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화물운송의무비율제’ 놓고 최상․하 ‘웃고’ 2~3차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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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화물운송의무비율제’ 놓고 최상․하 ‘웃고’ 2~3차 ‘울고’
  • 이재인 기자 koderi@naver.com
  • 승인 201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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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선진화 법’ 시행...하도급 계약 사라지나

2~3차업체, 물량부족 도산 위기...전면적 손질 불가피

최상․하위, 물량증가 및 소득․처우개선 등 ‘일석삼조’

화물운송시장의 체질개선을 위한 선진화 제도가 시행 중인 가운데 법 적용을 놓고 시장 참여자들 간의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이견차를 보이고 있는 부분에는 수주한 물량의 일정 부분을 의무적으로 직접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직접화물운송의무비율제가 논란의 핵이다.

지난 1월 1일부로 적용된 이 제도는, 소유대수 2대 이상인 일반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에게는 운송 물량의 50%를, 운송․주송 겸업자는 30% 이상을 소속차량으로 직접 운송하고 해당 정보는 화물운송 실적신고제를 통해 보고하는 방법으로 처리․관리되고 있다.

제도시행에 앞서 정부는 화물운송단계의 처리절차를 간소화해 실제 배송업무를 맡고 있는 개인차주 겸 근로종사자의 소득 등 처우개선을 실행하고, 전체 물량 처리정보를 기초로 화물운송․물류업체를 평가․관리해 본업에 충실함을 증진시켜 궁극적으로 물류 선진화를 실현할 계획이라며 아웃라인을 잡았다.

▲선진화 법으로 시장 조직개편 본격화...갈 곳 잃은 2~3차 하청업체
청사진이 공개되면서 시장의 반응은 호평과 혹평으로 뚜렷하게 엇갈린 상황이다.

가히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법인 사업체들은 제도 시행이 시기상조임을 강조하면서, 도입시기 연장과 함께 관련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또 시범운영기간 종료일이 3개월 남짓으로 다가오면서, 법 폐지를 주장하는 극우파 성향의 업체들도 대거 늘어난 상태다.

이 같은 배경은 화물운송․물류산업 선진화를 위한 대책일환으로 제정된 직접화물운송의무비율제와 화물운송 실적신고제가 의무 적용되면서, 시장 최상위 계층인 대형 물류기업들이 제도 이행을 위해 입장을 달리하고 있어 2~3차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물량 확보가 한층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를 법제화한 정부도 제도시행으로 최하위 계층에 속한 개인운송사업자 겸 배송기사의 근로환경 및 처우개선을 실현하고, 다단계 행위로 수수료를 취하는가 하면 불법대폐차 등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는 등 사업능력을 상실한 운송업체들을 솎아 내는데 활용할 것이라며 확고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법인 운송업체들 반발은 한층 고조된 상태다.

제도시행을 반대하는 업체 측 주장을 보면, 대형 물류기업들이 협력업체 선정에 있어서는 차량보유 대수․규모를 평가해 위험부담이 낮은 중견급 운송업체를 선호하는 분위기 상, 하청의 연쇄성이 불가피한 계단식 구조로 시장이 형성돼 있으며, 대규모 화주 측 물량이 최상위 물류회사를 거쳐야만 시장에 풀리는 피라미드형 체계로 이뤄져 있으나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물운송시장 운영 실태를 보면, 화주물량을 수주한 물류기업은 협력업체인 중견급 법인 운송회사에게 전달하고 이를 조달받은 회사는 이들과 계약한 지역별 소규모 업체에게 인도되고 있다.

이를 인계한 지역운송사는 지입차주인 개인운송사업자 겸 배송기사를 통해 최종 처리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물량이 전달되는 각 단계별로 일정부분 수수료가 징수되며, 관련 업체 대부분은 이 비용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상황.

2~3차 단계에 존속된 법인 운송업체들도 이와 같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 거대한 먹이사슬에 대한 구조적 개편을 단행키 위한 법제도가 시행되면서 관련 법인 운송사들은 물량수급에 길이 차단됐다.

그간 협력업체에게 하청 주던 대형 물류기업들이 직접화물운송의무비율제와 실적신고제로 인해 물량을 자체적으로 소화하는데 속력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굴지의 대기업 계열 물류사인 A사 경우에는 직접화물운송의무비율제 등 선진화 법안이 정부로부터 공개된 지난해부터 협력업체를 통해 처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배송을 맡고 있는 개인운송사업자와 직접 계약해 처리․관리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움직임은 대기업의 동반성장 정부정책이 실행되면서 불이 붙었다.

A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한 물류기업들 사이에서는 구조상 최하위 계층에 속한 배송기사들을 흡수․편입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2~3차 협력업체들에 따르면, 과거에는 물류기업으로부터 나온 물량이 전체 90%이었으나, 정부의 화물운송 선진화 법이 시행되면서 2단계로 하청된 일감은 50%로 급감했고 해당 업체도 법 이행을 내세워 위탁물량을 자체 처리하고 나머지 10% 미만 분량이 전달되고 있다.

