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규제는 또 다른 문제만 낳아 … 시장자율에 맡겨야”
상태바
[기획] “규제는 또 다른 문제만 낳아 … 시장자율에 맡겨야”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3.1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고차 개인 거래 성능점검 의무화하려자
업계 일각 “법 개정 효과 보기는 힘들 것”

개인 직거래(이하 당사자거래) 중고차 성능점검 의무화 추진을 놓고 업계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적지 않은 업계 종사자가 “법 개정 기대 효과가 적을 것”이라며 “시장자율에 맡기는 게 최선책”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개정 취지는 이해하지만 … “지나친 규제”
지난달(9월) 13일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이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사자거래 때도 중고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이하 성능점검기록부)를 발급받아 의무적으로 첨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본보 제4660호 1면 참조).

현재는 당사자거래로 중고차를 구입한 소비자가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 이를 해결하자는 게 법 개정 취지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주행거리조작이나 불법명의차량(일명 대포차량) 음성거래를 원천 차단해보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 당사자거래는 간단한 서류로도 이전등록이 가능해 이를 악용한 불법행위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김한표 의원은 “대포차량이 전국에 16만대 가량 운행 중이고, 음성거래를 통한 세금체납액도 1680억원에 이른다”며 “뺑소니 사고와 같은 각종 범죄는 물론 세금탈루, 불법개조, 차량사고․정보이력 제공 누락에 따른 분쟁 심화 등 사회적 문제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는 개정법률안이 지나치게 규제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문제 삼았다. “사회 문제가 크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그래도 법이 네거티브에 초점 맞춰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부 업자는 “법이 통과되면 삼촌이 조카에게 차를 팔아도 성능점검기록부를 발급받아 첨부해야한다”며 “불법행위는 다른 방식으로 감독하면 될 일인데 지나친 규제로 시장이 위축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기대효과 놓고 업계 일각 ‘회의적’
일선 업자들은 대개 당사자거래 성능점검기록부 첨부 의무화 조치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거래 방식에 있어 업자를 통할 때와 났던 차이가 사라진다는 까닭에서다. 당사자거래까지 차량 성능보증이 이뤄지면 매매수수료를 내면서까지 업자를 통해 차를 구입할 소비자는 없을 것이란 게 이들의 판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매하는 사람 입장에선 가격이 저렴하고, 파는 사람 입장에선 원하는 가격에 좀 더 근접할 수 있으니 당사자거래를 선호하게 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물론 개인이 직접 성능점검까지 받아야 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경우 업자를 찾게 될 가능성도 있다. 위장 당사자거래도 사업자거래로 옮겨갈 수 있어 업자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일부 낙관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업계 관계자나 업자가 “단기적 현상일 뿐 장기적으로는 당사자거래가 늘어나 업자에게 좋을 게 하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당사자거래 가운데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위장거래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세수확보에 도움 될 것 없다는 견해도 있었다. 업자의 경우 부가세나 법인세 등 관련 세금이 많다. 당사자거래 증가로 이들 많은 업자가 문을 닫거나 음성화되면 결국 국가가 거둬들일 수 있는 세금도 그만큼 줄 것이란 게 이들 주장이다.

기존 성능점검사업자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업계는 제도가 시행되면 성능점검 의뢰가 기존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면 기존 업자만으로 수요를 소화해 낼 수 없는 상황이 발생 가능하다. 이를 빌미로 업자가 늘어나면 덤핑이나 출혈경쟁이 발생해 시장 질서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비업자와 매매 딜러 사이에 유착관계가 만연될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늘어난 성능점검을 어떻게 소화하고, 이를 통해 야기될 수 있는 각종 민원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이 때문에 제도 자체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위헌 소지도 불거지고 있다. 소유 재산을 사고파는 것은 개인권리인 데, 이 과정을 규제한다면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것. 많은 업자가 “차는 등록부터 정비, 말소까지 국가에 의해 어느 정도 보증 받는 데 왜 굳이 성능점검을 의무화 시키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율성 보장한 채 관리해야
“당사자거래는 개인이 서로 신뢰한다는 기본 전제하에 이뤄진다. 그게 싫거나 믿을 수 없다면 스스로 업자를 찾아가면 된다.”

업계는 당사자거래가 무엇보다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거래 과정에서 개인이 필요하다며 정비소 등을 찾아가 성능점검을 받으면 되고, 파생 문제는 다른 경로나 방법으로 관리․감독해도 충분하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적지 않은 업계 관계자와 일선 업자가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을 의무 강제하는 것은 또 다른 규제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물론 적지 않은 업자는 당사자거래가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해 업계에 끼치는 악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개인이 업자를 찾는 경향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기대하기도 했다. 서울지역 한 업자는 “의무사항이 개인에게는 불편하고 성가신 일로 여겨질 수 있다”며 “나중에는 부동산거래처럼 업자를 통해 거래하는 게 여러모로 편하다고 생각해 업자에게 몰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성능점검기록부 첨부 의무화를 반기는 업자도 있었다. 일반국민이 ‘중고차거래’ 하면 떠올렸던 나쁜 인식을 벗어낼 수 있는 계기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전반적으로 실적 상승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판단이 이런 기대 속에서 나왔다.

이들은 대다수 당사자거래가 위장거래로 의심받는 상황에서 소수에 그칠 것으로 추정되는 실제 당사자거래에 끼치게 될 악영향은 보완책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입법예고를 계기로 업계 스스로 자정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래저래 사회 편견과 규제로 선량한 업자까지 피해를 입는 상황. 모든 게 업계 스스로 그간 잘못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란 생각에서 비롯된 자기반성이다. 이들은 “강도 높은 각성과 자구노력만이 안팎의 문제를 해결하는 첫 걸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소비자를 잃으면 결국 시장 파이도 줄어든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 (입법발의가)중고차시장을 살리기 위한 최선 방안일 수 있다”며 “정부가 관련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공청회를 열고 당사자거래 보호에서부터 효율적인 성능점검제도 정착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데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