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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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아직 늦지 않았다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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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자마자 이런 말 하면 초친다고 하겠지만, 참 안타깝다. 자동차 생애주기 토털이력정보시스템(이하 시스템)을 두고 한 말이다. 기자 입장에서야 할 이야기 많아지니 당연히 좋지만, 그렇다고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지난 1일 관련법에 따라 시스템이 시행됐다. 앞으로 자동차 정비·매매·해체재활용업자는 관련 업무수행 내역을 국토교통부에 의무 전송해야 한다. 사람 인생처럼 자동차가 관리된다는 점에서 시행 전부터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시작부터 ‘반쪽짜리’가 됐다.

매매업은 제시․매도 정보가 입력 대상에서 빠졌다. 사실상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항목이었다.

해체재활용업은 추진 중인 재사용부품 전산관리 내역이 포함되지 못했다. 곧장 시스템에 포함시킬 만큼 체계가 갖춰지지 못해서다.

전송 항목을 확정하지 못한 점도 문제였다. 정비내역이 그랬다. 어느 선까지 전송할지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는데, 결국 구체적인 전송 항목이 명시된 ‘자동차관리법시행규칙’은 지난 6일이 돼서야 개정․공포됐다.

시스템 본격 시행은 이때부터로 보는 게 타당 할 게다.

사실 시스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오래 전부터 업계 일각에서 들려왔었다. “충분한 준비 없이 일정에 쫓겨 추진되는 것 같다”는 비판이 대다수였다. 제도가 정비되지 않았고, 시스템을 뒷받침 해줄 인프라 구축도 완전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제도 알리기는커녕 사전 교육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은 두고두고 입방아에 오를 소재다.

상당수 일선 업자는 ‘제도가 왜 시행돼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이들은 “하다못해 (정부나 사업자단체가)오리엔테이션이라도 해줬어야 하지 않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업자는 “공문 한 장 보내 시행사실을 알리는 태도가 상당히 고압적인 자세로 느껴져 화가 났다”며 “조합에 물어도 속 시원하게 알려주지도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시스템은 사실 이면에 자동차관리 분야를 투명하게 감독․관리하겠다는 목적이 담겨 있다. 그간 일부 업자에 의해 발생했던 소비자 피해를 제도적으로 막아보겠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따라서 업자 입장에서는 시스템이 또 다른 ‘규제’로 와 닿을 수 있다. 충분한 시간 업계를 설득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제도 정비와 교육에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이 이런 이유로 나오고 있다.

정부가 현장 목소리를 단지 시행 초기 해프닝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도 모른다. 언론이 이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도 않았고, 집단 반발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도 일정에 쫓기며 최선을 다했다”고 억울해 할 수도 있겠다.

만약 그렇다면, 크게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시스템 정착과 안정은 전적으로 현장의 적극적인 협조에 달려 있다.

기왕에 시작한 것, 취지를 살리고 제대로 운영하고 싶다면 늦지 않았다. 어차피 오는 12월까지는 유예기간을 두지 않았나?

적극적으로 시스템을 알려라. 활용 교육도 게을리 하지 말라.

현장에선 여전히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려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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