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성장 ‘택배’ 규모 커진 반면 시장 환경은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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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성장 ‘택배’ 규모 커진 반면 시장 환경은 ‘제자리’
  • 이재인 기자 koderi@naver.com
  • 승인 201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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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상생’ 시장은 ‘여전히 싸늘’

훈훈한 ‘아랫목(갑)’과 달리 ‘윗목(을․병․정)’은 한파

종속관계도 심화...영업용 ‘밀어내기’ 자가용 ‘모셔오기’

택배물량 8.2%↑택배차 20%↑...자가용 129%↑ 영업용 12%↓

화물운송업이란 이용자가 일정금액을 지불하고 수주된 물건을 대신 배송․처리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정부는 운송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위탁된 상품의 피해를 방지한다는 취지로 서비스에 투입되는 화물자동차에 영업용 넘버(노란색 번호판)를 부착․등록케 하는가 하면, 운송사업자의 활동내역 및 제도이행 및 준수사항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으로 관리․조치하고 있다.

하지만 비사업용 차량을 이용한 유상운송행위와 화물운송사업 허가를 보유하지 않은 업체들의 활동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

이에 정부는 화물운송시장 개선대책을 마련, 개정법을 근거로 강도 높은 시장정화 활동을 선포했다.

계획을 보면 올 초 도입된 일명 ‘선진화 법’으로 불리는 직접운송의무비율제와 실적신고제를 비롯해 화물운송업관련 신고포상금제로 자가용․무허가 영업 등의 불법행위를 근절한다는 전략이다.

영업용 화물차를 대상으로 이뤄지며 개정법을 미이행한 화물운송․물류업체 경우에는 이에 상응한 처벌도 예고된 상태다.

이점을 종합해 보면, 그간 허가 없이 영업한 사업체와 자가용 차량을 대체 수단으로 이용해 왔던 업체들의 활동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생활밀착형 서비스이면서 명실공히 대국민 서비스로 자리 잡은 택배의 경우는 더 그렇다.

▲‘갑․을’ 관계 고착화
택배시장에 참여 중인 대부분의 기업들은 직영보다는 하도급 협력운송업체를 통해 처리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대당 1700만원선(1t미만 기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화물운송사업 넘버를 막대한 자본력으로 매입․전환한다 하더라도 회사 명의로 허가․등록된 택배차를 운행할 배송기사는 물론이며, 차량유지․관리비를 충당할 만한 투자가치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판단에서다.

또 정직원으로 채용된 택배기사들에게 4대 보험을 지급하면서 관리하는 것보다 개인사업주가 프랜차이즈 형태로 계약․오픈한 영업소와 취급대리점에서 현장 근로자를 자체 모집․운영케 하는 영업방식이 유리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현 체계가 유착됐다.

이 과정에서 비사업용 자가용 차량의 시장진입에 물꼬가 트였다.

법적 관리를 받고 있는 영업용보다 제도권 밖에 있는 자가용이 통제하는데 있어 용이하다는 계산에 의해 조짐을 보였던 게 지난 2004년 화물운송업이 허가제로 묶이면서 탄력을 받은 것이다.

그로 인해 본사와 하청운송업체 사이에는 종속관계가 형성됐다.

게다가 물량 공급자인 본사가 제시한 조건을 중심으로 프로세스가 가동되면서 격차는 한층 더 벌어졌으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갑․을’ 관계가 고착화됐다.

이 현상은 개인 대 개인(C2C) 물량을 비롯해 기업(B2B․B2C)물량까지도 택배로 편입․흡수되면서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규모만 커졌지 내적 성장은 미흡하다는 것이다.

올 상․하반기에 연발된 ‘택배배송 거부사태’가 그 문제점을 시사하고 있다.

발생 원인을 보면 근무조건에 있다.

