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CJ대한통운)’ 앞에 고개 숙인 ‘을(비정규직 택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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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CJ대한통운)’ 앞에 고개 숙인 ‘을(비정규직 택배기사)’
  • 이재인 기자 koderi@naver.com
  • 승인 201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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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운송거부 ‘공방전’ 가열

비대위 “밀어내기 수법” vs CJ대한통운 “상생 조건”

정치권, “CJ대한통운 성실히 교섭에 응해야 할 것”

지난 4일 인천에서 시작된 CJ대한통운 택배근로자들의 운송거부 사태가 광주와 전주ㆍ청주에 이어 천안ㆍ아산ㆍ포항 등지로 확산되고 있다.

보름째로 접어든 운송거부는, 지난 4월 CJ대한통운이 CJ GLS와 통합되면서 택배 서비스 개선과 운영 효율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진행된 전산시스템 및 네트워크 일원화 작업이 진행되면서 택배 집하구역ㆍ노선별 차이가 있었던 박스당 단가가 평준화된데 이어, 서비스 부문 고객 불만을 제로화한다는 그룹 방침 하에 마련된 ‘패널티 제도<표1>’와 ‘차등 수수료<표2>’가 이번 사태를 불러일으킨 핵심 사안이다.



이 같은 내용을 상반기 내로 적용해야 한다는 CJ대한통운 측의 입장과, 관련 제도를 철회하고 배송단가 수수료를 95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CJ대한통운 택배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입장이 확고해짐에 따라 장기전으로 돌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런 가운데 배송거부에 동참하는 차량 대수를 비롯, 택배 서비스 운영관련 현재 상황을 놓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고객사의 혼란과 이에 따른 피해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운행중단 차량대수에 있어 CJ대한통운 본사는 270~300여대, 비대위 측은 1000~1020대로 각각 추산ㆍ집계하고 있다.

▲진실은 어디에?
이번 사태에 있어 양측의 주장은 확연히 엇갈리고 있다.

지난 10일 CJ대한통운이 표명한 바에 따르면, 운행거부에 동참한 배송기사들이 현장에 복귀하면서 택배 서비스가 정상 궤도에 진입했으며 평상시대로 원활한 배송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와 관련 CJ대한통운 노동조합(위원장 차진철)은 운송거부사태와 관련해 현재 일부지역에서 외부세력이 정상적인 택배배송 업무를 방해하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면서 이로 인한 피해가 소비자 몫으로 돌아가는 점을 감안해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다.

차진철 노조위원장은 공식문서를 통해 “어떠한 경우에도 소중한 고객물품이 일부 외부세력의 불순한 의도에 볼모로 희생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택배배송을 방해하고 있는 외부세력이 즉시 행위를 중단함은 물론, 일부 불순세력이나 단체 등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사태에 있어 CJ대한통운 노조는 노동조합도 택배배송에 적극 동참해 어떤 경우라도 정상적인 배송을 이행할 것”이라며 비대위 측과의 입장에 대해 선을 그었다.

반면 운송거부를 진행 중인 CJ대한통운 택배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측에 따르면, 사측이 주장하는 배송 정상화는 거짓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지난 8일 경기도 안산 집회에 이어 10일에는 천안ㆍ아산 등 충청권으로 확대되면서 약 11개 지역(인천ㆍ서울 마천ㆍ경기 시화ㆍ부천ㆍ창원ㆍ청주ㆍ울산ㆍ전주ㆍ광주ㆍ천안ㆍ아산)의 CJ대한통운 택배 서비스가 일부 멈춰섰다.