공급물량 부족난과 함께 차량과 배송기사의 이탈도 제도시행으로 가속화됐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A물류사의 3단계 하청업체인 B운송사 대표는 “A회사가 직접화물을 시행하기 위해 개인차주 겸 배송기사들을 상대로 계약을 맺으면서 인력을 빼나가고 있다”며 “화물운송사업 신규허가가 동결돼 있기 때문에 지입차주로 활동 중인 개인차주들을 영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상위계층에서 활발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화주 물량을 확보하는데 있어 입찰경쟁에서는 대형 물류기업에게 밀릴 수밖에 없고 직접 화주와 물량을 계약․처리하는데 어려운 구조”라며 “대기업 물류회사가 물량과 배송기사를 독식하게 만드는 정부의 선진화 법은 손질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상․최하위 손잡고 체질개선 선포
대형 물류기업의 하청업체 소속 지입차주들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그간 각 단계별로 수수료가 제하고 떨어지면서 최소한의 비용만으로 운행해 온 개인운송사업자 겸 배송기사들이 대형 물류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을 택한 차주들의 이유는 단순 명료하다.

기존과 동일 형태로 배송업무 함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금전적 수입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대기업 물류회사 소속으로 편입되면서 후생복지는 물론, 정부사업 참여에 따른 지원도 자동 처리․관리돼 자체적으로 관여하지 않아도 추가 혜택이 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차주들에 따르면 매월 관리비로 납입하는 지입료는 절반가량 경감된 반면, 할당받은 건당 수수료는 10% 추가 지급돼 월평균 수익이 1.5배 증가했다.

특히 최상위 계층인 대형 물류기업과 계약돼 있어 물량 확보에 대한 시간․경제적 손실부담이 줄어들어 과적 및 덤핑 등과 함께 행위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수준으로 근로여건이 개선됐다는 것이 이들 설명이다.

A회사의 3단계 하청업체 지입차주에서 지난 5월 A회사와 직접 계약한 김씨는 “하청업체 당시 매월 14만원 가량 지입료를 납부하고 자체적으로 물량을 확보해 처리해왔으나, A회사로 편입하면서 한결 나아졌다”며 “현재는 관리비는 6만원이며, 건당 운임비는 과거 15만원에서 18만원으로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청업체가 인천․서울에서 울산․부산으로 오더를 주면 이를 운반하고 목적지에서는 사설 화물정보망이나 지역 주선업체를 통해 상행선 물량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며 “이 과정에서 하행선행 운임비가 화물건당 15만원이었다면, 상행선행 비용은 7~8만원으로 덤핑돼 처리돼 왔으나, 현재는 운임뿐만 아니라 물량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처럼 정부의 선진화 법이 적용되면서 최하위 계층으로서는 뜻하지 않은 수혜가 전달 돼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대형 물류기업에서도 극구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수주한 화주 물량 중 일정 몫을 협력업체로 위탁하지 않고 회사 자체적으로 소화하면서 화물연대 등 개인운송사업자들과의 파트너십 구축이 가능하고, 시간․경제적 비용부담을 경감함과 동시에 이를 차주에게 환원할 수 있게 돼 물량처리부문 안정성까지 확보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녹색물류전환 사업들에 참여하고 있는 특성상 정부지원확대 및 사업성과를 보다 빠르게 앞당길 수 있으며, 정부계획에 적극 동조하면서 정부 측과의 긴밀한 유대관계 형성은 물론, 이로 인해 글로벌 네트워크 증축 및 해외진출 시장개척에 따른 전폭적인 지원에 대한 복선을 염두하고 있는 것이다.

별다른 투자 없이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이점도 선진화 법 찬성 이유로 들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법을 준수하는 기업 이미지를 거둘 수 있고, 새 정부들어 이슈된 대기업의 ‘동반성장’이라는 정책과 연결고리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물류회사인 C업체 관계자는 “최근 화두인 경제민주화가 화물운송․물류산업으로 확대․겨냥되면서 기업들 자체적으로 현장 근로자를 위한 복지․개선사업이 검토 추진되고 있다”며 “상반기에 조명된 택배 경우에도 A회사와 마찬가지로 직접화물운송의무비율제와 실적신고제에 맞춰 하도급업체인 법인 운송회사에서 벗어나 개인차주와 계약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실적신고제에 대한 처벌․조치까지 예고돼 있기 때문에 개인차주인 배송기사 운반한 물량을 본사가 흡수․통합하고 이들의 이탈방지를 위해 건당 단가를 높여주는 방안도 가시화될 것”이라며 “이는 현장 근로자의 ‘처우개선’이라는 타이틀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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