박스당 지급되는 단가를 물가수준에 맞춰 상향조정하면 본사가 목표하는 서비스 질적 향상은 물론 고질적 문제로 자리 잡은 택배시장의 인력난과 이직률 모두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택배기업들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지난 2008년 택배증차 사업이 거론됐을 당시 A택배업체 대표는 “박스당 수수료 100원씩만 배송기사들에게 추가 지급한다면, 택배시장에서의 차량․인력부족난은 완전히 해결 가능하나 화주기업과 협상 테이블에 앉는 택배회사들이 저단가 입찰경쟁에 열을 올리다보니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택배요금은 줄고 주문물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이 심화되면서 영업용 차주들은 일반화물시장으로 이탈한 반면, 갈 곳 없는 불법 자가용 택배차로 대처한 것은 택배기업 스스로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택배업계는 영업용 배송차량과 택배 종사자 부족난을 해결하는데 있어 최우선 과제로 현장 근로자의 처우개선이 이뤄져야 진척 가능하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영업용 차주들의 주장에 소극적으로 처신하고 있는데다가 해당 기사들이 존속할 수 있는 여지마저도 단절된 게 택배시장의 자화상이다.

▲영업용 내몰고 자가용으로 땜질
택배업계를 대표하는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1만 여대에 이르는 자가용 차량이 택배시장에서 활동 중이다.

업계가 요구한 자가용 택배차를 영업용으로 전환하는 증차사업이 정부방침 하에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택배전용넘버(배 번호판)가 태부족이라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그간 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택배시장 전체 차량 대수는 ▲2011년 3만여대 ▲2012년 3만 6000여대 ▲2013년 3만 7000여대다<표>.

이 기간 택배 물동량은 12억 9906만 상자(2011년)에서 14억 598만 상자(2012년)로 전년대비 8.2% 증가했다.

1억 692만 상자가 늘어나면서 6000여대의 택배차량이 추가 투입된 것이다.

한편 같은 시기에 협회가 공개한 자가용 택배차량 대수를 보면 ▲2011년 7000여대 ▲2012년 1만 6000여대이며 현재는 1만여대가 활동 중이다<사진1>.

이는 1만 2000여대의 자가용이 상반기에 진행된 정부의 택배증차사업으로 ‘배 번호판’을 부여받으면서 갱신된 수치다<사진2>.

만약 증차사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올해 자가용 택배차량 대수는 2만 2000여대로 볼 수 있다.

반면 이 기간에 영업용은 약 8000대 가량 감소했다.

2년 전 2만 3000여대로 조사된 영업용 대수는 그 다음해에 2만여대로 줄었으며, 현재는 1만 5000여대가 존속돼 있다.

운행 중인 1만 5000여대는 올해 합법화된 1만 2000여대(배 번호판)의 차량과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는 기존넘버(아․사․자․바)가 부착돼 있다.

이에 대해 시장 종사자들은 택배업체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대표적인 ‘갑의 횡포’라며 비난하고 있다.

B택배사로부터 하청 받고 있는 운송업체 한 대표는 “현행법상 사업용 화물차를 투입해야 하지만 자가용 경우에는 법적 제한을 받지 않고 영업흔적 및 운행실적을 입맛대로 재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남겨져 있어 영업소ㆍ취급대리점에서는 환대받고 있다”며 “자가용 영업행위가 불법이긴 하나 ‘갑’의 입장에서 입맛대로 주무를 수 있고 이들이 싣어 나른 배송물량을 마치 택배회사가 처리한 것처럼 정보를 세탁 가능하다는 이점까지 복합돼 있기 때문에 ‘영업용 밀어내기’가 거세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04년 화물운송사업이 허가제로 전환된 것을 명분삼아 차량부족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올해 ‘배 번호판’을 받아냈지만 택배회사 자체적으로 영업용으로 전환․운영할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증차사업은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며 “대기업체의 대규모 자금이 화물운송시장에 유입되면서 기존업체의 물량을 저단가로 흡수하면서 물량부족난을 겪고 있는 하도급 업체에게는 덤핑으로 넘겨 차익을 남기는 지배구조를 강화하고 있다”며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다가 상도덕에 어긋난 치졸한 영업행위가 나오고 있는 곳이 지금의 택배시장”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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