또 지난 10일 집회가 열린 경기도 시화지역에서는 배송기사들이 운행거부에 동참하면서 터미널ㆍ대리점에 택배화물이 계속 쌓이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CJ대한통운 본사와 영업소 측에서 ‘119택배’라는 용차업체 차량을 긴급 투입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

이 지역 집회에 참석한 비대위 관계자는 자료를 통해, 운행거부로 공백이 발생한 자리에 자가용 승합차와 퀵 서비스 이륜차가 대신하고 있고 현행법상 불법행위로 간주되고 있는 자가용 유상운송행위가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관할지역 경찰과 지자체 담당자들이 자가용 용차의 운행에 대한 제재를 가하면서 터미널에 입고된 상품배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CJ대한통운 측이 불법을 자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집회에 참여한 배송기사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더욱이 자가용 용차를 확보ㆍ투입하는데 소요된 비용 또한 패널티 제도를 언급하면서 몫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 9일 CJ대한통운이 배송에 차질이 없다며 문제되고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추가인력과 배송차량을 확보ㆍ배치하면서 서비스에는 문제없다고 밝힌 것과는 차이가 있다”며 “경찰과 지자체의 단속으로 인해 CJ대한통운 측이 밝힌 용차는 발목이 잡힌 상태”라고 덧붙였다.

▲‘슈퍼갑’ 횡포 일파만파 번져
지난 13일 여의도 국회 주변에 ‘택배기사 죽이는 CJ’라는 현수막을 부착한 택배차량들로 가득 메워졌다.

이날 여의도에서는 박스당 단가 수수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운송 거부 중인 CJ대한통운 소속 비정규직 택배기사들이 회사 측을 상대로 사태 해결을 위한 교섭을 촉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비대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서비스 향상이란 보기 좋은 포장지로 여민 쇠고랑을 채우려는 본사의 속내가 뻔히 보이는 행위라면서 비정규직 배송기사와의 꼬리잡기에서 막대한 자금력을 내세워 손아귀에 거머쥐려는 대기업 측의 횡포가 난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CJ대한통운은 교섭 요청에 단 한 번도 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측이 성실히 교섭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정치권도 비대위 측의 목소리에 힘을 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 집회가 열린 이날 우원식 민주당 최고위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CJ측이 대한통운 인수 후에 880원에서 920원 정도의 택배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800원에서 820원으로 낮췄다”며 “CJ대한통운 사태는 항의하는 택배 노동자들의 자발적 파업”이라고 현 상황을 일축했다.

이어 그는 “우리 사회에서 ‘을’의 위치와 ‘을’에 대한 대우가 어느 정도인가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사태”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수수료 인하와 이에 따른 택배기사들의 파업과 관련해 CJ대한통운 측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민주당에 이어 통합진보당 역시 CJ대한통운 비정규직 택배기사들의 요구가 수렴돼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수정 통합진보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묵묵히 노동하던 택배노동자들의 분노가 결국 폭발하면서 CJ대한통운의 택배파업이 확산되고 있다”며 ‘갑ㆍ을’ 문화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태임을 꼬집었다.

그는 또 “지난 3월부터 CJ GLS와 대한통운의 통합이 진행되면서 수수료를 낮추고 고객 불만의 민원이 접수되면 해당 택배기사에게 벌금을 부여하는 제도를 만든 것이 화근”이라며 CJ대한통운이 현 사태를 부추겼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평균 200건, 건당 처리시간 3분, 총 16시간이란 살인적인 노동을 비정규직 택배기사들에게 강요하고 있다”며 “150만~200만원의 수입 중에서 유류비ㆍ통신비ㆍ차량 관리 유지비를 제한 나머지(약 80만원)로 택배 노동자들이 생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수료를 인하하고 각종 패널티와 벌금을 적용한다는 것은 비열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지난 3월 CJ대한통운은 CJ GLS 측과의 통합에 따른 구역정리와 이에 있어 수수료 단가 인하 규정을 택배기사들에게 통보하면서 배달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과 손실비용에 대해서는 패널티 제도를 적용해 비정규직 택배기사들에게 전가시킨 것으로 질책을 받고 있다.

한편 윤정학 비대위 위원장은 택배 노동자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수수료 인상과 근무조건ㆍ처우개선에 대한 문제를 CJ대한통운 측이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진전이 없을 시에는 전국적으로 대규모 사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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