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7주년 특집] 자동차 2000만대 시대 <교통안전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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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7주년 특집] 자동차 2000만대 시대 <교통안전대책>
  • 곽재옥 기자 jokwak@naver.com
  • 승인 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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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중심’ 패러다임 전환에 길 있다”



- 교통사고 감소 추이 5년간 답보 상태
- 시설개선 통한 사고감소 ‘이제는 한계’
- 차·도로·운전자 ‘양질의 균일화’가 과제



자동차 2000만대 시대의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1950년대 2만대 안팎이었던 우리나라 자동차 수는 1970년대 10만대를 넘어서 1980년대에 100만대, 1990년대에 1000만대, 그리고 2014년에 이르러 20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자동차 수 증가는 한편으로 교통안전의 위협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고위험요소가 많아질수록 사고위험이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 1990년대 ‘마이카 시대’에는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만 3000명까지 치솟아 큰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바로 이 시기 교통안전대책들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2000년대 초에 이르러 사망자 수가 절반 수준인 6000명대까지 떨어지는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문제는 2000년대 중반 5000명대까지 줄어든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더 이상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발생건수, 사망자 수, 부상자 수 모두 전년대비 증가하는 역현상까지 일어나 다시금 우려를 낳고 있다<표 참조>.



▲무엇이 문제인가=최근 5년간 답보 상태에 놓인 사상자 감소 추세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우리보다 앞서 중앙정부 주도의 강력한 교통안전대책을 추진했던 일본의 예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정병현 교통안전공단 도로안전본부장은 “과거 일본도 정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을 때 한 10년간 그 효과가 꾸준히 나타났다가 일순간 모든 정책들이 한계에 부딪히는 과정을 거쳤다”면서 “우리나라도 사망자 수가 절반까지 떨어진 시점에 그 한계를 맞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추진된 교통사고 사상자 줄이기를 위한 교통안전대책은 주로 불합리한 교통환경과 교통운영의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러한 정책들이 한계라는 것은 단적으로는 ‘제5차 국가교통안전기본계획(2002~2006)’과 이명박 정부의 ‘교통사고 사상자 줄이기’ 대책의 목표달성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의미한다.

도로교통공단 강동수 박사는 “사망자 수가 절반으로 떨어진 반감기까지 유용하게 작용했던 교통안전 정책들이 더 이상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새로운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 됐음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새로운 교통안전 정책 방향=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새로운 정책의 필요성은 한마디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귀결된다. 특히 도로나 시설에 집중적으로 투입됐던 물질적 개선이 이제 운전자 의식전환 등 사람 중심의 개선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자동차 2000만대 시대에 대비한 미래 교통안전대책이 가야할 방향과도 동일하다. 재미있는 예로, 특정구간의 도로 개선을 통해 산출되는 사고감소 효과를 살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김용석 도로교통공단 안전개선처장은 “사고 잦은 곳 개선사업을 실시해보면 해당 지점에서 사고 30%, 사망자 수가 50%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나머지 부분은 운전자의 책임으로 분석된다”고 말한다. 아울러 그는 “앞으로의 안전 정책은 도로의 개선과 함께 운전자들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사람을 중심에 둔 정책 변화의 요구는 지난해 수립된 ‘제7차 국가교통안전기본계획(2012~2016)’에도 실질적으로 적용이 됐다. 이 계획은 정부 주도의 수직적 거버넌스를 지자체·국민참여형 교통안전사업으로 전환을 꾀하고, 시설개선 등 하드웨어 위주에서 안전의식 제고 등 소프트웨어를 강화하는 쪽으로 교통안전대책을 강조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새로운 시도들이 세부정책들 사이에 얼마나 잘 녹아들고, 또 그러한 세부정책들이 얼마나 잘 실천되느냐 하는 문제다. 김 처장은 “운전자의 의식개선을 통해 교통안전을 확보하는 일이 절실한 시점이지만 막상 이러한 사업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데다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현실적 접목이 쉽지 않다고”고 얘기한다.

▲현실과 세부정책의 접목=현 시점에서 감지되는 우리나라 교통안전 문제는 어린이, 고령자, 보행자 사고가 그동안의 전반적인 감소추세를 역행해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음주운전과 사업용 자동차에 의한 사고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령자 사고 문제는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교통안전에 있어 지속적인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처장은 “도로개선 측면에서 고령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대책은 횡단보도 보행시간을 늘려주거나 동선을 연결해 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면서 “보다 바람직한 사고감소를 위한 개선방향은 현재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사업용 자동차의 경우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 안에서 비중은 적지만 사고율은 승용차의 4배에 해당해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사업용 자동차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교통안전공단은 운행기록장치 활용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지자체와 운수회사와 함께 운행정보시스템 가동을 확대해 운전자의 운전습관을 교정하고 부적격의 운전자가 승무를 하지 못하도록 관리를 강화함으로써 사고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의 해법은=최근 5년간 교통정책의 한계지점에서 제기된 변화의 요구들이 새로운 국가 차원의 교통안전대책들과 얼마나 잘 부합하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새롭게 요구되고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의 중심에 바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정 본부장은 “중앙정부, 지자체, 공단 등 유관기관과 언론, 운수회사, 운전자들이 모두 합심해 협업하면 다시금 교통사고 사상자 줄이기 노력은 다시금 눈에 띄는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그러나 다양한 교통안전대책들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자의 의식”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강 박사는 “교통사고의 3대 요인인 차, 도로, 운전자 가운데 차와 도로는 오랜 시간 노력을 통해 규격화와 균일화가 이뤄졌으나 유일하게 운전자만큼은 불균일한 상태로 머물러 있다”면서 “양질의 운전자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안전운전을 독려하기 위한 당근과 채찍을 고루 취하는 강력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최근 요구되고 있는 ‘사람’ 중심의 교통정책에 있어 양질의 운전자 배출이 상당한 중요하다는 것.

아울러 그는 “과속, 끼어들기, 신호위반, 무단횡단 등 온갖 불법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가 될 때에 비로소 교통안전 수준은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불법하면 득이 없고 준법하면 득이 된다는 운전자의 의식개선이 이루어질 때 사고를 유발하는 요인들을 제거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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