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전용 ‘배 번호판’ 이중생활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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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전용 ‘배 번호판’ 이중생활 성행
  • 이재인 기자 koderi@naver.com
  • 승인 201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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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택배기사’ 주말엔 ‘개인사업자’, “개인활동이 더 짭짤”...탈법 논란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택배를 가장한 ‘꼼수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

택배전용 넘버(배 번호판)를 득한 일부 차주들의 경우 택배 외 개인영업으로 소득을 올리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일명 배 번호판은 택배업계가 주장하고 있는 차량부족난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정부가 증차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존 영업용 넘버(아․사․자․바)에 추가된 신규 넘버이며, 허가된 차량(1만 823대, 6월 기준)의 활동 범위는 택배 서비스에 한하는 선으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이들 차량(배 번호판) 중 일부가 택배업무 외에 활동이 전면 금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물운송 관련 개인사업에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활동을 보면 주중에는 택배를, 주말에는 이사를 비롯해 소규모 화물운송 영업을 하는 형태로 전개되고 있으며, 택배를 집하․배송하는 업무시간에는 주말 일감을 얻기 위한 별도의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다.

개별적으로 수취한 물량은 주 6일 가동되는 택배업무가 종료되는 시간에 맞춰 배송되고 있으며, 본사(택배회사)와는 관계없이 택배기사 개인에 의해 처리되고 있다.

이는 회사를 거쳐 이동하는 물량에 대한 수수료보다 개인이 직접 나서는 것이 이득이라는 결론이 나오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본사를 통해 집하․배송되면 담당 기사에게는 건당 1000원 이하의 운송료(운임)가 지급되나, 회사에 보고되지 않은 상태로 개인이 획득․처리하면 평균 이상의 수입을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택배로 벌어들인 급여(월평균 150~200만원)에 최소 월 4회(주말) 활동한 몫이 추가돼 그나마 숨통이 트이게 된다.

지난 6월 배 번호판을 득한 택배기사 A씨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A씨는 “동료 택배기사(아․사․자․바 번호판)들이 주말 영업으로 수입을 올리는 것을 보고 뒤따르게 됐다”며 “처음에는 물량이 없었으나 동료가 ‘콜’하면 도와주는 방식으로 거래처를 소개받게 됐고 발이 넓어지면서 택배업무가 종료되는 주말에는 별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6월의 경우 한주(일요일)에 10만원 씩 40만원이 생겨 용돈벌이 셈으로 했으나, 소개가 늘면서 지난달에는 90만원을 올렸다”면서 “30일 중 25일간 불철주야로 벌어들인 택배 수입(173만원)보다 주말에 4~5일 활동해 벌어들인 것이 짭짤하다”며 추후 주말 영업의 의지를 보였다.

이처럼 주중에는 택배회사와 계약한 협력업체 배송기사로, 주말에는 화물운송관련 개인사업자로, 탈바꿈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과 경기에서 활동 중인 B씨도 이중생활 중이다.

지난 5월 신규허가를 부여받은 그는, 택배와 이사로 입지를 굳힌 C사와 전속 계약해 택배기사로 활동하게 됐다.

하지만 그 역시도 ‘배 번호판’ 차량 운행범위를 넘고 말았다.

B씨는 과거 자가용 화물차(1.2t)로 택배뿐만 아니라 이사화물운송업체의 용역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이를 근간으로 현재 택배와 이사를 병행하고 있다.

B씨는 “신고포상금제 등 자가용 단속을 피하던 찰라 정부가 공짜로 허가한 넘버를 받게 됐으나, 택배만으로는 사실상 입에 풀칠하기도 빠듯하다”며 “이사업체를 비롯해 몇몇 업체와는 친분이 있어 주말에는 개인적으로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본사와 영업소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별도 영업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며 “업무시간 외에는 본사와 영업소에서도 터치하지 않고 있으며 주말 물량만 있다면 개인사업자로 활동하는데도 지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택배사업에만 사용하라는 전제하에 추진된 정부의 증차사업이 퇴색돼 가고 있다.

하지만 신규증차를 요구해 공급받은 택배회사들은 협력업체라는 이유로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정부 또한 이들의 활동을 점검하는 사후관리에 신경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지역 구청의 한 관계자는 “배 번호판을 부착한 차량은 택배만을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이들이 실제 내용을 준수하고 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며 “택배영업소와 터미널 등에서 현장 점검이 이뤄져야 하지만 택배차량들이 새벽시간대에 집결하고 있고, 활동 무대가 불분명해 관리 감독에 애로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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