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전세버스’ 시한부 인생을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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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전세버스’ 시한부 인생을 살다.
  • 정규호 기자 bedro10242@naver.com
  • 승인 2013.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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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곧 기회’…경영합리화가 답이다

안전 요원 부가 서비스, 협동조합 등 검토 해볼만
대형버스회사들의 ‘버스 돌려막기’ 트랜화로 유도

태생부터 전세버스는 지입제였다. 면허 또한 등록제여서 누구나 제한 없이 전세버스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  4년 전 법인등록 대수 제도를 20대 이상 보유로 상향 조정하면서 폭증하는 공급과잉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래도 아직 공급과잉은 심각하다. 정부에서 총량제를 검토하는 이유도 공급과잉 문제의 마지막 해결책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단체여행 시 전세버스 입찰 조건을 3년식 신차로 제한하면서 전세버스를 시한부 차량으로 만들었다. 일선 현장에서 느끼는 공급과잉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바꿔보자. 경영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명언 중 하나가 바로 ‘위기가 곧 기회다’라고 했던 만큼 전세버스 회사 가장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타개 하려고 한다. 이번 ‘전세버스 시한부 인생을 살다’라는 주제를 취재하면서 업체 관계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경영합리화에 가까운 아이디어들을 모아봤다.

▲‘안전관리요원 동행’ 부가서비스로=버스 부문에서 고속버스는 기사들의 교통 안전을 가장 강도높게 관리하고 있다. 교육량, 각종 교통 안전 수칙 등 타 버스 부문과 비교해 보면 그 강도가 상당히 높다.

특히, 고속사들은 운행 중 교통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경광등을 설치한 순찰차량을 수시로 운행한다.  운행도중 일단 순찰차가 보이면 고속버스 기사들은 안전 운행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돼 더욱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고속버스 회사들이 순찰 차량을 같은 차종으로 구입해 마치 모두 자사의 차량처럼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교통 사고 예방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 사고 예방법을 전세버스 부가 서비스로 추가한다면 경영합리화에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전세버스 계약 시 ‘안전 관리 요원 동행’ 서비스라는 항목을 만들고, 추가로 돈을 더 받는 것이다. 재정이 넉넉한 학교에서는 충분히 고려해 볼만한 대안이다.

이 요원은 학교에서 요구하는 목적지까지 가장 안전하고, 최단 거리를 학교 관계자, 버스기사들과 상의한다.  그리고 고속버스 순찰차처럼 운행중인 전세버스 근처에서 함께 운행하면서 안전 운전을 독려하면 된다.

아울러, 일부 버스기사들이 목적지에 도착해 술을 마시는 등 컨디션 조절을 제대로 안 해 학교 측과의 싸움으로도 번지기도 하는데, 도착지에서도 전세버스 기사들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적은 수지만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현실적인 문제로는 전세버스 업체들간 영업 경쟁 과열로 자칫 부가 서비스가 아닌 추가 서비스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원인은 차가 아니라 기사다’ 인식 개혁=전세버스 업계에 따르면 학교에서 언젠가부턴가 ‘신(新) 차가 곧 안전하다’는 의식이 팽배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세버스 사고의 대부분은 차량 연식 보다는 기사들의 부주의가 다수라고 지적한다.

사고 원인으로 졸음 운전, 피로 누적, 전방 주시 태만 등이 절대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차량 연식 때문에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는 공식력 있는 연구자료나 과학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때문에 전세버스 업계가 정부에 ‘3년 제한 항목 삭제’를 건의하는 동시에 학교 관계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신 차가 곧 안전하다’는 의식을 개혁할 수 있는 전략을 함께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사고의 원인은 차가 아닌 기사입니다’ 등의 슬로건을 갖고 홍보활동을 강화해 나가라는 것이다.

이를 테면 홍보 대행사와 계약을 맺고, 홍보 특별팀이 주요 학교를 돌면서 전세버스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 등을 발표하고, 연식보다 안전 교육과 교통 사건 건수가 낮은 업체들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 준다면 학교 관계자들의 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학교들이 사건 건수 등 사고율이 낮은 업체까지 선별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만큼 입찰 조건을 강화할 수 있는 조치로 악용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사고 위험 다발 주요 지역 사전 공지=전세버스 사고 위험 다발 주요 지역을 선정해 전세버스 회사와 학교 측이 사전에 안전한 주행 노선을 결정하자는 제안이다.

업계에 따르면 사고 시 가장 억울한 부분 중에 하나가 사고 다발 지역으로 유명한 위험 도로를 운행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 전세버스 회사 관계자는 “강원도 일부 도로는 군인들도 함부로 운행하지 않고, 우회하는 곳이 상당히 많다. 그런데 학교 측에서 아이들의 눈요기를 위해 이런 곳을 굳이 가자고 한다. 사고 발생률도 당연히 높아진다. 위험하다고 말하지만 위험하다는 공식적인 자료가 없기 때문에 묵살당하기 일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소비자가 원하는 목적지를 운행한다는 전세버스 특성상 전국의 위험도로를 전수조사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서울-경주, 서울-강원도 등 수학여행으로 가장 많이 운행하는 노선을 시범적으로 운영은 해 볼만하다.

▲“3년 지나면 다른 버스로 돌리자”=대형 버스회사들은 신차가 나오면 3년 동안은 전세버스로 활용하고, 6년까지는 고속버스, 9년까지는 시내버스, 11년까지는 시외버스 등으로 버스 용도를 바꿔간다. 3년식 신차를 원하는 소비자의 필요충분 조건에 대응하고자 만든 방안이다.

렌터카업계에서는 신차가 나오면 3년 정도 대여서비스로 진행하고, 이후 부터는 외국으로 수출하거나 중고차로 팔아 시세 차이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업계에서는 흔히 이를 ‘차 돌려막기’라고 부른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라는 말처럼 고객이 3년식 신차만을 원한다면 중소 전세버스회사들도 이러한 버스 돌려막기를 할 수 있는 루트를 제공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제안이다.  이를 테면 전세버스 업계와 시내외․고속버스업체들을 연결해줄 수 있는 중고버스 시장을 개척해 주는 방식이다.

▲회사 유휴차량 협동조합으로 뭉쳐라=회사에서 남아도는 유휴차량을 모으면 돈이 될 수 있다.

한 학교에서 수학여행으로 18대의 전세버스를 원한다고 가정해 보자. B전세버스 회사가 보유한 버스는 20대다. 2대가 남는다. 이런 회사 10곳이 모이면 20대가 되고, 20대의 전세버스를 원하는 학교에 입찰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사실 이러한 영업 방식은 9월, 10월 관광 성수기만 되면 업계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관행이다.  회사들마다 1~4대 정도는 버스가 남거나 모자르게 되고, 친한 회사들끼리는 일정 수수료를 떼고, 버스 3~4대씩 주고받는 식이다. 소비자들은 한 회사에서 동일한 버스가 제공되길 바라기 때문에 이런 사실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이런 관행들이 합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사업자들은 유휴차량을 돌릴 수 있고,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전세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협동조합이 가장 적합해 보이는 대안이다.  각 시도 조합에서 권역별로 그룹화를 만들어주고, 연합회에서는 협동조합이 가능하도록 여객운수사업법 테두리를 만들어 준다면 3년식 버스만 원하는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

아니면 유휴차량 홈페이지를 만들어 회사들끼리 필요 버스 대수 정보를 주고받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실적 문제는 남는 유휴차량이 6년식 이상의 차량이라는 점이고, 지입버스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지입버스가 또 다른 지입버스를 낳는 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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