 펜스, 차로수(가로수), 보차분리 등 안전시설들이 잘못 설치돼 있어 오히려 운전자의 과속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존30 구간에서 지적되는 또 다른 문제는 차로 수와 차로 폭이다. 차로 수가 많고 차로 폭이 넓을수록 과속심리를 불러일으킴에도 우리나라의 경우 왕복 4~6차로 상에 존30을 설치한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보행우선구역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최병호 교통안전공단 부연구위원은 “존30구간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양방향 2차로 이내로 과감하게 차로 폭을 좁혀야 한다”며 “학교나 병원이 들어서 주변 환경이 바뀌면 그에 맞게 도로환경도 바꾸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편 보행자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고위험이 높은 곳은 다름 아닌 횡단보도다. 전체 보행자 사망사고 가운데 횡단보도 사고가 매년 70% 안팎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를 잇는 것이 생활도로, 노변, 인도 순이다.

횡단보도 사고에서 절대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원인은 바로 ‘무단횡단’이다. 무단횡단을 유발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신호대기 시간. 대부분 OECD 국가들의 횡단보도 대기시간이 60초를 넘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는 120~180초에 달해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는 보행자들이 차도로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아울러 횡단보도의 위치가 도로 이용자들의 ‘희망동선’과 다른 것도 무단횡단의 원인 중 하나로 알려졌다<사진>. 따라서 보행자 사고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도로설계 단계에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보행자에게 불편을 끼치는 요소를 사전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 부연구위원은 “보행자 사고를 줄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통행우선권을 보행자에게 부여하는 것”이라며 “특히 생활도로 내에서는 사람이 차도로 들어가도 운전자가 알아서 멈출 수 있을 만큼 보행자의 권리를 우선시하는 도로안전대책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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