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시장, 몸집은 ‘커지고’ 실속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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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시장, 몸집은 ‘커지고’ 실속 ‘없고’
  • 이재인 기자 koderi@naver.com
  • 승인 201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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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층 택배기업 치킨게임에 하도급 종사자 죽어나

“보여주기 식 성과내기에 덤핑 늘어 하청업체 도산”

1인당 택배이용 횟수는 큰 폭으로 늘었지만 택배시장의 사정은 거의 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택배시장은 모바일 기기의 보급 확대와 이와 연계한 온라인 마켓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택배물량과 서비스 이용률 모두 증가했다.

택배업계가 집계한 결과를 보면 올 들어 소비자 1인당 택배를 주고 받은 횟수가 한 달 평균 10건에 달했으며, 택배취급실적은 지난 8월 기준 1억 1163만 2000상자로 전년 동월 대비 5.7% 증가했다.

이를 감안하면 배송기사 등 협력업체의 형편이 나아졌다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늘어난 물량만큼이나 위탁업체가 소화해야할 몫이 증가했고 이를 수주한 취급점과 하청운송회사가 소속 지입차주인 배송기사를 통해 전적으로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배달 수수료(평균 750~800원)를 기준으로 배송기사가 처리한 건수를 계산해 책정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보면, 종사자 수입은 할당량에 비례해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상황은 종전보다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청업체로 활동해 온 A운송사 경우에는 지난달부로 택배부문 사업을 정리했다.

본사(택배기업)로부터 배당받은 물량이 평균단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가 하면, 이 비중 또한 위탁건수 중 절반 이상을 넘어선 상태여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사 대표는 “올해로 6년째 본사와 계약해 택배를 전담해왔지만, 적자가 매년 되풀이되면서 지입차주들의 원성이 거세졌고 단가인상 등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본사와 마찰이 불거지면서 계약이 종료됐다”며 “물류․택배기업의 협력업체로 운영하는 것보다 소규모 화주기업일지라도 직접 거래하는 것이 오히려 수익성이 낫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물량확보에 따른 경쟁이 메이저 택배사를 중심으로 가열돼 온라인 쇼핑몰 등 대형 화주사와의 계약에 있어 평균 이하의 요금으로 체결되고 있고 관련 물량은 하도급업체가 덤핑하는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어 사실상 득보다 실이 많은 게 택배시장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하도급 종사자인 택배기사들도 나아진 게 없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유류비․통신비 등 차주가 개인 부담하고 있는 비용은 계속 늘고 있는데 배송단가는 약 290원 가량 삭감됐고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직한 택배차주들은 물론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이들은 파업한 게 아니라, 일할 수 없게 된 상황 때문에 자율적 선택 없이 반강제적으로 퇴출됐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최근 택배배송거부 사태에 동참한 택배기사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현상은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 등의 대형 화주사와 테이블에 앉는 택배기업들이 고객유치 및 실적경신을 위해 이른바 ‘치킨게임’에 임하면서 심화됐다.

연간 영업이익을 이전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내야 하는 기업입장에서는 추가물량에 대한 처리실적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택배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어 회전률이 둔화됐고 이와 함께 신규물량을 발굴하는데 드는 비용부담이 예상된 편익 보다 높은 것으로 계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택배시장은 기존물량을 나눠먹는 방식으로 재분배돼 운영되고 있다.

수익모델이 불투명하다 보니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대응하는 것 보다 타 업체의 물량을 흡수하는 게 상대적으로 낫다고 판단됨에 따라, 박리다매 식으로 물량을 수주․처리해 목표 달성하는 게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상황은 촉진됐다.

상위층에 위치한 택배기업들이 성과내기에 급급하다 보니, 하청업체는 물론 지입차주인 배송기사는 이렇다 할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하반기 들어서는 단가개선이 불가피하다며 요금인상안을 내놓은 택배사들 마저 꼬리를 내리고 있어 하도급업체의 경영난은 심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게다가 배송기사에게 지급되는 운임조정 가능성도 희박해져 택배기사가 요구 중인 처우개선 문제는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올 초 단가인상을 추진한 A업체 경우 2․4분기 재계약 물량 중 약 62%를 평균 250원 가량 인상하는 강행군을 펼치던 중 일부 화주기업들이 낮은 요금을 제안한 B택배사와 손잡으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됐고, 이후에는 기존과 동일한 수준으로 재조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금인상 발표 후 ‘B2C(기업 대 개인)’ 물량 중 저단가 소형화물에 대해서는 접수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질적 향상을 고집해왔으나, 타 업체들이 대열에 합류하지 않으면서 퍼포먼스로 끝났다”며 “추석 특수기를 명분삼아 소리 소문 없이 온라인 쇼핑몰과 소셜커머스에서 나오고 있는 저단가 물량을 재계약하는가 하면 일종의 화주 달래기 전략으로 요금할인 조건까지 내건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위 ‘빅3’로 불리는 업체들이 택배가격 정상화와 서비스 질 향상을 이유로 250~260원 사이로 인상했으나, 이는 ‘C2C(개인 대 개인)’ 등 일부 프리미엄 택배에만 적용된 것”이라며 “이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홈쇼핑․온라인 마켓 등의 ‘B2C’ 물량 경우에는 종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계약에 대한 ‘백마진’을 쇼핑몰 등 대형고객에게 챙겨주는데 이어 무료배송 이벤트로 리베이트를 추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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