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령운전자, 문제와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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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고령운전자, 문제와 해법은?
  • 곽재옥 기자 jokwak@naver.com
  • 승인 201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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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구성원의 관심·노력이 사고 줄인다”


-운전자·보행자 스스로 본인의 신체상태 인지해야
-체험교육·신체검사 등 ‘고령운전자 안전대책’ 시급


국제연합(UN)의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전체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가 7.2%였던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2018년이 되면 14.3%로 ‘고령 사회’, 2026년에는 20.8%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다. 우리나라가 고령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시간은 8년. 프랑스(39년), 미국(21년), 일본(12년) 등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노인인구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노인 교통인구의 증가로 이어졌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 전체 운전면허 보유자는 25.7% 증가한 반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면허 보유자는 137.4% 증가했다.
그리고 노인 교통사고도 늘었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 노인 교통사고는 12만 9473건이 발생해 8901명이 사망하고, 13만 6669명이 부상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연평균 발생건수 5.2%, 사망자 1.8%, 부상자 5.3% 증가한 수치다.


▲고령운전자의 운전능력은?=운전자 측면에서 봤을 때, 일반적으로 고령자는 비고령자에 비해 여러 신체 능력이 떨어져 사고위험이 크다. 그러나 문제는 고령자들 스스로가 자신이 ‘고령’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그에 따른 신체적 변화를 인지하는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 결과를 보면(‘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특성분석 및 사고예방대책연구’,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 65~69세의 초기고령자 집단은 ‘자신이 비고령자에 비해 사고위험성이 높지 않다’는 답변이 24.1%로 ‘사고위험성이 높다’(21.4%)는 답변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정책실 강수철 박사는 “고령자들은 스스로 비고령자에 비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고, 젊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운전 실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경우 스스로 운전 실력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젊은 초보 운전자들보다도 대형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고령자들의 운전 능력은 얼마나 떨어지는 것일까?

도로교통공단에서 운전정밀적성검사를 받은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한 결과, 고령자는 △동일한 속도를 예측하는 능력 △신호등을 보고 반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 △주의력 및 핸들조작을 통한 장애물 회피 능력 모두 비고령자보다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프 참조>.

또한 고속도로와 도시부 도로에서의 차량시뮬레이터 실험 결과, 고령자는 비고령자에 비해 급가속·급정거 등이 많아 주행 안정성이 떨어지고, 출발 반응시간도 0.1초 느린 것으로 분석됐다. 주행 안정성의 경우 돌발상황에 대한 예측이 늦어지는 것이 원인으로, 자연히 돌발상황이 생겼을 때 정지거리도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 박사는 “고령자의 경우 자신의 신체적 능력저하를 인지하고 조심운전을 하되 주의분산 운전을 해서는 안 되며, 비고령자보다 방어운전을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 예방하려면=고령운전자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 이를 뒷받침하는 법규 및 제도는 미흡한 실정이다.

현재 도로교통법은 만 65세 이상, 제2종 면허에 한해 면허 갱신 주기를 5년으로 단축했으나 신체적 변화주기를 고려할 때 이 기간은 매우 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또는 고령자가 운전을 통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 또한 강제성이 없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운전면허 갱신시기,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고령운전자의 교통안전을 도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면허 갱신을 위한 적성검사 주기를 주에 따라 1~4년으로 단축 운영하고 있다. 또 일본은 69세까지는 5년, 70세는 4년, 71세 이상은 3년으로 적성검사 주기를 점점 단축하고 있으며, 뉴질랜드는 80세 이후부터 일괄 2년에 한 번씩 적성검사를 받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제도적 측면에서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을 동일한 고령자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연령대를 보다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더불어 고령운전자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경찰이나 교통 관련 기관에서 부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사회교육 이외 제도권 안에서의 교육은 전무한 상태로, 이마저도 보행자 중심의 교육이 대부분이다. 이에 앞으로는 운전자에게 맞는 교육프로그램 개발도 시급한 상황이다.

한편 전반적인 노인 교통사고 증가 추세의 이면에는 사회적 인식 부재가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는 어린이사고에 대해서는 매스컴이나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반면 그보다 빈도가 높은 노인사고에 대해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강 박사는 “고령운전저의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성검사 시 연령층에 맞는 신체검사를 병행 실시하고, 효과가 높은 체험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며 “그와 동시에 교통약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일이야말로 그 근본적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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