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G 특집]④화물-“난 네가 싫어!” & “미워도 다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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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G 특집]④화물-“난 네가 싫어!” & “미워도 다시 한 번!”
  • 이재인 기자 koderi@naver.com
  • 승인 2013.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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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순서
①탄생과 진화-“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②버스-성능은 ‘효자’, 신뢰는 ‘서자’였다
③택시-미터기, 50년 만에 ‘동반자’ 되다
④화물-“난 네가 싫어!” & “미워도 다시 한 번!”
⑤교통안전-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나다
⑥차세대 운행기록계-“지금은 융복합 시대!...5세대가 간다!”
⑦안전관리-핵심은 ‘관리 툴’이다

손 내민 ‘DTG 변화’ 재촉에 미덥잖은 ‘화물업계’

정보 신뢰성, 이용 편의성, 비용절감 높아
좌불안석 18년...시대 앞선 DTG에 시큰둥

‘교통안전’이란 주제로 화물운송업계와 운행기록계의 불가분적 관계는 맺어졌다.

운행기록계는 초창기 모델인 아날로그 기계식부터 WiFi 통신 기술을 접목시킨 디지털 기기까지 진화했다.

최근에는 기존 운행기록계에 유류사용량을 측정하는 계측 기능과 영상기록 기술을 접목시킨 형태로 변모를 잇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0년 ‘교통안전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운행기록계와 디지털 기술이 융합된 ‘통합형 DTG’를 전환ㆍ보급 중이다.

하지만 정작 기기 장착을 수용해야하는 화물운송업계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이는 수년간 이어져온 정부와 업계와의 유기적 관계가 신뢰 속에서 쌓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 초 화물운송실적신고제와 직접화물운송의무비율제 등을 적용함과 동시에 이 제도들과 DTG를 연계해 화물운송시장에 대한 관리감독의 강도를 높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18년여간 운행기록계와 동거동락해온 업계는, 앞으로도 계속 함께 가야 하는 상황.

때문에 지금은 정부와의 관계개선은 물론 DTG의 필요성과 장착에 대한 동기부여가 화물운송업계 전반에 필요한 시기다.

화물운송시장에 운행기록계가 등장한 시기는 1995년부터다.

당시 정부는 사업용 여객차량의 교통사고를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도입한 운행기록장치를 화물차로 확대ㆍ적용했다.

이때부터 화물운송업계의 반발이 시작됐는데, 이는 불분명한 기종점을 비롯, 화주ㆍ고객사의 요구가 변동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시장 특성상, 운행기록계의 효과가 미지수라는 이유에서였다.

업계 요청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화물운전자의 초과근로 시간으로 인해 졸음운전 등의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기장착을 추진했다.

이로 인해 1세대 격인 아날로그형 기계식 운행기록계를 부착한 화물차가 등장했다.

하지만 이 기기가 시장에서 빛을 보지는 못했다.

기계식 운행기록계는 급출발ㆍ급정거ㆍ과속에 대한 장력을 이기지 못해 부속품이 손상됐고 이에 대한 수리비와 소모품인 기록용지 등에 대한 비용부담이 컸다.

그로 회당 기록용지를 교체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겹치면서 화물운송업계로부터 외면 받게 됐다.

A화물운송사 담당자는 “기록용지부터 부속품까지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해야 했고, 기록정보를 정부에 제출할 때에는 데이터 분석 전문가에게 의뢰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상 문제 때문에 사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응이 이렇다보니 제조사들은 기계 성능의 미진한 부분을 보완한 장치 개발에 나섰다.

운행기록계는 기계식에서 전기․전자식으로 전환됐고 이로 인해 기기 내구성이 강화됐다.

보다 정확한 운행정보가 기록되는 등 제품사양이 향상됐으며, 기록용지의 교체주기가 보다 길어지면서 이용 편의성도 개선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제품 자체적으로 성능은 업그레이드됐으나, 사용자 의지에 따라 기기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정보 신뢰도에 문제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B운송사 데이터 관리자는 “당시 교통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해당 차량 운전자가 제출한 운행기록정보를 경찰에 제출했으나, 기록정보가 허위로 판명나면서 운행기록계 장비의 필요성이 회자된 바 있다”며 “경찰 조사결과 해당 운전자가 사고당시 기록물을 파쇄하고 동일 노선을 운행한 기록물을 동료 운전자에게 부탁한 것이 발각되면서 기기 보안적 문제가 지적됐다”고 설명했다.

