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기상대응시스템 마련해야”
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최근 발표한 제5차 평가보고서를 보면 지구온난화의 폐해는 점점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2100년 우리나라 평균 기온은 5.7도 상승하고, 강수량은 17.5% 증가할 전망이다. 21세기 후반 평양의 기온은 현재 제주 서귀포의 기온과 비슷해지고 강원도 일부 산간지역을 제외한 남한 전체와 황해도 연안까지가 아열대 기후구에 속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후변화가 교통에는 과연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그동안 교통 분야에서 진행돼온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앞으로 필요한 대책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기상이변으로 교통사고 늘어= 최근 일상화·상시화되고 있는 기상이변이 교통사고의 주요한 원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교통사고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손보업계의 연구결과를 보면 기상이변으로 인한 교통사고의 추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현대해상이 당사의 보험처리건수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상 관련 교통사고 건수는 2000년 대비 2012년 29.3% 증가했으며, 특히 침수사고와 눈·빙판사고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사고건수 구성비는 눈·빙판(68.5%), 빗길(24.0%), 침수(5.7%), 안개(1.7%) 순으로 높았다.
이와 같은 태풍, 폭풍, 홍수, 황사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단순히 재해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경제활동 및 생활패턴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재산피해로도 이어져 문제가 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2년까지 2년간 집중호우 및 태풍 등으로 인한 자동차보험사고로 3만 7653대가 피해를 입었으며, 추정손해액만도 약 148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표 참조).
▲정부 대응은 ‘시작’ 단계=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교통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아직 초보 수준이다.
현재 정부기관 가운데 기후변화로 인한 교통사고에 대비하는 곳은 기상청과 한국도로공사 정도. 기상청은 운전자가 가고자하는 목적지의 기상상황을 알려주는 ‘웨비게이션(weavigation:weather+navigation)’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구간에 안개관측 시설을 설치하고 위험등급별 안전 시설물을 설치하고 있다.
정부의 대응 역시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기후변화가 각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관련업계의 보고를 통해 수집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사회적 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보험산업계에 적시에 적절한 보상을 이행할 것을 권고하는 수준이다. 자동차보험 정책 역시 주로 자손 및 자차담보 위주로 기상재해 시 약관상 사고보상을 확대하거나 할증요율을 완화하는 수준으로 적용돼 왔다.
박대경 교통기후환경연구소 교통안전팀 책임연구원은 “자동차는 개인의 자산이고 재산이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한 교통사고의 증가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업계, 관련기관이 인식을 같이 하고 공조를 통해 대응해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 ‘민·관·산’ 공동대응 펼쳐야=손보업계는 올여름 집중호우에 대비해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대책반을 구성·운영했다. 정부의 재난특별지역 선포를 감안해 보상캠프를 설치하고, 각 보험사가 계약자들에게 재난우려 알림문자 서비스를 제공했다.
한편 현대해상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서울 도심 저지대에 도로침수 시 수위를 인지할 수 있는 침수 계측기를 설치하고 단계별 위험정보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웹·이메일·문자정보를 통해서도 기상정보 안내 서비스도 실시 중이다.
이처럼 기후변호로 인한 교통사고에 대비해 정부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오히려 손해보험업계다. 교통사고가 증가할수록 손해율이 높아져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게 되는 곳이 바로 이들 손보사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교통 관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업계의 대책과는 별도로 정부의 특화된 정책과 함께 국민의 사고 위험성에 대한 인식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 피해가 비단 손보업계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 산업군과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를 야기하고 있어서다.
박홍규 교통기후환경연구소 기후환경팀 팀장은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는 부자인 사람들에게는 사실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보험가입을 못 하거나 사고가 났을 때 복구할 여력이 없는 취약계층에 더 치명적”이라면서 “따라서 기후변화가 자동차사고의 주요 요인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하루빨리 인식하고 이에 대한 종합대책을 세우고 효율적인 기상대응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향후 자동차보험시장 전망은?
“차별화된 상품 개발과 서비스 강화 필요”
기후변화로 인한 사고의 증가는 향후 자동차보험시장에도 적잖은 타격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 따르면 그 구체적 전망은 다음과 같다.
▲기존 교통환경 추이 반영=현대해상 사고자료를 기준으로 자동차 사고건수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나, 지급 보험금은 2012년 697.6억원에서 2022년 739.3억원 수준으로 약 4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긴급출동 서비스 비용은 2012년 536.9억원에서 2022년 1000억원으로 약 2배 규모가 증가할 전망이다. 자차담보 시장은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2년 자차 보험료 규모가 현재의 2배 수준인 약 6000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기후변화 예측 반영=교통사고 발생건수가 현재(2001~2010년) 대비 21세기 후반기(2071~2100년) 연평균 32.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지급 보험금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연평균 보험금이 30.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수 중 호우일수와 일 최저기온의 변화가 가장 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침수사고(현재 7.4%→21세기 후반기 8.1%)와 눈·빙판사고(현재 54.3%→21세기 후반기 57.3%)의 지급 보험금 구성비는 증가하고 빗길과 안개사고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박홍규 교통기후환경연구소 기후환경팀 팀장은 “기후변화로 인한 시장의 변화가 보험업계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기후관련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차별화된 서비스 운영과 기상에 대응한 신상품 개발 등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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