자의반 타의반에서 비롯된 운행기록계의 정보 신뢰도에 불신이 더해지자 기기장착에 대한 화물운송업계의 반발은 한층 더 거세졌다.

지난 1997년에는 장착 대상에서 1t 미만 용달화물차량을 제외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역 내 근거리 소화물 운송과 문전수송이 주 업무인 점을 감안하면 운행기록계의 도입목적과 관련해 일관성이 떨어지며 기기장착에 대한 효과가 미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업계 관계자는 “과속 등을 방지하는 교통안전 목적으로 기기가 도입됐지만, 시내 단거리 용도인 용달화물의 경우에는 신호등ㆍ교통체증 등의 도로환경으로 인해 효과가 저조하다는 평가가 나왔으며 1997년 IMF 이후 물량이 급감하면서 일평균 1~2회로 운행횟수가 줄어든 것도 한 몫 했다”며 “특히 2000년 7월부터는 운행기록계를 부착하지 않은 차량에 대해 자동차검사를 거부하고 있는 사태가 빚어졌고, 생활고 등의 이유로 불가피하게 기기장착을 하지 못한 차주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졌다”고 설명했다.

정부와의 8년간 밀고 당기기 끝에 2005년 8월부터 지금까지 1t 미만 화물차는 장착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후 운행기록계 제조사들은 기기사용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는 화물운송업계를 붙잡기 위해 수요자 니즈를 강조한 제품개발에 나서면서 디지털 체제로 전환했고 이어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마케팅에 힘을 가했다.

DTG 특징은 기존 아날로그 기기를 디지털화했다는 것이다.

먼저 컴퓨터 등의 전산 기기가 보급되면서 종이용지에서 이동식 메모리(USB) 저장방식으로 전환됐다.

정보 신뢰성과 휴대성이 강화된 가운데 인터넷 기반의 WiFi 기술이 접목되면서 기록물 저장 및 보고와 관련해 이용자 편의성이 대폭 강화됐다.

그로 위ㆍ수탁 지입차주에 대한 관리가 용이해졌고 정보 신뢰성이 확보되면서 시간 경제적 비용부담과 업무처리 효율성도 제고됐다.

하지만 이와 같은 DTG 정보를 화물운송거래 단계와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데 활용하려는 정부정책이 나오면서 업계 반응은 한풀 꺾였다.

C물류사 관계자는 “데이터 신뢰성이 높아지다 보니 차량운행과 물동량 이동 정보 등 회사의 모든 정보가 속속들이 공개돼 영업 비밀에 대한 보안상 문제가 제기됐다”며 “이는 곧 협력업체 및 운전자의 근로시간 정보를 비롯해 계약한 화주사의 물량처리 과정을 역 추적할 수 있는 빌미가 제공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DTG 충실히 활용ㆍ보고하는 업체들을 위한 인센티브는 부재한 반면, 회사 내부 사정까지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고스란히 제출하게 하는데 DTG가 쓰이고 있다”며 “‘고양이 목에 방울 거는 격’이라는 식으로 분위기가 굳어졌다”고 강조했다.

화물업계에 있어서는 성가신 존재로 취급돼 온 DTG는 올해 말까지 화물운송시장에 대거 유통된다.

따라서 이 장치를 ‘족쇄’로 받아들이고 있는 화물운송업계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 나갈 것인지가 초미에 관심사다.

이처럼 불편한 관계가 이어져오면서 최근 주목할만한 변화가 시작됐다.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던 기존 운행기록계와 달리 IT 정보기술 기반의 DTG가 보급되면서 대형 물류기업들은 안전사고 예방과 함께 전국 네트워크 및 물동량 흐름을 파악하는데 그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화물운송실적신고제와 에너지목표관리제 등 녹색물류전환사업도 바로 이러한 여세에 힘입고 있다.

그러나 그간 역사적 흐름 속에서 쌓여온 불신은 여전히 화물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세다.

보다 효과적인 성과를 빠른 시일 내에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불신의 잔재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고민이 이뤄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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